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거대한 운명의 눈' 등 무대 변화 황홀…국립오페라단 '맥베스'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손끝부터 시작해 점점 붉게 물들어가는 맥베스와 레이디 맥베스의 의상. 운명을 상징하는 빨간 실과 실을 희롱하는 세 마녀….
젊은 거장 연출가 파비오 체레사가 만들어낸 국립오페라단 '맥배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상징으로 가득했다. 특유의 세련된 연출로 셰익스피어의 4대비극 중 하나인 이 작품을 현대인의 취향에 꼭 맞게 재탄생시켰다.
막이 오르면 '거대한 운명의 눈'을 형상화한 무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곳에 춤 추는 세 명의 마녀가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운명의 세 여신'이다. 첫번째 마녀는 인생의 실을 뽑고, 두번째 마녀는 운명을 할당한다. 세번째 마녀는 정해진 때가 되면 거침없이 실을 자른다.
파비오 체레사는 무대 위를 마녀들이 행위하는 비물질계로, 무대 앞(프로시니엄)을 인물들이 행위하는 현실 세계로 설정했다. 하지만 이 두 공간은 서로 동떨어진 세계가 아니다. 끊임없이 상호 침투한다. 눈꺼풀을 잠깐 감았다 뜨듯 무대는 열림과 닫힘을 반복하지만 언제나 존재한다.
극은 순백의 의상을 입은 맥베스와 방코가 마녀들을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들은 맥베스가 글라미스의 영주에 이어 코더의 영주, 이후 왕이 될 것이라 예언한다. 방코에게는 그의 자손이 왕이 될 것이라고 한다.
마녀들이 사라지고 맥베스는 코더의 영주에 임명됐다는 전갈을 받는다. "방금 두 개의 예언이 이루어졌어. 세번째는 나에게 왕좌를 약속한 것인데... 그런데 왜 내 머리칼이 쭈뼛 서는 거지. 피의 생각, 어디서 오는가." 2011년과 2015년에 독일 뉘른베르크 국립오페라극장에서 맥베스 역할을 맡아 주목받았던 바리톤 양준모가 탄탄한 발성과 표현력으로 관객들을 매혹시킨다.
눈부시게 흰 의상을 입은 레이디 맥베스는 남편이 왕이 된다는 예언을 받았다는 편지를 받는다. 맥베스의 영지에 던컨왕과 귀족들이 머물게 되자 그녀는 남편에게 왕을 죽이라고 한다. 욕망에 빠진 레이디 맥베스를 연기하는 임세경의 섬세하고 힘찬 고음과 기교가 인상적이다.
맥베스는 겁에 질린 채 왕을 시해하고, 레이디 맥베스는 단검에 묻은 피를 병사에게 묻혀 죄를 덮어씌운다. 두 사람의 흰 장갑 끝이 붉게 물든다. 마치 피가 스며든 듯.
던컨왕이 죽는 장면도 상징 그 자체다. 왕이 무대 오른쪽에서 나와 왼쪽 끝으로 걸어가고 '거대한 운명의 눈' 속 보름달이 초승달로 변하더니 사라진다. 무대는 어두워진다. 죽음 후에 던컨왕은 무대 위 비물질계에 나타나고, 세 마녀는 그의 황금빛 옷과 왕관을 벗긴다.
맥베스는 예언대로 왕위에 오른다. 하지만 방코의 후손이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은 그를 끊임 없이 괴롭힌다. 멕베스는 끝내 암살단을 보내고, 방코는 아들을 위기에서 탈출시키고 홀로 죽음을 맞는다. 방코역을 맡은 박종민의 파워풀한 저음이 압도적이다.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던 맥베스는 마녀들을 찾아간다. 마녀들은 "맥더프가 너를 신중히 바라보고 있구나", "여자에게서 태어난 자는 너를 해치지 못하리", "비르남의 숲이 다시 모여 너를 대적할 때까지 아무도 너를 대적할 수 없다"는 3가지 예언을 전한다. 맥베스 부부는 다시 맥더프 가문의 씨를 말리는 살인에 나서고, 더욱더 붉고 화려해져간다.
맥더프는 복수를 위해 던컨 왕의 아들인 말콤과 결탁한다. 비르남숲의 나뭇가지를 꺾어 군인들을 위장시키고 맥베스를 향해 돌격한다. 레이디 맥베스는 신경쇠약과 몽유병에 시달리다 결국 숨을 거둔다. 맥더프는 "나는 여자에게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배를 가르고 나온 자"라며 맥베스를 죽인다. 멕더프와 말콤, 병사들이 '승리의 합창'을 부른다. 관객들도 환호를 보낸다.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4대비극 중 하나다. 셰익스피어가 400년 전 글을 쓰고, 베르디가 200년 전 오페라로 만든 명작이다. 하지만 10번 가량의 무대 변화와 러브스토리의 부재로 지금까지 국내 오페라무대에서는 만나보기 힘들었다.
국립오페라단과 파비오 체레사는 이같은 난제를 상징적 무대 디자인과 의상으로 영리하게 풀어냈다. 체레사는 공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피를 상징하는 붉은 색과 야욕을 뜻하는 황금색이 점차 가득 차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감정을 의상으로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오는 3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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