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거래소, 가상자산 '갑론을박'...'증권 vs 상품'

美 SEC 겐슬러 위원장, 가상자산 '증권'처럼 다뤄야 한다고 밝혀
코인베이스 "상장이나 청산 업무 안해" 증권 아닌 상품이라고 주장
리플 소송 결과 나와 봐야 기준 생길 듯

지난 2021년 4월 14일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표시된 코인베이스 광고.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금융 당국과 가상자산 업계가 가상자산의 법적인 정체성을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당국에서는 가상자산이 ‘증권’이라며 거래소가 증권거래소로 등록하지 않으면 제재하겠다고 경고했고 거래소들은 자신들이 증권 거래 업무를 하지 않는다며 반박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게리 겐슬러 위원장은 27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영상을 올려 가상자산은 증권처럼 다뤄야 한다며 관련 거래소들이 증권법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은 명확하다"며 "증권 거래소나 중개인, 교환소, 딜러라면 누구나 규정을 준수하고, 등록하고, 이해 상충 문제를 처리하고, 중요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익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를 가지고 기업에 투자할 때는 계약이 존재한다"며 "거래소든, 중개인이든, 딜러든, 투자 계약을 위한 중개인은 증권법을 준수하고 SEC에 등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겐슬러는 "SEC 규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플랫폼 사업자는 기본적인 투자자 보호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다"며 "이에 이들 사업자가 파산하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고객은 자신의 자금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같은날 미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법률 대리인은 SEC가 지난달 코인베이스에 보낸 ‘웰스 노티스(Wells notice)’에 답장을 보냈다. 해당 문서는 SEC가 민사소송 대상이 될 기업에게 소송에 앞서 해명할 기회를 주는 사전 통지서다. 코인베이스는 답장에서 “코인베이스는 상장이나 청산을 하지 않으며 증권 거래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SEC가 소송을 진행한다면 “중대한 계획적 위험”을 초래하고 소송에서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폴 그레왈 코인베이스 최고법률책임자(CLO)는 미 경제매체 CNBC를 통해 “우리는 2년 전부터 가상자산 업계의 속성에 대해 SEC와 논의하고 이를 대중에 알리고 싶었지만 지금 웰스 노티스를 받았다”며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코인베이스는 지난해 7월 SEC를 상대로 가상자산의 법적인 위치를 규정해 달라고 청원을 냈다. 그러나 SEC는 이에 답변하지 않았으며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규정하고 증권법에 따라 증권거래소로 등록하지 않은 가상자산 거래소들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가상자산이 증권으로 인정되면 증권법에 따라 엄격한 통제를 받아야 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증권거래소를 통해서만 거래돼야 한다.

SEC는 지난 17일 미 워싱턴주 시애틀의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렉스 글로벌 등을 미등록 증권거래소 운영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SEC는 대시, 알고랜드 등 6개의 가상자산이 증권이라며 비트렉스가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SEC는 지난달에 코인베이스에 증권법 위반 혐의를 두고 웰스 노티스를 보냈다.

이에 코인베이스의 그레왈은 지난 24일 발표에서 지난해 7월 청원을 언급하며 “오늘 우리는 미국 순회법원에 SEC가 우리가 제기한 규제 제정 청원서에 ‘예 또는 아니오’로 응답하도록 강제하는 제한적인 (법적) 조치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이 증권이 아니라 금이나 은 같은 상품이기 때문에 증권법 및 SEC의 감독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업계에서는 지난 2020년부터 진행중인 가상자산 리플과 관련된 소송에 주목하고 있다. 시가총액 6위 리플의 경우 2020년 12월 SEC로부터 공모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불법 증권이라는 이유로 소송을 당했다. 발행사 리플랩스는 리플이 증권이 아닌 상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SEC의 겐슬러는 지난 18일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 이더리움과 리플이 증권인지 상품인지를 명확하게 밝혀달라는 질문에 “여러 방향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답했다. 리플의 소송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며 결과에 따라 다른 가상자산들의 증권성 여부에 기준이 생길 전망이다.

한편 미 검찰은 앞서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다루면서 루나를 증권으로 보고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에게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