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모시기에 안간힘인 지자체, 현실은?

2023. 4. 2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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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지역 가치 재창출 없는 대학생 유치, 효과 거두기 어려워

[장후은 경상국립대 학술연구교수]
화창한 봄날 대학 캠퍼스에 부스가 차려져 지자체 공무원들이 대학생들에게 전입신고를 독려하고 있다. 지역대학에 입학한 타지역출신 학생이 지역으로 전입신고를 하면 장학금 형태로 전입장려금을 지원하여, 인구유치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전국에 4년제 및 전문대학이 400여 개가 넘고, 이들 대학으로의 진학은 청년층 인구이동의 주요한 요인 중 하나다. 대학 진학으로 지역에 유입된 학생들을 위한 전입장려금 지급은 실질적으로 해당 지역 주민등록인구 증가로 이어진다.

전입장려금 외에도, 저출산과 고령화로 지역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자체에서는 앞다투어 지역 대학생들에 대한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여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역에 필요한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여 지역에 정착시키고자, 지역의 지자체, 대학, 기업 등이 상생협력하고 있다.

하지만 A시의 경우 대학생 전입장려금을 매년 천명 넘게 지급하고 있으나, A시의 총인구는 매년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대학을 졸업하는 대학생 절반 이상이 일자리 등을 찾아 대학이 소재하고 있는 지역을 떠나고 있다. 이는 지역에서의 청년 유입보다 청년 유출이 더욱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대졸자가 대학 소재 지역에 취업하는 비율.

청년층의 인구감소와 수도권 집중 현상은 지역과 대학의 존폐위기를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2000년 이후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모든 지역에서 청년층(만 19세~39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감소하고 있으며, 수도권으로의 쏠림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비수도권의 청년층 인구의 유출 규모 확대는 지역대학의 위기와 지역경제 침체를 반영한다. 지역대학의 위기와 지역경제의 침체는 해당 지역 청년층 인구의 유출을 가속화시키고, 이는 다시 대학과 지역의 위기 심화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소멸에 대응하고자, 지난 2021년 10월 「균형발전특별법」에 의거하여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지정한 바 있다. 인구감소지역 89곳 가운데 대학이 있는 지역은 29곳으로, 이들 지역에 입지하고 있는 4년제 및 전문대학은 42개교에 이른다. 지역과 함께 대학도 소멸할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이 참여하는 지역연계 교육 활성화

대학은 입지하고 있는 지역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으며, 대학의 존속을 위해서는 그 존립기반인 지역의 건전한 발전이 중요하다. 더욱이 최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존폐위기는 대학이 입지하고 있는 지역에 있어서 대학의 존재 의의를 강조하고 협력관계를 맺는 것이 대학과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그동안 지역문제 해결에 소극적이었던 대학이 지역과의 적극적인 관계 맺음을 통해 지역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점점 다양화·복잡화·고도화되는 각종 문제에 대응하는 자체 역량과 인적 자원이 매우 한정되어 있으며 전문성과 연결성이 부족하다. 대학은 다양한 전공과 종합적 접근으로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절한 보완책이 될 수 있으며, 지역 현안 대응을 위한 다양한 지역 파트너십의 중심 역할 수행이 가능하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금까지 대학 교원을 중심으로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주로 이루어져 왔으나, 최근에는 대학생의 다양한 참여를 통한 지역연계 교육으로도 추진되고 있다. 지역연계 교육은 00지역학 교양과목에서부터 학부 전공과목을 통한 지역기반 문제해결 수업도 활발하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지역 대학생들에게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기획과 지역사회에 대한 전반적 이해 교육의 필요성에 따라 지난 2019년부터 '대구경북학 강좌'가 지역대학의 교양과목으로 개설되어 운영 중에 있다. 경북대와 계명대를 시작으로, 2022년 2학기 현재 대구·경북지역 10개 대학에서 4천500여 명이 수강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각 분야 전문가들의 강좌를 통해 지역 대학생 정체성 제고와 지역사회 참여 의식을 높이고 지역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전공과목에서의 지역연계 교육은 캡스톤디자인, PBL(Problem/Project-Based Learning), 리빙랩(living lab), 현장실습 등의 다양한 수업방식을 통해 지역 중소기업, 지역주민, 지자체 등과 연계하여 지역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한다.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이공계 학생은 물론, 인문사회 및 예체능 계열 대학생들 참여도 적극적이다. 기존의 수동적이고 정태적이며 하향식의 수업 참여에서 벗어나, 대학생들이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이며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전공과목에서의 지역연계 교육은 참여 학생의 각종 역량 강화로 이어질 뿐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또는 대학이 입지하고 있는 지역에 대한 관심과 매력 증대로 인해 지역인재로서 육성되는 다양한 교육적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지역에서는 대학생이라는 지역 자원을 더욱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학점 취득, 스펙 쌓기를 위한 활동뿐만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와 공헌을 목적으로 대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지역연계 교육 활성화는 지역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고, 주인의식과 지역 공동체 의식을 함양시켜 우수한 지역인재 유출 방지에도 기여할 것이다.

생활인구 확보 관점에서 지역 대학생과의 지속적 관계맺음

지역인재 정착률 제고를 위해 지역과 대학이 부단한 정책적 노력이 기울이고 있지만, 지역인재 유출 방지에는 아직까지 역부족이다.

앞서 전국 89곳의 인구감소지역에서는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약칭: 인구감소지역법)」에 따라 '생활인구'확대를 위한 계획이 수립·추진되고 있다. 생활인구는 인구감소지역법에서 새롭게 규정된 용어로, 지역 내 주민등록상의 인구뿐만 아니라 지역에 활력을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체류 주민을 포함한다. 이에 지자체별로 거주지 주민 외에 관광객, 출향인, 워케이션 근무자 등 지역연고자를 늘이기 위한 각종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대학생 전입장려금이 지역 대학생을 주민등록상 인구로 유입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되었다면, 이제는 지역대학을 졸업하고 해당 지역을 떠나는 학생들에 대해서도 해당 지역의 체류인구 확대라는 측면에서 정책 대상으로 적극 활용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대학 졸업 후에도 지역에 애정을 갖고 다시 찾도록 관계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지역에서 대학 생활을 보냈다는 것은 해당지역과 긴밀한 연고를 가진다. 대학 재학기간 동안 가지게 되는 지역에 대한 흥미와 관심, 지역연계 교육 등을 통한 경험은 지역과의 지속적인 관계맺기를 강화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대학생과 지역의 관계맺기는 단순한 교류를 넘어 환류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관광을 목적으로 지역을 재방문하거나 고향사랑기부금을 보내고, 로컬창업, 은퇴 후 전원생활을 위해 지역을 찾을 수 있도록 돈독한 관계맺기가 필요한 것이다. 생활인구 확보 측면에서 보면, 지역 대학생이 지역의 미래를 지탱하는 인재 확보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지역에서 청년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년들이 돌아가고 싶다, 살아보고 싶다고 여기는 지역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청년들이 정주인구가 아닌 체류인구로서도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즐길 수 있도록 지역의 가치를 재창출하기 위한 지자체의 정책적 관심이 더욱 필요한 때다.

지역과 대학의 소멸위기 대응을 위해 수도권 지역과의 비교를 통해서는 그들을 따라잡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역이 수도권보다 나은 삶의 질이 가능한 부분을 확대하고 개선하여, 청년들에게 지역만이 가진 다채로운 매력을 어필해야 할 것이다.

▲ 지방대학 관련 정부의 홍보자료. ⓒ교육부

■ 필자 소개

장후은 교수는 일본 도쿄대학교 대학원에서 학술박사(경제지리학)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교육부 정책중점연구소인 경상국립대학교 산학협력정책연구소 학술연구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 산학협력 및 지역개발·산업 정책 등과 관련된 연구를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다.

[장후은 경상국립대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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