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서 끌고 와야지"…'강남 납치·살해' 철저한 계획범행(종합)

김남희 기자 2023. 4. 2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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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이경우 등 살인공동정범 5명 구속기소
유상원 부부, 가상화폐 투자 실패 앙심
황대한·연지호, 살인 실행범으로 포섭
피해자 살해 후 가상화폐 탈취는 실패
檢 "6개월 이상 철저히 준비된 범행"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김수민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 팀장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강남 납치·강도 살인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04.28.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남희 정유선 기자 = 검찰이 '강남 납치·살해' 사건 피의자 7명을 사건 발생 한 달 만에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6개월에 걸쳐 범행을 계획했으나, 피해자의 가상화폐 탈취는 끝내 미수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수민 형사3부장)은 28일 유상원(51)·황은희(49)·이경우(36)·황대한(36)·연지호(30) 등 살인공동정범 5명을 강도살인 및 강도예비죄로 구속기소했다. 이경우·황대한·연지호에게는 사체유기 및 마약법위반(향정)죄도 적용했다.

피해자를 미행하고 감시한 이모씨는 강도예비죄로 구속기소, 피해자에게 사용한 마취제를 제공한 이경우의 아내 허모씨는 강도방조, 절도,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당초 경찰은 주범 5명이 피해자의 남편도 살해하려 했다고 보고 살인예비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남편까지 살해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살인예비죄는 적용하지 않았다.

경찰과 검찰 수사에 따르면 이 사건은 유상원·황은희 부부의 가상화폐 투자 실패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금품을 노린 피의자들이 가세하며 공범은 7명으로 늘어났다.

사실혼 관계인 유상원·황은희 부부는 2020년 10월 피해자의 권유로 가상화폐 '퓨리에버코인(P코인)' 1억원 상당을 구매하고, 투자자를 모집해 30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이듬해 초 퓨리에버코인 가격이 폭락하며 큰 손실을 입자 피해자와 부부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다. 부부는 투자금을 이더리움으로 지급했는데, 이더리움 가격이 폭등하며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컸던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는 이 부부가 시세조종을 했다고 투자자들을 선동해 2021년 3월 강남의 한 호텔에 부부를 감금하고 비트코인 4억원 상당을 빼앗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2022년 7~8월, 주범 이경우는 부부로부터 피해자에게 가상화폐 자산이 많을 것이란 말을 듣고 범행을 제안한다. 부부는 이를 받아들여 같은 해 9월 이경우에게 범행 착수금 7000만원을 지급했다.

이경우는 대학 동기인 황대한을, 황대한은 과거 배달대행업 운영 당시 직원이었던 연지호를 끌어들였다. 황대한·연지호는 3월29일 오후 11시45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피해자의 주거지 부근에서 피해자를 납치해 마취제를 주사해 살해하고 다음 날 대전 대덕구 야산에 암매장해 살해했다.

범행에 사용된 마취제는 이경우의 아내 허씨가 지난해 12월 및 올해 3월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을 1병씩 몰래 빼내 남편에게 전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달 경찰에서 사건을 송치받아 압수물을 전면 재분석했다. 유상원·황은희 부부는 당초 범행을 부인했으나, 이경우를 통해 범행 상황을 보고받은 점이 조사에서 드러났다. 황은희가 구치소에서 작성한 메모에서 투자 실패에 대한 원망 등이 기재돼 범행 동기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한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로 구속된 용의자 3인조 중 이경우(36)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4.09. ks@newsis.com

사건 직후 이경우는 황대한·연지호에게서 피해자 휴대폰 4대 등 소지품을 건네받아 경기 용인의 한 호텔에서 유상원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호텔에서 피해자 계정으로 가상화폐 거래소에 접속하려다 실패하자 휴대전화를 부산 앞바다에 유람선을 타고 나가서 버렸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당시 피해자가 약물 중독 상태라 가상화폐 계정 비밀번호를 잘못 알려줬고, 실제 저장된 액수도 미미했다. 검찰은 이들이 가상화폐를 탈취하려 했다고 보고 정보통신망침해죄도 적용해 기소했다.

일당은 완전범행을 노렸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피해자 납치에 이용된 차량의 블랙박스를 복원해 보니 범행 수일 전 황대한이 연지호에게 "일단 우린 연관성이 없다고 했잖아. 우린 용의 선상에서 배제야, 수사기간도 오래 걸리고"라고 말한 내용이 나왔다.

범행 당일에도 황대한이 이경우에게 전화로 "(피해자가) 가방을 들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어떻게 움직일지 몰라서...집 앞에서 끌고 와야지", "집에 가서 해버리면 되지"라며 사전에 계획한 정황이 담긴 발언을 한 것이 적발됐다.

검찰은 "6개월 이상 철저히 준비된 계획 범행이란 점을 객관적 증거로 확인했다"며 "피고인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경우가 유상원 부부에게서 받은 범행 착수금 7000만원에 대한 추징보전명령을 받아 집행했다. 피해자 유족에게는 범죄피해자 유족구조금과 장례비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newsis.com, ram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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