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만 남았던 서귀포고 축구부 부활 날갯짓, “다시 명문으로 도약시키겠다” 강민규 감독의 소명[SS인터뷰]

정다워 2023. 4. 2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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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규 서귀포고 감독이 지난 24일 제주 서귀포시 중문 키코앤일레인 호텔에서 인터뷰한 후 사진촬영에 임하고 있다. 서귀포 | 정다워기자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한때 명문이었던 서귀포고 축구부가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강민규(39) 감독의 땀과 헌신이 원동력이다.

서귀포고는 2004년 제주 지역 고교 최초로 전국고교축구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제주도를 대표하는 명문이었다. 국가대표 골키퍼였던 정성룡을 배출한 학교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서귀포고는 학원축구의 쇠퇴 속 지난해 말에는 3학년을 제외하고 8명만 남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 해체 위기에 직면했다. 전통의 명문 학교 축구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때 소방수로 등장한 지도자가 바로 강 감독이다. 강 감독은 지난해 고려대에서 나온 후 제주시에서 휴식하다 우연한 계기로 서귀포고 선수들을 지도하게 됐다. 잠시였지만 학교, 지역 관계자들은 강 감독의 지도력에 깊은 감명을 받아 그에게 사령탑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강 감독은 원래 유소년 축구계에서 이름 있는 지도자다. 2008년 울산 현대에 입단해 1군에서는 뛴 적이 없지만 2012년 이른 은퇴 후 꾸준히 지도자 경력을 쌓았기 때문이다. 12세 이하 클럽축구팀(홈플러스 e파란)을 시작으로 대한축구협회 골든에이지(12~15세) 지도자, 제주 유나이티드 프로팀을 거쳐 고려대에서도 수석코치로 일하는 등 지도자로서 폭 넓은 이력을 자랑한다.

독특한 배경도 있다. 강 감독은 일반 필드 지도자로도 일하는 동시에 피지컬 전문가이기도 하다. 2016년 피지컬 코치 과정을 이수한 후 배움의 부족함을 느껴 세종대에서 운동생리학 석사 과정을 밟기도 했다. 흔히 말하는 ‘공부하는 지도자’로 정평이 나 있다.

축구계에서 잘 알려진 이력 덕분에 강 감독은 지난 몇 년간 전문지도자가 필요한 여러 팀으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중국 팀과는 계약까지 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비자가 나오지 않아 출국조차 하지 못했고, 그 외에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도 러브콜을 보냈다. 지난해에는 프로팀 코치로 일해달라는 연락을 받은 적도 있다. 여러 제안을 뒤로 하는 강 감독은 서귀포고를 맡기로 했다.

제공 | 서귀포고


지난 24일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에 위치한 키코앤일레인 호텔에서 만난 그는 “고민이 많았지만 서귀포고를 선택했다. 많은 분들의 간절한 부탁도 있었고, 한 곳에 정착하길 바라는 아버지의 뜻도 반영했다. 개인적으로 서귀포라는 지역을 좋아한 것도 작용했다”라고 말했다.

팀을 맡은 후 강 감독은 육지에서 선수를 스카우트 하는 데 집중했다. 그의 능력을 잘 알고 “선수로서 반드시 발전하게 돕겠다. 허투루 훈련하는 날은 단 하루도 없을 것”이라는 그의 약속을 본 지도자의 추천 속 선수를 충원했고, 지금은 총 16명으로 주말리그, 대회에도 참가하고 있다. 전반기 리그에서는 8팀 중 3위에 자리하며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 해체 위기에 놓였던 것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다. 강 감독은 “서귀포고를 다시 명문으로 도약시키고 싶다. 강한 소명 의식을 갖고 일하고 있다. 잠깐 있을 거면 오지도 않았다. 오랜 기간 이 팀을 이끌겠다. 저뿐 아니라 코치들까지 모두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덕분에 점점 팀이 발전하고 있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선수단 규모는 다른 팀에 부족하지만 피지컬 전문가이기도 한 강 감독의 지도법 덕분에 서귀포고는 동계훈련 이후 단 한 명의 부상자 없이 순항하고 있다. 그는 “선수들이 잘 따라와주고 있다. 고등학교가 정말 재미있다. 성인 축구에 들어서는 단계라 전술을 입히는 게 가능하다. 아무래도 피지컬 공부를 한 게 도움이 많이 된다. 아직 한 명도 다치지 않고 잘해주고 있는 것을 보면서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강 감독은 ‘능동적 사고’를 통해 서귀포로를 더 강한 팀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그는 “매사에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선수가 되도록 돕고 싶다. 경기장에서 지도자는 전술의 틀을 만들어는 역할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80~90%는 선수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훈련에서도 정답을 알려주지 않으려고 한다. 코치에게도 위치선정 정도만 알려주자고 한다. 그래야 선수가 더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다. 이 철학을 바탕으로 서귀포고 선수들을 성장시키고 싶다”라는 지도 철학을 밝혔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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