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서 의료용 마약 빼돌려 판 직원, 1심서 집행유예

약국 ‘선출’ 방식 빈틈 노리고 이익 챙겨

그래픽=정서희

약국에서 일하며 몰래 마약 성분이 있는 약을 빼돌려 판 직원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다. 해당 직원은 약국 전산 시스템을 조작해 단골 환자가 의료용 마약을 처방받은 것처럼 가장하고 약을 빼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제12형사부(이종채 부장판사)는 지난 25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마약·향정) 위반·사전자기록 등 위작·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또한 재판부는 A씨에게 231만8550원의 추징금을 낼 것을 명했다.

A씨는 서울 송파구의 한 약국 직원으로 지난 2016년 7월 13일부터 2018년 11월 7일까지 24회에 걸쳐 자신이 일하던 약국에서 의료용 마약을 훔친 뒤 이를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병원 주변 약국에서 관행처럼 행해지는 ‘선출’ 방식의 빈틈을 악용해 범행을 저질렀다. 선출은 같은 약을 정기적으로 처방받는 단골 환자들이 병원 진료일에 방문하지 못해 처방전을 받지 못하는 경우 약국에서 먼저 약을 받고 나중에 처방전을 약국에 보내는 방법을 뜻한다.

지난 2016년 7월 13일 A씨는 단골손님 B씨의 과거 처방전 내용을 바탕으로 허위 정보를 약국 조제 전산 프로그램에 입력했다. 조제실에서 허위 처방전대로 약을 만들자 A씨는 그 약을 다른 직원들 모르게 챙겨 B씨에게 보내고 약국 조제비용 11만6400원을 개인 계좌로 받았다.

당시 A씨가 B씨에게 보낸 약엔 마약 성분이 담긴 약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전산을 조작해 B씨가 의료용 마약을 처방받은 것처럼 약국을 속여 합성마약 등을 B씨에게 팔았다. A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2018년 11월 7일까지 24회에 걸쳐 359만1410원 상당의 약을 훔쳤다. 다만 A씨는 빼돌린 마약을 시중에 팔지는 않았다. B씨에게 전해진 의료용 마약 역시 B씨의 치료 목적으로 쓰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A씨가 전산기록을 위작하고 훔친 마약류를 약국 고객에게 팔아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는 등 범행수법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또한 “A씨의 범행이 마약의 취급을 부실하게 해 오남용으로 국민 보건을 해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A씨를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범행 대부분을 인정하고 있고 A씨가 훔친 마약이 B씨의 치료 목적으로 사용됐고 시중에 유통할 목적은 아니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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