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문가, 핵협의그룹 창설에도 “美, 韓과 핵 운용 정보공유 어려울 것”

RFA 보도 “핵 공유·운영 계획 등 변화 없어”
“한국이 원했던 것을 별로 얻어내지 못해”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 특별공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싱어송라이터 돈 매클린의 친필 서명이 담긴 기타를 선물받고 있다.워싱턴=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워싱턴 선언'에서 '핵협의그룹(NCG)' 설치를 합의했지만 미국이 한국과 핵 운용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는 27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한미 정상이 공언한 확장억제 방안과 관련 "미국은 한국에서 나오는 독자적 핵무장론을 무마시키려고 많이 애썼지만 한국이 원하는 핵 공유나 운영에 관한 공동 계획 등을 지원했는지를 살펴보면 변화는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키노 기자는 "윤석열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한국이 핵이나 전략무기의 운영 계획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한국의 고도한 군사전력이나 미국의 핵전력을 같이 하는 공동작전을 계획하거나 실시하는 방법에 대해서 정기적으로 이야기한다고 말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핵무기 운영에 관한 정보를 한국과 공유한다는 이야기는 없었다"며 "미국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은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나라들과도 핵 공격에 대한 운영 계획을 만든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북핵 위협에 맞설 '핵협의그룹' 창설에 대해서도 "미국과 한국은 핵협의그룹이란 협의체를 새로 만든다고 하지만, 양국은 이미 2012년부터 확장억지 협의를 계속해왔다"며 "내용이 갑자기 바뀌는 것을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역시 한국이 원했던 것을 별로 얻어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과 한국의 협력 관계가 든든해야 북한뿐 아니라 러시아나 중국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한미동맹 70주년을 축하하고 동맹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미 간 NCG은 미국이 확장억제 계획을 한국에 공유하고, 한국이 미국의 확장억제 계획 구상 과정에 관여하는 차관보급 양자 상설 협의 기구다.

두 정상은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핵과 전략 기획을 토의하며 비확산체제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핵협의그룹 설립을 선언했다"고 밝혔지만 협의 범위 등 세부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다.

마키노 기자는 NCG 설치보다는 미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전개가 이번 '워싱턴 선언'의 성과라고 봤다. 미국의 전략핵잠수함이 운용하는 트라이던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사거리가 1만2000㎞인 전략 핵무기로 태평양 어디에서도 북한에 핵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그는 "전략적 핵잠수함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니까 핵 보복 능력의 의미가 있다"며 "한국에서는 미국의 전략 자산이 항시적으로 한반도 주변에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 아마 한국이 많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하나의 선물로서 보내줬을 것"이라고 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