기업 실적 악화에 법인세 결손 확실시… 3월까지 세수 24조원 덜 걷혀
올해 3월까지 정부의 세수 목표치(400조5천억원) 대비 징수 실적을 뜻하는 세수 진도율은 21.7%다. 이는 지난해 3월의 28.1%는 물론이고 최근 5년 평균 3월 진도율 26.4%를 밑도는 수치다. 3월 기준으로 2000년 이후 최저치다.
세수 감소는 자산시장 침체와 경기 둔화에 따른 기업 영업실적 악화가 견인했다. 세목별로 보면 지난 1월 주택매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8.2% 줄어들면서 양도소득세 등 소득세에서 7조1000억원 세수가 줄었다. 또 2021년 4분기 대비 지난해 4분기에 수출액이 176억8000만달러(10%) 정도 줄어드는 등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기저효과까지 겹치면서 법인세가 6조8000억원 감소했다. 또 환급 증가 등에 따라 부가가치세가 5조6000억원 줄었고,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 등에 따라 교통·에너지·환경세도 6000억원 감소했다.
정부는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세정지원으로 2021년 하반기에 들어왔어야 할 세금이 지난해 1~3월에 들어와 일시적으로 세금이 증가했던 기저효과(9조7000억원)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세수 감소 규모는 14조300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3월 세수 실적은 올해 전체 국세수입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써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해 12월 결산법인의 법인세 법정신고기한이 3월31일인 점을 고려할 때 3월 실적을 보면 연간 추계가 어느 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3월 법인세가 전년 동월 대비 6조1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올해 세수 전망은 한층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다. 법인세는 소득세와 부가가치세와 함께 3대 세목으로 분류되며 지난해의 경우 전체 세수 실적(395조9000억원)의 26.2%에 달했다.
정정훈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법인세 실적은 생각보다 좋지 않은 편”이라면서 “지난해 (법인세) 105조로 예산 편성했던 시점보다 우리 경기가 좀 더 빨리 둔화됐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성장세가 크게 감소해서 (목표치인 105조에) 도달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세수실적이 조기경보 기준에 해당함에 따라 원인 분석 및 세수 재추계에 들어갔다. 3월 누계 세수실적 진도율이 과거 5년 평균 대비 ±3%p 이상 차이가 나면 세수 재추계를 실시한다. 정부는 다만 재추계한 결과를 공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5, 6월쯤부터는 세수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경기 하방위험요인도 적지 않아 세수 결손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1일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5%로 낮췄고, 한국은행도 최근 올해 성장률이 종전 전망치(1.6%)를 밑돌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우석훈 전 성결대 교수는 “정부가 상반기는 어렵더라도 하반기는 풀릴 것을 예상했는데 문제는 중국 경기가 빨리 살아날 것인지 여부, 최근 한국 외교와 관련해 중국의 무역 보복이 예상돼 전망이 좋지 않다는 점”이라면서 “경기라는 게 결국 중국과 무역수지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나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세수 감소에 따른 국가 예산 및 사업 등에 큰 변화를 줘야 한다. 노동장려금(EITC) 축소 이런 걸 하지 말고 급하지 않은 대규모 사업들을 과감히 미뤄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채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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