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공 앞둔 새울 원전 3·4호기…'K원전' 수출전진기지 위용 드러냈다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에 건설하고 있는 새울 원자력 발전소 3·4호기가 90%에 가까운 공정률로 완공을 앞두고 있다. 지난 25일 새울 원자력본부(본부장 조석진)의 도움으로 현장을 둘러봤다.
○거대 위용 드러낸 한국형 수출 원전
둥근 돔이 자리 잡은 원통형 건물. 주변에는 타워 크레인이 자재를 옮기고 사람들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새울 3,4호기는 현재 가동중인 새울 1,2호기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새울 3호기는 2016년 6월 본관기초굴착을 시작으로 2019년 11월 원자로 설치, 2020년 12월 초기전원가압 완료에 이어 오는 6월 상온에서 원자로냉각재계통 압력경계 내 기기와 부속품의 건전성을 확인하는 상온수압시험을 앞두고 있다.
내년 3월 연료장전을 거쳐 10월 준공 및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울 4호기는 새울 3호기와 1년의 시차를 두고 2025년 10월 준공 및 상업운전이 목표다.
새울 3,4호기가 계획대로 준공되면 연간 예상 발전량은 약 208억㎾h로, 국내 총 발전량의 약 3.6%에 해당하는 전력을 생산한다.
이는 부산·울산·경남 지역 연간 전력 사용량의 약 20%에 해당한다.
○원자로 벽체 두께 137㎝·내진설계…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설계인증 획득
새울 3,4호기는 국내외 선행 원전의 경험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후속조치, 규제기관의 인허가 요구사항 등을 반영해 중대사고 대처 설비 추가확보와 용량 증대 등 안전성을 한층 강화했다.
최삼성 새울 원전 3·4호기 건설소장은 "새울 3·4호기는 항공기 테러 등에 의한 항공기 충돌 영향평가를 통해 원자로 건물의 외벽 콘크리트 두께를 기존보다 15㎝ 늘린 137㎝로 시공했고, 내진성능도 규모 7.0에서 7.4로 대폭 상향했다"고 설명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 건물은 내진 1등급으로 대형 민간 항공기 충돌에도 구조적 건전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심층수중취배수방식을 적용해 해양환경 보존에 심혈을 기울인 것도 특징이다.
심층수중취배수방식은 수심 약 15m 이상에서 저온의 해수를 발전소 냉각수로 취수하고 이를 다시 수심 약 10m 이상에서 배수하는 공법으로, 공유수면을 매립하고 방파제 등 시설물을 설치했던 표층(매립)방식에 비해 자연경관을 보존할 수 있고, 해안선 침식·퇴적을 예방할 수 있으며, 온배수 확산 범위 축소로 해양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친환경적인 방식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대책으로는 무전원수소제거설비, 비상냉각수 외부 주입 유로 설치, 부지고 확보 및 밀폐형 방수문 설치, 지진자동정지설비, 사고관리계획, 이동형발전차, 이동형고저압펌프와 호스 등이 설계되어 있다.
APR1400의 유럽 수출 노형인 EU-APR이 2017년 10월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을 취득했고, 2019년 5월 미국 이외의 국가로는 처음으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DC, Design Certification)을 취득해 안전성과 기술력을 국제적으로 인증 받고 있다.
○원전 수출기대감 커져
이날 때마침 체코와 폴란드 원자력 전문가들도 현장시찰을 하고 있었다.
얀 라타이 체코 공과대학 원자력 학부 학과장(사진 왼쪽 네번째)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형 원전을 둘러보니까 굉장히 인상적이고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아그니시카 코르굴 폴란드 바르샤바대학교 물리학부 교수(왼쪽 다섯번째)는 "폴란드는 에너지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원자력 발전에 관심이 많다"며 "그것이 에너지 안전을 확보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한수원은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이라는 국정과제 목표 달성을 위해 해외시장 개척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체코와 폴란드 신규 원전사업은 한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한수원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최우선 과제로 손꼽힌다.
체코 사업의 경우 입찰요건에 따라 작년 11월 말 두코바니 5호기 신규원전사업 입찰서를 제출했다. 체코 원전 사업은 두코바니 지역에 1200㎿ 이하급 가압경수로형 1기를 건설하는 약 8조원 규모의 프로젝트다. 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EDF가 경쟁하고 있다. 체코 정부는 2024년 사업자를 선정하고 2029년 착공해 2036년 상업운전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한수원은 체코 측 사업추진 일정에 따라 올 9월께 수정된 입찰서를 한 차례 더 제출할 예정이다. 또한 체코에 제안한 APR1000 노형은 지난 3월 2일 유럽사업자협회로부터 설계인증을 취득했다.
한수원은 2017년 APR1400 유럽 설계인증을 취득한 이후 다시 한번 APR1000 설계인증을 취득해 한국 원전이 세계 최고기술 수준임을 재차 입증했고 수주 경쟁력을 추가로 확보했다.
폴란드 신규원전사업은 한수원이 2022년 10월말 폴란드 민간 발전사인 ZE PAK 및 폴란드전력공사(PGE)와 한국형 원전 APR1400 신규원전 2~4기 건설을 위한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지난 4월 13일 PGE와 ZE PAK은 특수목적법인을 공식 설립했고 앞으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
진될 것이다. 한수원은 설립된 특수목적법인과 협력해 타당성 조사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1400㎿ 규모 한국형 원전 2기 또는 4기를 지을 계획으로 사업비는 이집트 엘다바 원전(300억 달러·약 42조원)과 유사한 규모로 추정된다.
한국은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에 첫 원전을 수출하는 쾌거를 이룬 바 있다. 당시 한국전력 컨소시엄은 UAE의 국제 공개경쟁 입찰에서 프랑스의 아레바 컨소시엄, 미국의 GE·일본의 히타치 컨소시엄을 누르고 400억달러(47조원) 규모의 원전 4기 건설과 운영 사업을 따냈다.
김병섭 새울원자력본부 대외협력처장은 "한국은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많은 원전을 운영하며 시공능력과 건설단가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탁월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K원전이 세계시장에 널리 보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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