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숙 하노이한인회장 "전 세계 한인회 모델 되겠다"
한·베 수교 30년사 출간, 한인 밀집지서 '차 없는 거리' 문화행사도
(하노이=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베트남 하노이한인회의 활동이 전 세계 한인회의 모델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021년 말 제14대 하노이한인회장에 당선돼 이듬해 초부터 활동을 시작한 장은숙(63) 회장은 한인회 운영과 활동에 대해 자부심이 가득했다.
16만5천여 명에 달하는 하노이 한인을 대표하는 그는 2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한인회는 전 세계 한인회 가운데 분쟁이 없고, 가장 화합이 잘되는 한인회"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26일 하노이 그랜드 프라자 호텔에서 개막한 '2023 아시아한인회·한상총연합회 하노이대회'의 전야제와 행사 전반의 책임을 맡았다.
이 대회에는 아시아 지역 22개국 72개 도시의 한인회장과 한상(韓商) 150여 명이 참가했다.
장 회장은 "회장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면서 운영되는 한인회, 한인들이 함께 움직이지 않는 한인회,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운영되는 한인회는 이제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 베트남에 진출해 한인회에서 부회장, 수석부회장으로 6년간 봉사했고, 한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1995년 단체 창립 이래 첫 여성 수장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장 회장은 선거 당시 '한인을 섬기는 리더십'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든든한 한인회, 함께하는 한인회, 소통하는 한인회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하노이한인회의 자랑거리는 재정 안정이라고 했다. 전임회장들이 구축한 안정적 토대 위에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과 거주국 정부의 지원 없이 한인회를 운영해야 하기에 해외 각 지역 한인회의 재정 안정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노이한인회는 이런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모델이 될만한 활동들을 펼쳐 전 세계 최우수한인회로 선정되기도 했다.
장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한국과 베트남 수교 30년사 출간 준비에 들어갔고, 지난 1월 베트남 한인 사회의 발전사를 조명한 역사서 '한·베 수교 30년사'를 출간했다.
'베트남 한인사, 개척과 화합의 시대'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총 5개 장으로 구성됐다.
시기별 베트남 한인 사회를 비롯해 외교·경제·문화·교육·종교 발전사를 다루고 있다.
장 회장은 지난해 12월 이틀 동안 한인 밀집 지역인 미딩에서 길을 막고 '차 없는 거리'를 만들어 문화행사를 개최했다.
베트남 정부의 정식 허가를 얻어 '한·베 수교 30주년 기념 우정의 거리'를 연출했다.
행사 둘째 날은 한인들과 어울리면서 한 해를 보내는 '송년의 밤' 행사로 꾸몄다.
장 회장은 "하노이의 일반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차 없는 거리'를 지정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한인은 물론 현지인 10만여 명의 인파가 몰려들어 한식과 K-콘텐츠를 즐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노이시 당국이 한 달에 한 번씩 '차 없는 거리'를 마련하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말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고 자랑했다.
오는 12월 2∼3일 같은 장소에서 두 번째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장 회장은 한인을 위한 상담소인 'With센터'도 개설했다.
전문 상담사들이 일반 민원을 들어주는 상담인 동시에 심리적으로 어려운 한인들을 돕겠다는 취지다. 한인회는 상담사례집을 매년 발간하고 있다.
이 같은 사업들은 한인회의 탄탄한 재정과 조직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하노이한인회에는 핵심 역할을 하는 부회장 4명 있고, 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사만 160명이라고 한다.
그는 "8개 분과로 늘어난 조직을 각 부회장이 2개 분과씩 맡고, 각자 전문적인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하고 있다"며 "부회장단과 전문적인 자문단을 통해 한인회가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역량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그의 인생 이력은 2013년을 분기점으로 바뀐다.
1993년부터 2013년까지 20년 동안 시민단체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에 열정을 쏟았다. 2013년 하노이로 이주하고 나서 현재까지 한인회 활동을 하고 있다.
1989년 창립한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에서 상담실장, 사무처장, 부회장을 거쳐 2009년 회장에 올랐다.
자사고 반대 공동행동을 위한 1인 시위,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각계 대표자 회의 참여, 친환경 무상급식 주민투표 시민 검증단 등 수없이 많은 활동을 했다.
그는 국내에서의 시민운동과 한인회 활동의 가장 큰 차이에 대해 "한인회 활동이 더 재미있고, 여유롭다"고 답했다.
시민운동은 모든 정책을 생산해 내야 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국회를 찾아가고, 기자회견을 하고, 투쟁도 해야 하지만, 한인회 활동은 그렇지 않아 더 열정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ghwang@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오징어게임' 경비병으로 변신한 피겨 선수, 그랑프리 쇼트 2위 | 연합뉴스
- 학창 시절 후배 다치게 한 장난…성인 되어 형사처벌 부메랑 | 연합뉴스
- 아내와 다툰 이웃 반찬가게 사장 찾아가 흉기로 살해 시도 | 연합뉴스
- 원아 머리 킥보드로 때렸던 유치원 교사, 다른 원생 11명도 폭행 | 연합뉴스
- 성폭력 재판 와중에 또 악질 성범죄…변명 일관한 20대 중형 | 연합뉴스
- 주행기어 상태서 하차하던 60대, 차 문에 끼여 숨져 | 연합뉴스
- 페루서 독거미 320마리 밀반출하려다 20대 한국인 체포돼 | 연합뉴스
- 타이슨, '핵주먹' 대신 '핵따귀'…폴과 대결 앞두고 선제공격 | 연합뉴스
- 김준수 협박 금품 갈취한 아프리카TV 여성 BJ 구속 송치 | 연합뉴스
- 의문의 진동소리…옛날 가방 속 휴대폰 공기계 적발된 수험생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