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INSIDE] 여기어때 매출 급성장 비결은 회계?···재무제표 들여다보니
거래액을 실적에 반영해 몸집 키운 효과
광고 600억 썼어도 수수료 1000억 수준
국내 숙박 예약 플랫폼 '여기어때(운영사 여기어때컴퍼니)'가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객실판매수입의 증가가 실적 향상의 주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객실판매수입은 여기어때가 직접 숙박업체로부터 객실을 매입해 판매하는 것으로, 수수료 뿐만이 아니라 매입 원가를 포함한 거래액 전체가 매출로 잡히면서 외형이 커진 것처럼 보이게 된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여기어때는 지난해 전체 매출 3059억 원의 43.5%인 1331억 원이 객실판매수입인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어때는 매년 비슷한 비중으로 객실판매수입을 매출에 반영해 왔다. 2021년 객실판매수입은 854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41.6%였다.
객실판매수입은 여름 성수기에 객실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예약 플랫폼 업체가 숙박업체로부터 직접 매입해 소비자에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수수료가 아닌 매입 원가가 포함된 거래액 전체를 매출로 계산하면서, 전체 매출이 상대적으로 커 보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지난해 객실판매비용이 1102억 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뺀 실질적인 매출인 수수료는 229억 원 수준이다. 지난해 여기어때는 전년 대비 1000억 원 수준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는데, 해당 매출 중 객실판매비용을 제외하면, 사실상 지난해 매출 성장은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어때의 객실판매수입은 경쟁사인 야놀자(528억 원)와 비교해도 2배 이상 많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유독 높다. 지난해 야놀자의 객실판매수입은 전체 매출(플랫폼 부문 별도 재무제표 기준)의 14.5%, 2021년에는 13.4% 수준이다.
일반기업 회계기준에 따르면 판매자와 소비자 양쪽을 연결하는 플랫폼 기업은 대부분 수수료를 매출로 처리한다. 판매 상품이나 용역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을 판매자가 지기 때문이다. 다만 플랫폼 기업이 판매 상품의 주요 책임이나 위험을 부담한다면 전체 거래가를 매출로 잡을 수 있다. 즉 여기어때가 숙박업소를 대신해 객실 판매 가격 등을 결정 하거나 손상에 따른 위험을 부담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플랫폼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또 다른 지표 중 하나인 예약 수수료 매출에서는 여기어때가 야놀자보다 크게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여기어때의 예약 수수료 매출은 1095억 원 수준인데, 이는 야놀자의 2004억 원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여기어때가 밝힌 지난해 전체 거래액은 1조 5000억 원으로 예약 수수료 관련 거래액은 야놀자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어때는 지난해 광고선전비로 역대 최대 규모인 617억 원을 집행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했다. 617억 원의 광고선전비는 2021년(469억 원)보다 31%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여기어때는 미래에셋캐피탈 등으로부터 5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신규 투자유치 규모 이상을 마케팅에 투입한 셈이다.
여기어때는 이를 통해 전체 수수료 매출 1324억 원(예약 수수료와 객실판매 수수료를 더한 금액)을 달성하면서 전년 대비 59% 성장했다. 광고선전비 증가 속도보다 수수료 매출 증가가 더욱 빨랐다는 점에서 과감한 비용 집행을 통한 목표 달성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난해 야놀자는 여기어때의 절반에 못 미치는 306억 원의 광고선전비를 집행했고, 2079억 원의 전체 수수료 매출을 달성했다.
올해도 여기어때가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광고선전비를 지출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주주인 영국계 사모펀드(PEF) CVC캐피털이 경영권 매각을 타진하고 있는 만큼 각종 비용통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반면 야놀자가 이 같은 상황을 겨냥하고 올해 광고선전비 집행을 늘린다면, 여기어때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객실판매수입이 증가한 것은 특별한 이유는 없고, 우리만의 전략이었다"고 "올해 광고선전비 집행 계획은 대외비"라고 말했다.
류석 기자 ryupro@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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