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헌재 결정문에 '위장탈당'이란 말은 없다?

민형배 "결정문에 위장 탈당 말 없어" 주장…사실일까
헌재, 민 탈당으로 인한 국회법·헌법 위반 명백 명시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한 민형배 의원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기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3.4.2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검찰독재를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때로 돌아가도 똑같이 할 것이다. 내가 탈당한 것은 국민의힘에서 먼저 합의를 깼기 때문이다. 나를 비판하는 민주당 사람들의 정체성이 의심스럽다. 헌재 결정문 어디에도 내가 위장 탈당을 했다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지나친 선동 프레임이다.'

28일 출근길 민형배 의원이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한 내용은 이정도로 요약된다. 민 의원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과정에서 '꼼수탈당' 논란을 빚었다가 전날 더불어민주당 복당이 결정됐다.

전반적으로 대부분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법조 기자로서 특히 거슬렸던 부분이 있었다. 바로 "(헌재 결정엔) 제 행위에 대해서 위장 탈당이라거나 제 탈당 행위에 대한 판단을 했거나 이런 게 전혀 없다. 결정문 어디를 봐도 제 행위에 대해 위장 탈당했다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사실일까. 헌재 결정문을 다시 한번 찾아봤다.

'민 위원은 법사위에서 조정위원회가 구성될 경우 비교섭단체 몫의 조정위원으로 선임되어 민주당 소속 조정위원들과 함께 조정위원회의 의결정족수를 충족시킬 의도로 민주당과 협의하여 민주당을 탈당하였고'

'법사위 위원장은 (중략)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심사보고나 실질적인 토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채 그 조정안의 내용 그대로 이 사건 개정법률안의 가결을 선포한 것이다'

'이는 (중략)국회법 제57조의2 제4항을 위반한 것이고, (중략)국회법 제57조의2 제6항의 기능을 형해화한 것이며, (중략)국회법 제58조도 위반한 것이다. (중략)헌법 제49조도 위반하였다'

재판관 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의 전부 인용의견이다. 일부 인용 의견을 낸 이미선 재판관의 이 부분 의견은 다수의견과 같은 취지라 생략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자리해 있다. (공동취재) 2023.3.2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위장 탈당'이란 단어 자체는 없는 게 맞다. 그러나 결정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민 의원이 민주당과 짜고 안건 조정위를 무력화시킬 의도로 탈당을 했다. 그로 인해 실질적 토론 없이 개정법률안이 가결 선포된 것은 헌법과 국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명백하게 읽힌다. 위장탈당이라는 단어가 안 나온다고 헌재가 위장탈당을 인정한 건 아니라는 건 지나친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이다.

민 의원은 인터뷰에서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법과 헌법을 어긴 것이 명백하다는 헌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상황에 처한다면 다시 또 위헌, 위법인 행동을 하겠다고 당당하게 밝힌 것이다. 부끄러움이 없는 수준을 넘어 헌재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다.

민주당은 이런 민 의원을 대의적 결단으로 입법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복당시켰다. 헌재 결정 이후 민주당은 한동훈 법무부장관에게 '검수완박' 입법 유효 결정이 나왔으니 헌재 결정 취지를 존중해 시행령으로 넓혀놓은 검찰 수사권을 법 취지에 맞게 고치라고 요구하고 있다. 과연 민주당이 한 장관에게 헌재 결정 취지를 존중하라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을까.

ho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