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주말골퍼는 관중효과에 미스샷!
1959년 <사상계(思想界)>에 발표된 김동립(金東立)의 단편 소설 ‘대중관리(大衆管理)’에 나오는 테일러리즘(Taylorism)에 대한 서술이다. 작가는1950년대 말 봉제공장의 재봉틀에서 일하는 여공의 표준 작업시간표를 보여줌으로써 테일러리즘을 대강 설명하고 있다. 여공의 작업 시간을 초 단위로 빈틈없이 계산하여 붙여 놓고 압박하는 미국 유학파 생산관리부장의 숨막히는 관리방식에 그 밑에서 일하던 초급 관리자는 사표를 내고 만다는 이야기이다. 작가는 189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생산관리 방식인 테일러리즘을 소재로 사용했고, 그것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표 낸 관리자를 통해 표준화된 대량생산 체계하에 획일적으로 관리되는 대중의 외적 모습에 거부감을 표현한 것이다. 테일러리즘은 생산관리(Production Management)에 있어 작업자의 동작과 소요시간을 계산하여 표준 작업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 달성자에게 성과급을 주어 생산성을 높이려는 관리이론이다.
이를 창안한 사람이 테일러(Frederick Taylor; 1856~1915)이다. 그는 매우 영리했다. 하버드 대학에 합격했으나 눈병 때문에 진학을 포기하고 제철공장에 취직했다. 수습사원부터 시작하여 작업반장을 거쳐 생산부장까지 승진하면서 생생한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생산관리에 대해 연구했다. 그는 현재로 말하면 방송통신대학에서 기계공학 학위를 받았고, 1911년에 그의 경험과 이론을 집대성한 책 <과학적 관리론(The Principle of Scientific Management)>을 출간했다. 이 책은 그에게 ‘경영학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주었고, 현대 경영학과 산업공학의 효시가 된 고전으로 인정된다. 전 세계 산업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친 저서이다.
흔히 공장은 ‘4 M’이 그 구성요소이고 그것이 경영학 또는 산업공학에서 말하는 생산관리 대상이다. 기계(Machinery), 생산기술(Method), 원부자재(Material) 그리고 사람(Man)이다. 테일러가 관리대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집중한 것은 사람(Man)이다. 그가 일할 당시에는 전기가 공장의 동력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이른바 ‘2차 산업혁명’의 태동기였으나, 아직 본격적인 대량생산의 시기는 아니었다. 맥그리거(D. McGregor) 교수의 이론에서 ‘인간은 본성적으로 게으르고 힘든 일은 되도록 안 하려는 성향이 있기에 관리 대상이다’ 라고 보는 것이 X 이론인데, 그가 보기에 당시의 근로자들이 그랬다.
그가 관찰한 결과, 근로자들은 ‘군대생활(Soldiering)’처럼 시간만 흘러 가기를 바라며 천천히 일하고 있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영어에서 ‘Soldiering(군대생활)’이라는 단어 앞에 ‘Systematic(조직적인)’이 붙으면 ‘조직적 태업(Systematic Soldiering)’이라는 관용어가 된다. 테일러는 근로자들이 암묵적 결의 아래 조직적 태업(怠業)을 한다고 진단하고, 그것을 깨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어떤 동기부여(Motivation)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동작 및 작업시간 분석을 통한 객관적 표준 작업량을 정하고, 그것을 달성한 근로자에게 추가적 성과급을 준 것이다. 그의 이론대로 생산성은 크게 높아졌고, 원가에서 노무비 비중은 더 낮아졌다. 그는 이런 생산성 향상의 혜택은 자본가나 경영자보다도 근로자가 더 많이 가져간다는 신념을 평생 가지고 <과학적 관리론>을 실천하며 완성했다. 피터 드러커(P. Drucker)도 이 점을 인정하며 그의 위대한 업적이라 평했다.
테일러가 추구한 생산관리 이론은 미국 및 유럽 그리고 구 소련에서도 엄청난 변혁의 출발점이 되었고, 지금도 유효한 생산관리의 기본이다.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를 응용하여 발전시킨 대표적 예가 컨베이어 벨트(Conveyor belt)를 따라 이동하며 표준화된 제품이 분업화된 공정에서 생산되는 포디즘(Fordism)이다. 이는 포드(Ford) 공장에서 자동차 생산에 적용된 이후 대량생산 시대를 연 획기적 생산관리 기법이다.
성과급 제도가 근로자에게 동기부여 기능을 하는 것이 인정되자, 생산성 향상을 일으키는 다른 요인들이 더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 시작되었다. 하버드 대학의 메이요(Elton Mayo) 심리학 교수팀이 1924년부터 10년 동안 미국 일리노이 주 호손(Hawthorne) 시에 있는 한 전기회사의 공장에서 실험을 했다. 현장의 조명, 소음, 습도 등 작업 환경에 변화를 주며 생산성을 체크한 결과, 작업환경을 좋게 하면 생산성이 올라 갔다. 그러나 다시 작업 환경을 나쁘게 원상회복해도 생산성은 올라갔다. 그래서 학자들은 성과급, 작업 환경 등 외에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다른 요소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것이 사회적, 심리적 요인이다. 조직에서 인정받고 있고 또 자신에게 기대를 걸고 지켜보고 있는 주변 사람이 있을 때 그 기대에 부응하려는 심리가 근로자들의 의욕과 동기를 유발시켜 생산성도 향상시킨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이것이 유명한 호손 효과(Hawthorne Effect)이다. 이 호손 효과를 응용한 것이 지금 각 기업에서 실시하고 있는 ‘칭찬 카드’ 또는 ‘이 달의 우수사원’ 등의 제도이다. 근로자의 동기부여와 만족에는 경제적 보상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기업에게 알려 준 것이 호손 효과이니 테일러리즘에 대한 보완으로 볼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이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는 점에 동기부여 되어 생산성이 올라가는 호손 효과와 비슷한 것이 관중효과(Audience Effect)이다. 특히 육체적 운동을 주로 하는 경기에서 선수에게 관중이 많으면 경기력의 향상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적 작업이나 난이도가 높은 것에서는 관중이 있다는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되어 오히려 마이너스적 효과가 나온다는 점도 관중효과이다. 주말 골퍼가 많은 관중이 보는 앞에서는 긴장하여 티샷 할 때 미스샷 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 골프는 호손 효과보다도 마이너스적 관중효과가 작용하는 고난도 지적, 심리적 작업으로 봐야 할 것 같다.
테일러리즘과 호손 효과로 설명되던 20세기 제조업의 생산관리도 이제는 변화하고 있다. 산업구조가 2차산업에서 3차산업 중심 이동하고, 최신 추세인 서비타이제이션(Servitization) 즉, ‘제조업의 서비스화’라는 시대적 상황에 맞추어 새로운 생산관리 개념이 추가되고 있다. 기존 생산공장의 관리대상인 ‘4 M’에 환경이라는 ‘E (Environment)’가 관리대상으로 추가된다. ESG 경영의 ‘E’가 그런 맥락이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초 지능, 초 연결, 초 고속 환경에 맞는 생산공장 운영 및 고객관리가 새로운 ‘E’ 이기도 하다. 따라서 요즘의 경영학 교과서에서는 ‘생산관리’라는 용어 대신 고객 및 사회에 대한 서비스를 관리대상에 추가하여 ‘생산-운영관리(Production & Operation Management)’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생산-운영관리는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값싸고 품질 좋게 만들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고객에게 신속하고도 적시에 도달하도록 하는 일련의 관리이다. 또 스마트 팩토리를 건설하여 생산시스템을 시장 및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도 생산-운영관리의 핵심이다. 스마트 팩토리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등 이용가능한 첨단기술을 최대한 적용하여 이루어진다.
최근에 투자 및 건설 예정으로 발표되는 대형 반도체와 전기차 생산 공장은 스마트 팩토리로 건설될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아무리 자동화된 스마트 팩토리라 해도 테일러리즘, 호손 효과 등 전통적 생산관리가 무시될 수는 없다. 스마트 팩토리는 4 M 중 Man을 제외한 다른 M들의 혁신 기술이고, Man을 관리하는 기본 정신은 변함이 없다. 안전하고 쾌적한 작업 환경 뿐만 아니라, 인정하고 존중하는 인적자원 관리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은 테일러 이후 생산공장에서 영원한 진리이다. 그런 점에서 테일러는 위대한 경영학의 창시자이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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