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반발’ 13개 단체 “다음 달 4일 부분파업”···‘총파업’도 검토
간호법이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마자 거센 후폭풍이 불기 시작했다.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간호법을 반대해온 단체들은 다음 달 4일 부분파업을 예고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따라 총파업까지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긴급상황점검반을 구성하고 보건의료 재난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13개 보건의료단체들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는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 27일 저녁 단체장 회의를 열고 “간호법 및 면허박탈법 강행 처리를 규탄하며 연대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7일 오후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28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월4일 부분파업을 한 뒤 전면 파업 날짜는 추후 논의해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연대는 소속 보건의료단체들이 동시에 시간대별·지역별로 연가투쟁에 나서는 등 다양한 부분 파업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연대에는 의협,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등 13개 직역단체가 참여했다. 이 회장은 각 단체들의 파업 참여 여부에 관해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는 사정상 유동성이 있을 수 있다. 의사나 간호조무사 단체는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
의료연대는 다음 달 2일 총파업 시점을 발표할 예정이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를 시작으로 다른 단체들이 일정을 맞춰 파업에 들어가는 식이다. 박명하 의협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주말까지 여러 직역단체들과 논의해 근로자의 날 이후인 5월2일 오전에 (총파업 시기나 방법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의협이 정부 정책에 반대해 집단 의료 거부를 한 사례는 있다. 이번에는 동네 병·의원과 치과의사는 물론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간호조무사 등 다양한 보건의료직역들이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파업의 규모에 따라 국내 보건의료와 요양보호 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다.
의료연대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헌법 조항을 보면 대통령은 의결된 법률안이 정부로 이송된 후 15일 이내에 거부권(법률안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앞서 지난 25일 국민의힘은 간호법이 강행 처리되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간호법은 본회의 재표결에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 및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재표결에서는 야당의 힘만으로 통과를 시킬 수 없다.
https://www.khan.co.kr/politics/assembly/article/202304271930001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해서 상황이 정리되지는 않는다. 대한간호협회(간협) 등 간호법 제정을 찬성하는 측이 반발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간협은 지난 27일 성명서에서 “윤석열 대통령께 부탁드린다. 간호법 제정 관련한 일부 갈등 세력의 주장들에 대한 사실관계를 살펴주시어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간협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저희는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하실 거라 생각 안 한다. 그래서 따로 준비하고 있는 것도 없다”며 “적법한 절차를 다 밟은 법안이고 딱 1년 전인 작년 4월27일 여야와 정부가 모두 합의를 봤던 법안이기 때문에 그걸 믿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지난 27일 박민수 2차관을 반장으로 하는 긴급상황점검반을 구성했다. 이어 28일 오전 제1차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보건의료 재난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관심’ 단계에서 복지부는 보건의료 관련 단체의 파업·휴진 등에 대비해 상황을 관리하고, 진료대책 점검과 유관기관 협조체계 등을 구축한다. 총괄팀과 비상진료팀, 지자체대응팀 등 총 5개 팀으로 구성된 긴급상황점검반은 매일 의료이용 차질 발생 여부를 파악하고, 보건소 포함 비상진료기관의 운영현황 점검 등을 할 예정이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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