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뢰인 비밀 보호권, 올가을까지는 입법화해야”

내년 총선 앞둔 올해가 도입 적기
예외 조항 통해 우려 불식 가능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임기 내 이루고 싶은 성과로 ‘변호사의 의뢰인 비밀보호권(ACP·Attorney-Client Privilege) 도입’을 꼽았다. ACP는 의뢰인과 변호사 간 의사교환 내용에 대해 비밀을 보장받을 권리를 명문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변호사는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발설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강제 수사에 나설 경우 맞설 방법이 없어 변호사업계를 중심으로 입법 요구가 계속됐던 사안이다.

김 변협회장은 “해외 주요 국가들은 ACP를 제도적으로 보장해 의뢰인으로부터 들은 비밀은 유지할 수 있는 의무와 권리가 있다”며 “반면 한국은 비밀보장 권리가 없어 국민의 변호인 조력권이 직접 침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미국,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나라마다 세부적인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변호사의 비밀유지를 의뢰인에 대한 의무이면서 제3자에 대해서는 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로 명문화했다.

김 변협회장은 “올해 가을까지 꼭 입법하는 게 가장 이른 시일 안에 이뤄야 할 목표”라고 했다. 내년 4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만큼 올해가 적기라는 판단이다. 현재 ACP를 명문화하는 변호사법 일부개정안 3개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조응천·황운하·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으로, 세부 내용은 조금 다르지만 의뢰인의 승낙이 있는 경우 중대한 공익상 필요 등을 제외하고 변호사와 의뢰인 간 의사교환 내용에 대해 공개·제출·열람을 요구할 수 없도록 하고, 이를 위반해 수집된 증거는 쓸 수 없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변호사업계의 숙원과도 같은 ACP는 지난해 12월 대장동 개발 비리 주범으로 지목된 김만배 씨의 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수사하는 검찰이 김씨 변호 로펌을 압수수색하며 재점화됐다. 당시 변협회장 후보였던 그는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것은 사법제도의 근간을 흔든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전했다. 앞서 2016년 롯데그룹 경영 비리를 수사하던 검찰이 조세 문제를 자문했던 로펌을 압수수색하는 등 기업 사건에서도 특히 논란이 많았다.

반면 수사기관은 ACP를 과도하게 인정할 경우 기업이 로펌을 ‘자료도피처’로 악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로펌이나 소속 변호사가 불법에 가담한 경우라면 무조건적인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변협회장은 ACP를 도입하되 일부 예외 조항을 만든다면 이 같은 우려도 해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법률이 있고 예외 조항에 해당하면 비난이 없겠지만 지금처럼 법률이 없으면 오히려 예외 조항에 해당할 것들도 항상 (수사기관이) 비난을 받는다”며 “(검찰과 법무부에) 어떤 예외가 필요한지 의견을 달라고 설득하겠다”고 했다. 유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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