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위협 정당 현수막은 지정 게시대에만...인천시 ‘뚝심’ 통하나

지홍구 기자(gigu@mk.co.kr) 2023. 4. 2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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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정당 현수막에
보행·안전 운전 ‘비상’
인천시, 지정 게시대만 게시
가능한 조례 개정 추진
5월 인천시의회 통과 목표
이르면 6월 시행 가능
행안부 “법 위임 범위
이탈 가능성” 재의요구 시사

지난 2월 13일 오후 9시께 인천시 연수구 송도 5동 행정복지센터 사거리 앞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고 가던 20대 대학생 A씨가 정당 현수막 줄에 목이 걸려 넘어졌다.

A씨는 목 부분에 2~3cm 찰과상을 입었다. 연수구가 사고 원인이 된 현수막을 확인한 결과 줄이 성인 목 높이 정도로 낮게 설치돼 있었다.

정당 현수막이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당 정책·정치적 현안 관련 광고물이 지자체 허가나 신고 없이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도록 한 옥외광고물법이 시행되면서다.

이후 인천에서만 지난달 8일 기준 636건의 정당 현수막이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심 곳곳에 설치됐다.

현수막 크기도 제각각인 탓에 안전사고 위험은 늘 도사리고 있다.

차량 운전자들은 현수막이 시야를 가려 사거리 등에서 건널목을 건너려는 시민을 칠 뻔한 아찔한 순간이 반복되고 있다.

인천 기초단체와 인천시에서는 “현수막이 사각지대를 만들어 안전 운전을 위협한다”, “일반인은 지정 게시대에 돈을 내고 다는데 왜 정당은 왜 아무 데나 다나. 형평성에 어긋난다” 등 불만 민원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현수막 내용이 너무 자극적이어서 피곤하다”는 불만 전화도 적지 않다.

정당 현수막이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정치적 비방, 선전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과 정부도 정당 현수막 게시의 문제점을 주시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야 간사인 이만희 의원(국민의힘)과 김교흥 의원(민주당)은 지난 4일 ‘정당 현수막 관리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며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도 국회와 머리를 맞대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의 법 개정 움직임과 별개로 인천시는 정당 현수막을 지정 게시대에만 걸 수 있는 조례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당 현수막이 보행 안전 등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마냥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인천시의회 임시회가 열리는 다음달,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상범 인천시 시정혁신관은 “정당 현수막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행안부에서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국회와의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시민 보행 안전 확보 등을 위해 정당 현수막은 별도로 설치하는 ‘정당 현수막 지정 게시대’에 게시하도록 조례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 계획대로 관련 조례 개정안이 5월 19일 인천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6월부터 시행이 가능하다.

다만 지정 게시대 이용을 골자로 하는 조례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행정안전부가 의견 검토 과정에서 재의를 요구하면 시행 로드맵은 달라질 수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해당 지자체로부터 의견 검토를 받을 때 재의 요구를 하겠다는 입장이 선 것은 아니다”면서도 “정당 현수막을 지정 게시대에만 게시하도록 할 경우 법의 위임범위를 이탈할 가능성이 있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무분별하게 내걸린 정당 현수막으로 인해 보행 사고 등 안전 사고 위험이 높아지자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마련해 조만간 확정할 예정이다.

현재 인천시 10개 군·구에는 4332개 현수막을 걸 수 있는 956개의 지정 게시대가 있다.

인천시는 올해 7억6000만원을 투입해 강화군·옹진군·중구·연수구·부평구·계양구 등 6개 기초단체에 147개(398개 현수막 게시 가능)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서구 등 4개 기초단체는 인천시의 사전 수요 조사에 응하지 않아 추가 설치 지역에서 제외됐다.

인천 시내에 내걸린 정당현수막 <자료=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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