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인’ 일당 구속기소···“코인 빼앗으려 6개월 전부터 범행 계획”

이혜리 기자 2023. 4. 2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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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살인 사건 피의자 3명이 지난 3일 수서경찰서에서 구속영장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연모(30)씨, 황모(36)씨, 이모(35)씨. 연합뉴스

이른바 ‘강남 납치·살인 사건’을 저지른 일당이 28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을 기소하면서 “6개월 전부터 준비한 끝에 실행한 계획범행임을 명확히 규명했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부장검사 김수민)은 이경우(36)·황대한(36)·연지호씨(30), 부부인 유상원(51)·황은희씨(49)를 강도살인·강도예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씨와 황대한씨, 연씨는 사체유기, 마약법 위반(향정)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또 다른 이모씨는 피해자 A씨를 감시한 혐의(강도예비)로 구속기소하고, 이경우씨의 아내 허모씨는 강도방조·절도·마약법 위반(향정)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밤 11시45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40대 여성 A씨를 납치해 차량에 태우고 마취제인 향정신성의약품 5㏄를 주사해 살해한 뒤 대전 대덕구의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지난해 9월 A씨 강도살인을 모의한 후 유씨 부부가 이경우씨에게 착수금 7000만원을 지급하고 이씨가 도구를 준비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실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 결과 이들의 범행에는 가상통화(코인)가 얽혀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씨 부부는 2020년 10월 A씨를 통해 퓨리에버코인에 투자를 했는데 큰 손실을 입으면서 A씨에 대한 감정이 악화됐고 분쟁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씨 부부로부터 ‘A씨에게 많은 가상통화 자산이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은 이경우씨가 A씨 살해를 제안했다는 게 수사 내용이다. 이경우씨가 A씨의 가상화폐를 빼앗고 유씨 부부의 환심을 사 함께 코인 사업을 하는 등 이익을 취하려 살해를 도모했다는 것이다. 향정신성의약품은 이씨가 병원에서 일하던 아내 허씨로부터 몰래 빼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유씨와 이경우씨에 대해서는 A씨의 가상통화를 탈취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거래소 ‘코인원’, ‘업비트’의 A씨 명의 계정 접속을 시도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를 추가로 적용했다. 이들은 비밀번호를 입력해 수차례 거래소 계정에 접속하려고 했지만 로그인에는 실패했다. 검찰은 황은희씨는 A씨 휴대전화 등 소지품을 부산 앞바다에 버려 은닉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유씨 부부가 범행을 전면 부인해 범행동기 파악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관련자 22명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코인 투자계약서, 이행합의서,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자료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이들의 휴대전화를 다시 포렌식해 문자메시지·통화 녹음·사진을 복구하고 이들이 수용된 구치소와 인터넷 서신을 압수수색해 범행 동기를 메모한 쪽지, 노트 등 증거를 확보했다.

검찰은 “이경우씨가 유씨 부부로부터 수수한 범행 자금 7000만원은 법원의 추징보전 명령을 받아 집행했고, 피해자에게는 유족구조금·장례비 등을 지원했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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