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선언' 잘 모르는 국방부…한미 협의 잘 된 건가 [취재파일]
한미의 대북 확장억제 강화 방안인 워싱턴 선언이 어제(27일) 새벽 공표됐습니다. 한미는 핵 협의 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을 조직해 유사시 미국 전략자산 등 확장억제 수단의 사용 계획을 공유하고 논의하도록 했습니다. 전략자산의 전개 확대를 넘어,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the Regular Visibility)으로 대북 억제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방침입니다. 미 측은 앞으로 펼쳐질 정례적 가시성의 사례로 핵탄두 장착 탄도미사일(SLBM)로 무장한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국 정기 기항을 꼽았습니다.
사실, 대북 확장억제 자체는 새로울 것 없는 미국 전통의 공약입니다. 원래부터 있던 정책이고, 특히 윤석열 정부는 핵 사용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한미 군 당국이 협의하기로 했다는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신설을 대대적으로 홍보해왔습니다. 이번 확장억제가 이전 확장억제와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지, 새로 발생하는 효과는 무엇인지 모호합니다. 전략핵잠수함은 핵탄두 탄도미사일을 싣고 우리 항구에 들어오는지, 또 핵 무장 전략핵잠수함의 정기 기항이 한반도 비핵화 선언과 배치되는지도 쟁점입니다.
전략핵잠수함과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관계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어제 백그라운드 브리핑에서 "버튼만 누르면 핵미사일이 1만 2천km 날아간다"며 우리 항구에 기항한다는 전략핵잠수함의 위용을 자랑했습니다. 1만 2천km는 최대 사거리입니다. 정확도와 파괴력을 가장 높일 수 있는 유효사거리는 1만km 이내입니다. 즉 전략핵잠수함은 한반도가 아니라, 태평양에 있어야 대북 공격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전략핵잠수함의 우리 항구 기항은 실질적 억제라기보다는, 북한에 묵직한 패의 한 자락을 보여주는 시위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걸리는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전략핵잠수함이 진짜로 핵탄두를 싣고 우리 항구에 들어오느냐"입니다. 이에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탑재했는지 안 했는지 미 측은 확인해주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로 하여금 못된 행동을 하게끔 유도할 수 있는 핵탄두가 전략핵잠수함에 실렸는지 우리 정부는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상대에 미치는 영향 모르는 확장억제?
확장억제는 특정 상대를 겨냥한 정책입니다. 한미의 압도적 전력과 시위에 북한이 위축돼 핵에서 손을 떼야 확장억제는 성공합니다. 그래서 확장억제 정책을 펼 때는 북한이라는 상대가 이를 어떻게 수용할지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해야 합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한미 정상들의 선언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김정은의 생각을 여기에서 어떠할 것이라고 가정해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액면 그대로 따르면 한미는 확장억제 강화 방안 도출 과정에서 북한에 미치는 영향을 따지지 않은 것입니다. "확장억제를 이렇게 어설프게 짜나"라는 의문이 듭니다. 이번 방안에 대한 평가는 사후 북한의 행동을 보고 난 뒤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북한이 콧방귀 뀐다면 워싱턴 선언은 그저 종잇장입니다.
국방부가 안보실로 공을 돌리기 위해 말을 아꼈을 수도 있습니다. 대변인이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는 정례 브리핑 때 함구로 일관한 것은 그런 의도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백그라운드 브리핑에서 국방부의 고위 및 핵심 관계자들이 대답을 못 한 이유는 그저 몰랐기 때문입니다. 이번 방안을 수립하는 결정적 과정에서 국방부는 빠졌거나 또는 한미의 협의가 허술했던 바, 국방부의 확장억제 책임자들도 알 도리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 경우든 참 안 좋습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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