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인 7명 기소…"코인 인출 시도 실패 후 살해"(종합)

30억대 코인 투자 손실로 앙심 품어
피해자 코인 계좌 노린 공모 살해 결론
범행 6개월 전부터 치밀하게 공모
살해 후 코인 계좌 접속해 탈취 시도
미수에 그친 뒤 피해자 사망한 것으로 추정
구치소 메모 "검찰 추궁에 굴복하면 안돼"
검찰 "중형 선고토록 철저히 공소유지"

연합뉴스

서울 강남 40대 여성 납치·강도살인 사건은 5명의 피의자가 범행 6개월 전부터 치밀하게 공모해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수십억원대 가상화폐(코인) 투자 손실을 본 피의자들이 앙심을 품고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피의자들은 납치한 피해자 코인 계좌에서 코인을 인출하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피해자 사망 추정 시각은 그 직후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수민 부장검사)은 유상원(51)·황은희(49) 부부, 이경우(36), 황대한(36), 연지호(30) 등 5명을 강도살인 및 강도예비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유씨 부부는 2020년 10월 피해자 A씨 권유로 30억원이 넘는 돈을 P코인(퓨리에버)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투자 유치를 포함해 총 31억원어치의 이더리움을 투자해 P코인으로 바꿨는데 투자 직후 P코인 가격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2020년 11월 1만원을 웃돌던 P코인이 2021년 3월쯤에는 700원대로 폭락했고, 같은 기간 이더리움은 코인 1개당 가격이 60만원대에서 250만원대까지 4배 넘게 올랐다. 검찰 관계자는 "투자한 코인이 폭락했을뿐 아니라 이더리움이 급등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재력가 부부 유상원(왼쪽)과 황은희가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유씨 부부가 P코인 폭락의 책임을 두고 송사를 벌이던 A씨에게 앙심을 품고 이경우와 손을 잡은 것으로 본다. 먼저 범행을 제안한 것은 주범 이경우다. 이경우는 2022년 7~8월쯤 유씨 부부를 찾아가 "A씨를 납치해 보유한 코인을 뺏고 살해하겠다"고 말했고 유씨 부부는 이를 받아들여 그해 9월 착수금 명목으로 7천만원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헬스장 사업과 코인 투자 등에 연거푸 실패한 이경우는 유씨 부부로부터 "A씨가 많은 코인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후 A씨 코인을 빼앗고 살해해 유씨 부부의 환심을 산 뒤 함께 코인 사업을 하려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을 결심한 뒤에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지인 황대한, 연지호 등을 끌어들였다고 한다.

공범들은 범행 당일 만나기도 했다. 지난 3월 30일 황대한과 연지호는 A씨 납치 직후인 오전 12시 30분쯤 곧바로 이경우에게 연락했고 이경우는 그 즉시 유상원·황은희 부부에게 범행 상황을 보고했다.

이경우는 황대한·연지호와 범행 직후 만나 피해자 휴대전화 4대 등 소지품을 건네 받았고, 유상원은 경기도 용인의 한 호텔에서 이경우와 만나 A씨 휴대전화를 통해 코인 등 자산을 빼내려고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이들은 약물에 취한 피해자를 협박해 코인 거래소 계정 비밀번호를 알아냈지만 잘못된 정보로 로그인에 실패했다. 이후 3시간에 걸쳐 피해자 개인지갑에 접속을 시도하고 관련 암호 코드 등을 입력했지만 결국 코인을 빼내지 못했다. 피해자의 사망 추정 시각은 오전 4시30분부터 6시25분 사이다. 공범들이 코인 확보에 실패한 직후 피해자가 숨진 셈이다.

황은희는 피해자의 코인 탈취 시도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유받았고 범행 다음날인 3월 31일 이경우 아내로부터 A씨 휴대전화 등 소지품을 건네받아 그 다음날 부산 앞바다에 버려 증거를 은닉했다.

검찰 전담수사팀은 살해 공범들과 피해자 사이 벌어진 민·형사 소송 20여건을 면밀히 분석하고, 휴대전화와 태블릿PC, 차량 블랙박스 등을 재포렌식해 자료를 전수분석했다. 또 현장검증과 구치소 등 압수수색,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사건의 전말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특히 구치소 압수수색을 통해 황은희가 수감 중 작성한 범행 관련 메모를 다수 확보했다고 한다. 검찰이 확보한 메모에는 '검사의 추궁에 굴복하면 안 된다', '변호사 상의 없이 절대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겠다', '코인 투자 실패에 대해 피해자를 향한 원망' 등 내용이 담긴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강남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3인조. 왼쪽부터 이경우(36), 황대한(36), 연지호(30). 류영주 기자·서울경찰청 제공

검찰은 이경우가 유씨 부부로부터 수수한 범행자금 7천만원을 추징하기 위해 이경우 계좌와 코인 거래소 계정 등을 추징보전했다.

검찰은 이경우의 배우자 B씨도 강도 방조, 절도,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B씨는 이경우에게 범행 도구로 사용된 주사기와 마취제를 건넨 혐의다. 황대한 지인 C씨는 2023년 1월부터 범행 직전까지 피해자 A씨를 따라다니며 미행하고 감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관계자는 "치밀한 보완 수사를 담당한 검사가 직접 향후 공판에 관여해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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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태헌 기자 sia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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