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국군의 핵전쟁 지휘 토대 돼야 할 NCG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한미 정상회담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로 26일 워싱턴DC에서 있었다. 한동안 국빈방문 없이 한미 관계는 정체돼 있었다. 한국의 중국 경사와 균형 외교로 한미 관계는 서서히 약화해 왔다. 이번 정상회담은 이런 한미 관계를 복원하고 재건한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단연 핵협의그룹(NCG) 창설이다. 미국은 그동안 자국의 핵무기 사용과 관련해 독자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었으며, 한국과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았다. 주한미군사령부는 미국 핵무기 사용 권한이 없었으며, 핵무기 사용권을 가진 전략사령부는 한국과 협의하지 않았다. NCG를 통해 양국은 미국 핵무기 운용과 관련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작년 한 해 동안 북한의 신형 무기 개발과 ‘핵능력 보유’로 인해 한국은 미국 확장억제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갖게 됐다. 즉, 한국은 한반도 핵균형을 요구했으며 미국은 전술핵 재배치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에서 전략자산의 한반도 적기 전개에 합의한 이후, 한미 양국은 지난해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핵 운용과 관련된 정보 공유, 전략 기획, 협의 절차, 실행 등에서 협력을 강화키로 합의했다. 이번 NCG의 창설은 이러한 일련의 노력과 합의문의 결과로 나온 것이다.

나토의 핵기획그룹(NPG)과 달리 양자 차원에서 이뤄지는 한미 NCG는 양국 간 심층 협의가 가능하다. 또한, 우리의 재래식 무기와 미국의 핵무기 간 연계되는 훈련이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고, 핵무기 운용 기획에 한미 양국이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비록 한국에 전술핵무기는 없지만, NCG에서 우리의 목소리는 NPG 회원국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이번 NCG는 전작권 전환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해준다.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 4성 장군이 연합사 사령관이 될 경우, 한반도 핵전쟁 시나리오에 대응하기 어렵다. 핵전쟁과 관련해서 미국이 독점적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NCG 창설로 인해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이 한반도 핵전쟁 시나리오에 대응하고 지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경제적 성과도 이끌어냈다. 한미 양국 기업의 합작 투자 및 미국 기업체들의 한국 투자가 합의됐다. 물론, 여전히 숙제로 남는 부분도 있다. 한국이 기대했던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 및 반도체법안으로 인한 피해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두 법안은 이미 미국 의회를 통과했으며, 법안 자체에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긴 쉽지 않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 기업도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결국, 향후 유예기간 연장, 미국 내 건설 공장 조기 완공, 배터리 및 광물 등 공급망 다원화 등 다양한 정책적 유연성에 기반해 해법을 찾는 길밖에 없다.

또한, 미국 중심의 공급망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얼마나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지도 향후 근본적인 문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해 우리나라의 첨단 기술 산업체들이 미국 생산 공급망에서 역할해 주기를 바란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국익을 늘리는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의 실질적인 대미 이익이 창출되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