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희미해진 국민의힘…고비마다 尹대통령에게 기대는 무력감

김정률 기자 2023. 4. 2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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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여소야대라는 태생적 한계에 부딪히며 집권 여당으로 존재감을 좀처럼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수적 우위를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입법 독주'에 매번 좌절하며 고비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기대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신 교수는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피해자의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처절하게 당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대통령에게 얘기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면 입법부 대 행정 권력 간 싸움을 붙이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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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관리법 이어 간호법까지 尹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 요청
정부 부담 덜어줘야 할 여당이 정부에 공 넘겨…절박함 부족 지적도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4.2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국민의힘이 여소야대라는 태생적 한계에 부딪히며 집권 여당으로 존재감을 좀처럼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수적 우위를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입법 독주'에 매번 좌절하며 고비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기대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에 대한 부담을 덜어줘야 하는 여당이 오히려 정부에 공을 넘기며 입법부와 행정부의 대결 구도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본회의는 민주당의 입법 폭주 무대가 됐다"며 "우리 당은 앞으로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온몸으로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윤 원내대표는 "하지만 중과부적이다. 오직 국민 여러분의 힘으로 민주당의 불의를 막을 수 있다"며 "당리당략을 위해 국민 분열을 서슴지 않는 민주당을 내년 총선에서 꼭 심판해 달라"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의 이런 발언은 현재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총선 패배로 여소야대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국회에서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이라는 이름만 있을 뿐 사실상 야당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의 타개책은 여론전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압도적 여론을 등에 업고 수적 우위를 앞세운 민주당을 압박해야 하지만 잇단 설화(舌禍) 논란에 발목을 잡히면서 지지율은 답보, 돈 봉투 전당대회 의혹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맞은 민주당과 동률 혹은 뒤처진 수준이다.

국민의힘은 자력으로 타개책을 찾지 못하면서 위기 때마다 윤 대통령에게 기대고 있다. 지난달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양곡관리법이 통과됐을 때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데 이어 간호법 제정안마저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사정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정부·여당의 지지율은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윤 대통령도 언제까지 이런 부담을 떠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양곡관리법의 경우 국가 재정 문제인 만큼 윤 대통령의 결단을 기대할 수 있지만 간호법은 직역간 갈등 문제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마치 의사협회 등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이 될 수 있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물론 애초 소수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 민주주의 가치를 수적 우위를 통해 무시하는 민주당의 잘못도 있지만 협상력 혹은 끝까지 싸워 자신들의 의견을 조금이라도 관철하지 못하는 책임론이 더 크다는 것이다.

실제 국민의힘은 전날 본회의에서도 간호법 제정안 등이 통과될 때마다 퇴장했다. 민주당의 독주에 대한 반대 의사 표시였지만 당 안팎에서는 처절함, 절박함 부족이 묻어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민의힘이 입장이 어떻게 됐든 대통령에게 요청하면 안 된다"며 "결국 국민의힘 본인들의 정치력 부재만 드러내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피해자의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처절하게 당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대통령에게 얘기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면 입법부 대 행정 권력 간 싸움을 붙이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런 국민의힘의 행동 배경에는 정부·여당 간 소통 부재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중진 의원은 "허심탄회하게 대통령실하고 지도부가 의견을 교환하는 분위기가 돼야 하는 데 지금 상황이 그러지 못한 것 같다"며 "간호법이 통과는 됐고 거부권 행사만 남은 상황에서 당이 책임을 지고 끌고 나가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대통령실에서 결단을 내려주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jr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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