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 반도체법, 한국과 윈윈"…국내 반도체 업계선 '갸우뚱'
회담선 "긴밀한 협의하기로" 원론적 표현
반도체 업계선 "불확실성 여전" 우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반도체법에 대해 협의와 조율에 나서기로 했지만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그동안 미 정부가 제시한 갖가지 조건과 규제를 한국 반도체 업계에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바꿔 주기를 바랐지만 회담 전후로 이와 관련한 구체적 결과물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나마 미 정부의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에 국내 기업이 참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기대해봄 직하다는 분위기다.
두 나라 정상은 이날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뒤 공동 성명을 통해 "양 정상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이 기업 활동에 있어 예측 가능성 있는 여건을 조성, 상호 호혜적인 미국 내 기업 투자를 독려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비롯해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이번 정상회담을 절박한 심정으로 지켜봤다. 최악의 실적이 이어지는 마당에 미국 정부는 각종 규제를 내세우며 사업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월 말 미 상무부가 '반도체 지원법' 기준으로 제시한 ①일정 기준 이상의 수익이 나면 이익을 미국 정부에 반납하고 ②반도체 공장 내부도 공개하라는 조건이 지나치게 깐깐했다. 게다가 10월이 되면 첨단 반도체용 생산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하는 미 정부의 규제가 시작된다. 중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는 우리 기업들도 당연히 적용받는다. 한국 기업들은 미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으니 한국 정부가 추가 협상을 통해 세부 기준의 문턱을 낮춰 주거나 규제 적용 시기를 늦춰 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美 기자도 "동맹국에 해 입히는 것 아니냐"
반도체 업계에서는 두 나라 정상의 공동성명에는 원론적 표현만 있어 '알맹이 빠진 정상회담'이란 평가가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대통령이 갔는데도 그 정도 결과를 가져온 것은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당초 미국의 구상대로 결론을 낸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정상회담에서 다뤄진 세부적인 내용까지 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기업 경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이후 합동기자회견에서 한 외신 기자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중국 반도체 제조업 확대를 막으려는 미국 정책은 베이징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 업체들에 상처를 주고 있다"며 "재선을 앞두고 국내 정치에 도움을 줄 중국과의 경쟁 때문에 핵심 동맹국에 해를 입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정책은 한국에서도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며 "SK뿐 아니라 삼성과 다른 산업에서도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나는 그것이 윈윈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대통령실은 정상회담 결과를 "반도체법 지급 세부 조건과 관련해서 미국 상무부가 이행 과정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의향을 이미 표명했다"며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의 경우 10월이 가기 전에 장비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미국과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공동으로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 기대"
반면 양국이 ①최첨단 반도체 ②첨단 패키징 ③첨단 소부장 등 차세대 유망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 개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한 점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미국은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만들기로 한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정부는 NSTC에 보조금을 줘서 반도체 연구개발(R&D)에 필요한 생태계를 제공할 계획이다. 미국의 동맹국 중심으로 공동 연구를 진행해 차세대 기술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메모리 제조에 강점이 있는 반면 미국은 반도체 설계, 장비 등 핵심 기술에서 압도적 우위를 가지고 있다"며 "기업들 입장에선 생산 과정에서 겪는 한계를 극복할 최첨단 기술을 배울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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