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의 공익과 영리 균형 잡는 게 내 사명”

2023. 4. 2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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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업무영역 확대 위해 노력
비밀유지권 제정 정부·국회 설득
법률보험으로 갈등 비용 낮출 것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지난 4월 17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실에서 “법조 영역에서는 변호사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는 사회적 의무가 있다”며 ‘로톡 논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임세준 기자

지난 1월 임기 2년의 제52대 대한변호사협회장에 당선된 김영훈 변호사는 헤럴드경제와 만나 공공성과 독립성 그리고 영리성의 확대라는 세 축의 균형을 강조했다.

개인사업자 또는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로 급변하는 시대에 새 먹거리를 발굴해야 하는 변호사들의 현실과, 동시에 우리나라 법조를 책임진다는 사명감과 책임감 사이 균형점을 찾는 것이 후배 법조인들을 위한 책임이라는 소신이다.

-임기 동안 중점을 둘 분야는.

▶법률시장에서 공공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영리성을 어느 정도 더 확장할 것인지가 근본적인 문제다. 또 법조인들이 국제적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사회 전반에 법치가 확산돼야 하고 특히 경제, 산업계에도 법치가 확산될 수 있도록 폭넓게 활동하고자 한다.

산업계의 경우 계약을 할 때나 소송을 해결하는 차원뿐만 아니라 상장할 때도 종합적인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 체육계나 연예계도 마찬가지로 법치를 확산하려면 영역별로 변호사들의 진출이 늘어야 하고, 이들이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표준 모델도 찾아내야 한다.

-부동산 중개시장 진출 시도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잘 안 됐다.

▶부동산 중개업무를 변호사가 겸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 있었다. 하지만 중개업무를 법률행위와 별개의 것으로 볼 것인지, 또 법률 검토 플러스 중개 이렇게 광고만 제한되는 것인지 정확히 정리된 건은 아닌 것 같다.

지금 변호사들은 동업도 제한이 된다. 다른 자격사들과는 고용 형식으로만 하든지, 아니면 별도로 업무를 분리해서 진행하고 보수도 별도로 해야 한다. 변호사가 대표로 받아 분배가 안 되는 게 지금까지 구조다.

(타 영역과) 동업을 허용해 발생할 수 있는 공공성 침해는 충분히 경계하면서도 최대한 자율적으로 업무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기존 틀로만 재단하는 것은 더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또 변리사, 세무사 같은 제도도 변호사를 중심으로 제대로 발전돼야 한다. 예전에 변호사 수가 적을 때 임시로 만들었던 자격증이 지금도 통합이 안 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과정의 전문화·다양화를 통해 직역들을 하나로 통합하자는 공약도 내세웠다.

-로스쿨 도입이 10년을 넘었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법조인의 기본 배출 방식이 시험에서 교육으로 바뀌었다. 전문적 기관을 통해 교육하고, 자격을 갖춘 분들이 시험을 보고 합격하는 체제는 굳어진 것 같다.

다만 유사 직역 통합은 아직 안 되고, 변호사만 늘리는 바람에 적정 숫자 논란은 여전하다. 세무사나 변리사 등 유사 직역 전체를 모아 수요와 공급을 생각해야 하는데 아직은 마구잡이로 각 분야에서 알아서 숫자들이 나온다.

변호사들이 다양한 활동을 한다는 전제하에 로스쿨 체계를 만들었는데 과거보다 활동 영역이 다양해졌나에 대해선 의문이다. 오히려 업무장벽이 생겨 작은 회사들이나 소상공인에 대한 상시적 서비스를 못하고 있다.

로스쿨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학부 전공을 보면 공과대학 출신이 많이 늘었다. 하지만 이런 분들이 변리사 업무를 하고 싶으면 별도로 시험을 치러야 하는 구조다. 로스쿨 도입할 때 취지는 어디로 갔는지 묻고 싶다.

-인터넷 여론이 활성화되면서 특정 사건을 담당하는 변호사들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크다.

▶너무 진영 논리로 접근하는 측면이 있다. 당사자와 대리인 또는 변호인을 구분해서 봐야 하는데 너무 동일시한다. 변호인, 대리인은 당사자가 주장하는 것 중에서도 논리에 맞지 않거나 사실관계에 어긋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심지어 당사자와 도저히 서로 견해가 맞지 않으면 사임하기도 한다. 그런 과정들에 대해 이해가 너무 없으면 동일시하고 비난할 수도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선 변호사의 입장을 이해해 달라. 변호사는 최대한 자신이 맡은 당사자의 이익을 지키는 쪽으로 하는 것이다. 이런 구조를 사회적으로 이해시키려는 노력해야 한다. 변협도 노력할 것이고, 언론에서도 어떤 사건을 보도하거나 이럴 때 염두에 두고 보도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특정 종교단체 재판 과정에서 변호사가 신도냐 하는 논란도 있었는데.

▶물론 변호사들도 무리한 부분들이 있다. 청년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 기회가 있으면 ‘너무 동화되지 마라. 변호사가 냉정함을 유지해야 당사자 이익도 더 잘 지킬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열정이 지나치면 동화되는 부분도 있어 변호사들도 스스로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다.

-소위 ‘로톡 논란’,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대하는 변호사들에 대한 비판이 있다.

▶전문가의 업무이기에 단순 가격경쟁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특히 법조 영역에서는 변호사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는 사회적 의무가 있다.

플랫폼산업은 결국 영리성을 극대화하는 것이기에 사회적 의무 차원에서 고려도 필요하다. 대한변협 회원 변호사들은 과장, 허위광고 시 바로 징계하는데 (로톡과 같은) 플랫폼업체가 하는 과장·허위 광고가 있을 경우 막을 방법이 없다. 이렇게 통제가 안 되는 플랫폼이라면 이용 자체를 금지할 수밖에 없다.

대신 국민에게 변호사들의 정보를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제공하기 위해 공공플랫폼 ‘나의 변호사’를 론칭했다. 상시적 정보제공자만 이미 6000명이 넘는다. 사설 플랫폼 1위라고 자칭하는 곳보다 2배 이상 정보가 풍부하다. 국민에 대한 정보제공이나 편의성 향상 등 대한변협 자체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챗GPT가 화제가 되면서 법률적 지식이나 변호사의 기본 업무도 대신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문제는 입력되는 정보 중 허위 정보도 그럴듯하게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AI나 챗GPT가 발달해도 최종적으로 전문가가 종합해서 판단해 내보내는 역할은 필요하다. 전문가들이 편리하게 활용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다. 수많은 판례 중 필요한 것을 찾는 것도 AI가 더 빠를 수 있긴 하지만 아직은 인간이 좀 더 경쟁력이 있지 않겠나 싶다.

-대중문화 속에 비친 변호사, 법조인에 대해서 어떻게 보는지.

▶사회에서 변호사들에게 어떤 것을 바라는지 제작자나 시나리오작가들이 잘 알고 있다. 드라마 ‘우영우’ 같은 경우 각각 다른 변호사가 나온다. 공익에 치중하는 분, 사익에 치중하는 분, 냉철한 분, 정서가 풍부한 분 등 변호사의 다양한 모습을 잘 그린 것 같다.

이상과 현실이 차이나는 부분이 있지만 다양한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는 기본적으론 좋아한다. 관심이 있어야 더 좋은 인재들이 많이 온다. 지금 변호사 전체 평균 수입은 20~30년 동안 정체되고 심지어 마이너스가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로스쿨 진학 경쟁률은 계속 유지되는 것을 보면 변호사가 아직 선망의 대상인 것 같다.

다만 언제든지 직업적 매력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있어, 이런 부분에서는 후배들을 위해 특히 선배들, 또 대한변협이나 지방변협 차원에서도 노력하고 있다.

-2년 임기 동안 특히 성과를 내고 싶은 분야는.

▶시간은 걸리겠지만 완수까지는 못해도 시작해야 하는 것이 ‘법률보험’이다. 독일은 전 가구 절반 이상이 가입해 사회갈등 해소비용이 우리보다 훨씬 낮다. 이웃 간 다툼이나 기업체 간 거래, 소상공인과 소비자 거래도 마찰이 생기면 법률보험 가입 당사자들은 교통사고보험 부르듯 변호사의 도움을 얻으면 된다. 비용 대비 사회적 갈등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더 크다.

법률보험 도입을 위해 지난 2년간 변호사공제재단 설립을 추진해왔다. 법률보험 개발 및 여러 활동을 뒷받침하겠다.

-공제는 회원 변호사들의 리스크 경감 목적도 포함하나.

▶그렇다. 공제비를 따로 받는 건 아니고 변협 자체 예산에서 5억원씩 5년 정도 출연할 예정이다. 회원들이 업무를 처리하다 실수로 배상해야 할 책임이 생길 때 의뢰인과 중재도 해주고 최종적으로 배상도 해주는 등 변호사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과 국민 전체에 대한 법률복지 증대활동 등을 하려고 한다.

최정호·유동현 기자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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