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전세사기 피해 정부 직접지원, 다른 민간 피해자들과 형평성 어긋나"
"IMF당시 부실채권 인수 기준이라면 피해액 보전 10%…회수도 힘들어"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IMF 외환위기 때 회사의 부실채권을 인수한 기준으로 정부가 전세사기 보증금을 보상할 경우 지원금이 10% 수준에 머물고, 헌법상으로도 불가능할뿐더러 민간거래에서 사기당한 많은 피해자들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나게 된다고 언급했다. '전세사기 특별법'의 6가지 피해자 인정 요건이 까다롭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 장관은 28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어떤 분들은 조건이 6개씩이나 되냐고 생각하는데 피해자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헷갈리니까 그렇지 조건이 까다로운 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특별법 적용 대상으로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주택에 대한 경·공매(집행권원 포함)가 진행 △면적·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 임차주택(세부요건 하위법령 위임)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보증금의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 등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원 장관은 "1~3번은 계약이 있을 것, 경매 넘어갔을 것, 서민 주택일 것이란 의미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며 "물건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6번은 사기의 의도가 있을 것, (피해자가) 다수 있을 것, 보증금 반환 어려울 것"이라며 "모두 당연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정부는 피해자로 인정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 현재 거주 중인 주택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경매에서 다른 입찰자가 최고가를 신고하고 임차인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면 최고가 낙찰액과 같은 가격으로 우선해서 낙찰을 받을 수 있다.
원 장관은 "국가에서는 현재 정책 금리상 1.2%로 낮게 매각대금 대출을 지원한다"며 "지자체에서는 2~3년 대신 내주겠다고 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조세채권을 안분해 임대인의 전체 세금체납액을 개별주택별로 나눌 방침이다. 임대인의 세금체납액이 많을 경우 피해임차인은 사실상 경매가 불가능하거나 경매 시에도 배당 손실이 큰 편이었으나 특별법을 통해 이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원 장관은 "강서구 화곡동의 빌라같이 경매하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데 그 위에 국세 채권이 매겨져 있는 경우가 있다"며 "화곡동은 세금이 68억원인데 집 하나하나에 다 걸려있으니까 현행 제도로 풀 수 없는데 이 돈을 1000채로 나눠버리면 500만~1000만원만 국세로 떼고 나머지 경매대금으로 보증금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기존 주택에서 계속 거주를 희망하나 낙찰을 원하지 않는 전세사기 피해자는 우선매수권을 LH 등 공공에 양도할 수 있다. LH 등 공공이 해당 주택을 매입해 임차인에게 공공임대로 제공할 계획이다.
원 장관은 "LH는 기존주택을 매년 사게 돼 있다"며 "기존 예산이 들어가서 추가 예산이 들어가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특별법이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바뀔 수 있는 여지는 열어뒀다. 원 장관은 "미진한 부분이 있다거나 더 좋은 안이 있다면 국회 심의 과정이나 또 시행령 시행규칙에 위임해 놓았으니 늘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수습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야당과 피해자측이 요구하는 '선(先)지원 후(後)구상'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원 장관은 "사기 피해에 대해 국가가 개입해서 피해 금액을 먼저 돌려주고 나중에 못 돌려받으면 세금 부담이 되는 이런 제도는 현재까지 있지도 않고 이런 선례를 만들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특히 IMF 시기에 정부가 회사의 부실채권을 매입한 것처럼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해달라는 주장에 대해선 "당시 정부가 채권을 매입할 때는 부실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해당 회사원들을 자르고, 채권도 부실분만큼 감가상각한 뒤 매입한 것"이라며 이런 기준을 준용해 피해자들에게 선보상한다면 보상액이 10% 수준이고, 또 전세사기꾼들에게 해당비용을 받아낼 확률도 희소하다고 답변했다. 또 민간거래에서 사기를 당한 다른 많은 피해자와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을 향해서도 입을 열었다. 지금 총선을 치르면 결과가 어떻겠냐는 질문에 원 장관은 "지금 지지율 그대로 치르면 여당 참패"라며 "아직 시간이 많이 있고 대통령이 각 부처 장관을 독려하고 있어 시간이 가면서 (개선될 것)"이라고 전했다.
master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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