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안’과 ‘속’의 차이
♧'안' <=> '밖'
♧'속' <=> '겉'
이렇게 상대어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안’과 ‘속’을 동의어로 보는 사전도 많이 있다. 그래서 ‘안’을 찾아보면 “1. 속(물체의 안쪽 중심부분), 2. 내부(물건이나 공간의 안쪽 부분), 3. 가운데(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한 복판)”이라고 나타나 있다. 그래서 “팔은 안으로 굽더라고 역시 내심으로는 서희를 위해 걱정되는 모양이라 생각하고 길상은 속으로 미소한다.(박경리, <토지> 중에서)”와 같이 쓸 수 있다. 이 예문을 보면 ‘안으로 굽는다’와 ‘속으로 미소한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서 ‘안’과 ‘속’의 구분을 쉽게 할 수 있다.
우선 ‘안’은 1,2차원적 선으로 추상화할 수 있는 사물의 한 부분은 가리킨다. 그냥 평면적인 선을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면 '터널 안, 10년 안, 네모 안, 울타리 안' 등과 같이 쓸 수 있다. 예문을 하나 더 보자.
태호는 버스 정류장 옆에 있는 전화박스 안으로 들어가 숨었다.
포장마차 안에는 퇴근길에 간단하게 소주 한 잔 하려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와 같이 쓸 수 있다. 한편 속은 ‘안’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면서 좀더 폭 넓게 사용된다. ‘속’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물체의 안쪽의 중심”이라고 나타나 있다. 또한 “어떤 현상이나 상황의 안이나 가운데, 어떤 이야기나 영화의 내용”이라고 나타나 있다. 예문으로는
주머니 속에는 전세계약금이 들어 있다.
속 빈 강정이란 말이 있더니 네놈이 그렇구나.
멀미가 심해 속이 올각올각한다.
와 같이 쓴다.
'속'은 입체적인 3차원의 것에 어울린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사과 속. 머릿속, 바다 속, 땅속, 물속' 등과 같다. 사람들은 뭔가 힘든 일을 당하면 ‘속상하다’고 표현한다. 이런 경우 ‘안이 상하다’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속은 꽉 차야 어울린다. 배추 속, 머릿속 등은 꽉 차 있어야 한다. ‘머릿속이 빈 사람’은 세상에서 대우받지 못한다. 이런 사람을 보고 ‘머리 안이 비었다.’고 하지는 않는다. 한편 '안'은 평면적인 공간이면서 비어 있어도 됩니다. '버스 안, 집 안, 방 안' 등은 비어 있어도 상관없다.(김경원, <국어실력이 밥먹여준다>에서 발췌)
어떤 단어가 있을 때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제일 좋은 방법은 사전을 찾는 것이고, 그것도 귀찮을 때는 반대말을 알아보면 그 의미가 명확해질 때가 있다. 단어의 의미는 상대어, 유사어, 반의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면 명확해진다.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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