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선·희생 본질 잃은 채 개인주의로 변질된 자유주의[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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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자유주의'라는 단어는 '이기주의'에 가깝다.
오늘날 자유주의자들은 의무, 애국심, 자기희생, 타인에 대한 너그러움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2차 세계대전 후 자유주의가 강하게 공격받자 미국 자유주의자들은 자유주의가 전체주의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 사회 계획적 뉘앙스를 낮추고 개인의 권리를 지키는 데 헌신했다는 것이다.
공공선과 의무, 자기희생 등 자유주의의 핵심 요소들은 사라지고 개인주의로 변질된 현대 자유주의를 바라보는 저자의 아쉬움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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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 로젠블랫 지음│김승진 옮김│니케북스
오늘날 ‘자유주의’라는 단어는 ‘이기주의’에 가깝다. 자유와 권리만 주장하고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는 데 악용되기까지 한다.
“L로 시작하는 그 무시무시한 단어”라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말처럼 자유주의적(liberal), 자유주의(liberalism)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격렬하지만 아직 합의된 견해에는 이르지 못했다. 뉴욕시립대 대학원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자유주의를 무작정 비판하거나 옹호하지 않고 그 의미를 설명하고 의미의 변천 과정을 추적한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자유주의자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했는지, 또 그들이 자유주의를 언급할 때 그 뜻은 무엇인지에 주목한다.
저자는 자유주의 역사에서 흔히 간과돼온 사실을 환기한다. 자유주의자들이 대부분 도덕적 지향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자유주의 역사와 변천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고대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로마 정치인이자 저술가 마르쿠스 키케로는 공공선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베풂을 주고받는 것이 ‘자유로운’ 사람에게 주어진 도덕적 의무라고 주장했다. 19세기 프랑스 문학가 뱅자맹 콩스탕은 자기희생 정신 함양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19세기 프랑스 정치사상가 알렉시 드 토크빌은 이기심을 우려했다. 전통적으로 자유주의자들은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도덕과 성품의 향상에 관심을 기울였다. 과거 자유주의자들이 개인의 권리를 위해 싸운 경우는 의무를 잘 이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때뿐이었다. 그들에게 자유주의는 오늘날 ‘자유주의’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원자화된 개인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오늘날 자유주의자들은 의무, 애국심, 자기희생, 타인에 대한 너그러움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개인의 권리와 선택을 압도적으로 강조할 뿐이다.
“이러한 역사가 어쩌다 잊히고 말았는가?” 이 질문에 저자는 전통적 자유주의가 20세기 중반 개인의 권리와 이익, 자유방임주의, 작은 정부론 등 미국식 자유주의로 재구성됐다고 답한다. 2차 세계대전 후 자유주의가 강하게 공격받자 미국 자유주의자들은 자유주의가 전체주의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 사회 계획적 뉘앙스를 낮추고 개인의 권리를 지키는 데 헌신했다는 것이다. 공공선과 의무, 자기희생 등 자유주의의 핵심 요소들은 사라지고 개인주의로 변질된 현대 자유주의를 바라보는 저자의 아쉬움이 느껴진다. 488쪽, 2만6000원.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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