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해 주범들, 경찰 따돌리려 피해자와 일면식 없는 사람들 끌어들여

강지수 2023. 4. 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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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살해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주범들의 대화 내용을 토대로 이번 범행이 치밀한 계획 살인이란 사실을 확인했다.

공범으로 지목된 부부는 피해자와 코인 투자로 얽힌 악감정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

유상원, 황은희 부부의 범행 동기가 피해자와 코인으로 얽힌 악감정 때문이라는 점도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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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범 이경우 "실종 처리 가능해" 일당 포섭
황대한, 연지호에 "우린 용의선상서 배제"
이경우·유상원 코인 탈취 위해 로그인 시도
유상원 부부 범행동기는 코인 관련 '악감정'
"피해자 휴대폰은 부산 앞바다에 던져 버려"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 이경우, 황대한, 연지호가 9일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살해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주범들의 대화 내용을 토대로 이번 범행이 치밀한 계획 살인이란 사실을 확인했다. 공범으로 지목된 부부는 피해자와 코인 투자로 얽힌 악감정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

서울중앙지검 '강남 납치·살해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수민)은 28일 납치·살해 실행범 이경우(36), 황대한(36), 연지호(30) 등 3인조와 공범 유상원(51)·황은희(49) 부부를 강도살인·예비 등 혐의로, 피해자 미행에 가담했다 포기한 이모(24)씨를 강도예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자신이 일하는 성형외과에서 마취제 '졸피뎀'을 훔쳐 이경우에게 건넨 혐의를 받는 이경우의 아내는 불구속 기소됐다. 피해자의 사인은 마취제 과다 투여였다.

검찰에 따르면, 주범 이경우는 황대한·연지호를 범행에 끌어들이기 위해 피해여성과 일면식이 없다는 점을 적극 활용했다. 황대한과 연지호가 직접 범행을 실행한다면 피해자가 실종된 것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보고 수사기관을 따돌리려고 했다. 실제로 범행 이전 황대한은 연지호에게 "우리가 철두철미하지 못해보이지?"라고 말했고, 이에 연지호는 "그래서 어떻게 죽이겠다는 건데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황대한은 "일단 우린 연관성이 없다고 했잖아. 우린 용의선상에서 배제야, 수사기간도 오래 걸리고"라며 '완전 범죄'를 자신했다. 검찰은 범행에 이용된 차량 블랙박스 영상 829개를 전수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경우가 6개월 전부터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해온 것으로 판단했다.

이경우와 유상원이 피해자의 코인 탈취를 시도한 구체적인 정황도 추가로 드러났다. 사건 당일 유상원은 경기 용인시 호텔에서 이경우에게 피해자의 휴대폰 4대를 건네 받고, 황대한이 피해자를 협박해 받아낸 암호로 코인거래소 접속을 시도했지만 암호 오류로 실패했다. 검찰은 이들이 피해자 소지품에서 코인 비밀번호인 '니모닉 코드'로 추정되는 단어를 발견한 뒤 휴대폰으로 위 단어를 검색하고 사용법을 검색한 내역을 확보했다. 실제로 피해자 명의 '업비트' '코인원' 계정에 로그인을 시도하다 실패한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이경우와 유상원에 대해 정보통신망법위반(정보통신망 침해 등) 혐의도 추가했다. 검찰 관계자는 "코인 탈취 여부를 명확히 밝히기 위해 피해자의 휴대폰 행방을 추적했지만, 황은희가 피해자 휴대폰을 부산 앞바다에 버린 것으로 확인돼 휴대폰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유상원, 황은희 부부의 범행 동기가 피해자와 코인으로 얽힌 악감정 때문이라는 점도 밝혀졌다. 부부는 2020년 10월 피해자를 통해 'P코인'에 31억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이후 피해자가 코인을 분배하지 않고, 코인 발행업체 대표에게서 피해자가 직접 투자금을 받는 이면계약을 체결한 게 갈등의 불씨가 됐다. 2021년 3월 피해자가 "유상원 부부가 시세 조종을 해 코인 가격이 폭락했다"며 투자자들을 선동하며 부부가 머물던 곳에 난입, 4억 원을 갈취한 사건으로 갈등은 더욱 커졌다. 검찰은 지난 21일 부부가 수감된 구치소와 인터넷 편지를 압수수색해 이들이 범행 동기 등을 메모한 쪽지와 노트를 확보했다.

이경우·황대한·연지호는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6분쯤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귀가하던 40대 여성을 납치하고 이튿날 살해해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유상원 부부는 당초 착수금 7,000만 원을 건넨 사건 배후로만 지목됐지만,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공모하는데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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