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천재, 수학의 언어로 자연을 말하다[책과 삶]
시간과 공간을 숫자로 들여다 봐
움직이는 모든 물체의 운동 설명
유명한 뉴턴 제2법칙 ‘F=ma’는
우주의 운동 응축한 한편의 ‘시’
후손 인류에게 ‘수학의 힘’ 선물
프린키피아
아이작 뉴턴 지음·박병철 옮김 | 휴머니스트 | 960쪽 | 6만6000원
자연과 그것의 법칙은 어둠속에 있었다.
신이 “뉴턴이 있으라”하자 모든 것이 밝아졌다.
아이작 뉴턴에게 바치는 시인 알렉산더 포프의 헌사다. 찬사가 과하다고 느껴진다면 과학의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 볼 수 있다. 뉴턴은 단순히 근대물리학의 창시자(물론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업적이다)에 불과하지 않다. 지금도 우리는 뉴턴이 만든 프레임으로 자연을 보고 과학기술을 연구하기 때문이다. 뉴턴은 근대과학의 설계자다.
뉴턴은 1642년 영국 울즈소프에서 태어났다. 뉴턴은 재혼한 부자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아 케임브리지 대학을 혼자 힘으로 다녀야했다. 학비를 벌기 위해 각종 알바는 물론, 대부업까지 했다고 한다. 1665년 흑사병이 창궐하여 케임브리지에서만 700명이 사망하자 학교는 문을 닫았고, 뉴턴은 고향으로 돌아가 2년 여 동안 독학으로 운동법칙과 중력이론, 미적분한, 광학의 이론적 기초를 완성한다. 역사가들은 뉴턴의 창조성이 폭발한 1666년을 기적의 해라고 부른다. 뉴턴은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자신의 놀라운 연구결과를 20년 가까이 발표하지 않다가, 1687년에야 <프린키피아>라는 책으로 출판한다. <프린키피아>의 원제는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다. 이 책의 키워드는 ‘수학’이다.
주변을 한번 둘러보라. 책상, 고양이, 나무, 사람, 산, 자동차 등 수많은 물체들이 보일 것이다. 이들은 정지해있거나 움직인다. 자연은 물체와 그 물체의 운동으로 구성된다. 이게 세상의 전부다. 자연철학의 아버지라 할 만한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물체는 네 가지 원소의 조합으로 되어있고, 각 원소는 자연스러운 위치를 가진다고 했다. 돌이 높은 곳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것은 돌을 이루는 원소의 자연스러운 위치가 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릴레오는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자연을 보려고 했다. 떨어지는 동안 돌의 위치를 시간에 따라 숫자로 표시해본 것이다. 그러자 포물선 모양의 이차곡선이 얻어졌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자연은 수학으로 기술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돌이 떨어질 때 5초 후 어디에 있을지 알려주는 수학이론을 만들 수 있을까? 갈릴레오의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뉴턴의 <프린키피아>다.
<프린키피아>는 수학책처럼 ‘정의(定義)’로 시작한다. 질량, 운동량, 관성, 힘, 구심력 등에 대한 정의가 끝나면, 유명한 부가설명이 나온다. 여기서 뉴턴은 시간과 공간을 다루지만, 따로 정의하지 않는다. 이는 탁월한 결정인데, 왜냐하면 아직도 시간과 공간의 정확한 정의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신 뉴턴은 실제적이고 수학적인 절대적 시간과 공간을 이야기한다. 사실 뉴턴 시대의 사람들에게 시간이란 지구의 자전으로 낮밤이 바뀌거나 지구의 공전으로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는 것이었다. 뉴턴은 지구의 운동과 상관없는 숫자로서의 시간을 말한 것이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은 완전히 주기적이지 않기 때문에 자연의 법칙을 세울 토대로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공간도 마찬가지다. 완벽하게 수학적인 시간과 공간은 이제 수학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오늘날 우리에게 시간은 당연히 숫자다. 이런 개념을 처음 제시한 사람이 바로 뉴턴이다.
정의에 이어 ‘공리’가 나온다. 공리란 증명하지 않고 옳다고 가정할 명제다. 원래 수학은 공리로 끌어낸 모든 참인 명제를 찾는 것이다. 뉴턴은 세 가지 공리를 제시했는데, 오늘날 우리는 이것들을 ‘법칙’이라고 부른다. 뉴턴의 제2공리, 아니 제2법칙은 ‘F=ma’로 쓸 수 있다. 불과 4개의 문자로 되어 있지만, 원리적으로 자연에서 움직이는 모든 물체의 운동을 설명한다. 우주의 운동 전체를 수식 하나로 응축했다고 볼 수 있어, 나는 이것을 우주의 시(詩)라고 부른다. 이번에 새로 번역된 <프린키피아>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수식이기도 하다. 뉴턴의 제2법칙은 미적분과 관련된다. 하지만 뉴턴은 미적분 없이 기하학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이론을 설명한다. 그래서 미적분에 익숙한 우리가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이어지는 1권에서는 운동법칙을 이용하여 다양한 운동을 다루고, 2권에서는 유체역학, 3권에서는 행성, 위성, 조수, 혜성과 같은 자연현상을 정량적으로 멋지게 설명한다.
<프린키피아>는 물리학자에게도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과학사에 흥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이 책으로 뉴턴역학을 배울 이유도 없다. 하지만 <프린키피아>는 자연이 수학으로 기술된다는 것을 보인 기념비적인 저작이다. 수학은 자연의 언어다. 자연을 이해하려는 자는 수학을 알아야한다. 전 세계의 학생들이 수학 때문에 고생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주에 로켓을 쏘거나, 전기차를 제작하거나,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면 수학이 필요하다. 수학의 미덕은 언제나 정확한 답을 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도 수학처럼 정확한 답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뉴턴은 이성(理性)의 힘으로 자연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 자연을 이해하면 그것을 이용하고 통제할 수 있다. 이것은 원래 신의 영역이었다. 이렇게 서양은 다른 어떤 문명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가기 시작했다.
뉴턴의 장례식 후 철학자 볼테르가 남긴 글이다.
“역사상 누가 가장 위대한가? 알렉산더인가, 카이사르인가, 칭기즈칸인가? 물어볼 것도 없이 뉴턴이다. 우리가 존경을 보내야 할 사람은 우리를 폭력에 의해 노예로 삼은 이들이 아니라 진리의 힘으로 다스린 뉴턴이기 때문이다.”
어떤 책은 의미와 가치 때문에 소장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울 때가 있다. <프린키피아>가 바로 그런 책의 하나다. 1000 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꼼꼼히 번역하신 박병철 선생님과 얼마나 팔릴지 알 수 없는 이런 책을 용감하게 출판한 휴머니스트 출판사에게 물리학자이자 책을 사랑하는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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