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란 무엇인가…신간 '자유주의의 잃어버린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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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Liberalism)만큼 다양한 해석을 낳는 단어도 드물다.
프랑스에서 자유주의자를 의미하는 '리버럴'은 작은 정부를 옹호한다는 의미로 쓰이지만, 민주당 지지자로 해석되는 미국에서는 큰 정부를 옹호한다는 의미로 주로 쓰인다.
요컨대 "이 책에서 살펴보는 것은 자유주의라는 단어의 역사"다.
책에 따르면 자유주의의 모태가 된 '리버럴'이라는 말은 2천년 전 로마 시대에 뿌리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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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자유주의'(Liberalism)만큼 다양한 해석을 낳는 단어도 드물다. 프랑스에서 자유주의자를 의미하는 '리버럴'은 작은 정부를 옹호한다는 의미로 쓰이지만, 민주당 지지자로 해석되는 미국에서는 큰 정부를 옹호한다는 의미로 주로 쓰인다.
그래서 역사를 더듬어보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큰 도움은 안 된다. 내용이 일단 상충한다. 자유주의가 그리스도교에서 유래했다는 학설이 있지만, 그리스도교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학설도 있다.
자유주의의 개념을 명확히 하기 위해 자유주의의 계보학을 추적하는 경우가 보편적인 연구방식인데, 여기서도 누구를 주요 사상가로 포함하느냐에 따라 흐름과 내용도 달라진다. 흔히 자유주의 창시자로 존 로크를 거명하지만, 어떤 이들은 그와 사상적 대척점에 서 있던 토머스 홉스나 니콜로 마키아벨리를 꼽기도 한다.
뉴욕시립대 대학원 역사학과 교수인 핼레나 로젠블랫이 쓴 '자유주의의 잃어버린 역사'(니케북스)는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상태에 놓인 자유주의라는 개념을 정립하고자 자유주의의 역사를 추적한 책이다. 요컨대 "이 책에서 살펴보는 것은 자유주의라는 단어의 역사"다.
책에 따르면 자유주의의 모태가 된 '리버럴'이라는 말은 2천년 전 로마 시대에 뿌리를 둔다. 당시에는 리버럴이 '자유로움'과 '후하고 너그러움'을 의미했다. 키케로나 세네갈 같은 로마 정치가들은 자유로운 상태가 법치에 기반한 공화정 체제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사람은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들을 위해 세상에 나온 만큼 리버럴은 "베풂을 주고받는 것"을 의미했다. 요컨대 로마 시대의 리버럴은 법치에 기반한 공화정 안에서 동료 시민을 향해 고귀하고 너그러운 방식으로 사고하는 걸 말했다.
이 때문에 공공선과 의무, 자기희생 등이 중요한 덕목이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리버럴은 귀족의 단어였다. 귀족의 도덕적 덕목인 리버럴은 평민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것이었다.
로마 시대에서 비롯한 리버럴의 의미는 1천500년 이상 지속됐다. 르네상스를 거치며 유럽에서 종교전쟁이 빗발치자 '종교적 관용'이 여기에 추가됐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그리스도교인은 서로에게 "리버럴한 태도를 가져야" 했다. 로크는 리버럴을 새롭게 정의하며 "자선, 너그러움, 리버럴리티가 반드시 추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리버럴에 '주의'(ism)가 붙은 건 프랑스대혁명 때였다. 라파예트와 콩스탕 등은 좌우의 극단주의 세력과 반혁명 세력으로부터 혁명의 성과를 지켜내기 위해 자유주의적 원칙을 내세웠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참정권이 매우 제한적인 상태로 주어졌고, 자유주의적 헌법을 구현했다고 칭송받은 미국에서는 오랫동안 노예제가 유지됐다. 게다가 여러 차례의 혁명과 반동, 사회주의와 전체주의의 대두 속에서 자유주의 개념은 점점 혼란스러워졌다.
그런 가운데 20세기 최강국으로 떠오른 미국은 유럽의 지적 전통과는 거리가 있는 새로운 자유주의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냉전시기를 거치며 개인의 권리와 이익, 자유방임주의, 작은 정부론 등으로 자유주의를 재구성했다. 공공선과 의무, 자기희생 등 자유주의의 핵심적 요소는 제거됐다.
이처럼 자유주의는 그 기원부터 통합되거나 고정된 이념이 아니라 언제나 논쟁을 수반하며 전개된 개념이었다. 저자는 역사를 돌이켜볼 때 "대부분의 자유주의자들이 도덕적인 지향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며 "그들은 의무를 강조하지 않은 채로 권리만 이야기한 적이 없다. 그들은 사회 정의와 관련된 문제에 깊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승진 옮김. 488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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