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했지만 발전한 중국… 미국엔 국민 결집시킨 ‘최애’ 위협[북리뷰]
마리아 에이들 캐러이, 제니퍼 루돌프, 마이클 스조니 엮음│함규진 옮김│미래의창
美 인종·문화·종교 분열 취약
中에 ‘자유·민주 위협’ 프레임
자유 수호자 자처… 국민 뭉쳐
■ 부패한 중국은 왜 성장하는가
위엔위엔 앙 지음│양영빈 옮김│한겨레출판
中경제 ‘인허가료 부패’ 다수
美 ‘로비활동’ 유사… 투자 촉진
習, 부패와의 전쟁 귀추 주목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 중인 지금, 중국은 연일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미·중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자유로운 나라는 없지만 두 나라 모두와 깊은 경제적, 안보적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은 더욱 그렇다. ‘뉴 노멀’(New Normal)이 된 미·중 갈등 상황 속에서 두 나라를 더 잘 이해해야 하는 것은 한국의 숙명과도 같다. ‘하버드대학 미·중 특강’은 지난 2018년 하버드대 중국연구소가 낸 ‘하버드대학 중국 특강’의 후속으로, 하버드대 중국연구소장을 지낸 마이클 스조니 하버드대 중국사 교수 등 3인이 정치, 안보, 경제, 사회, 문화 등 광범위한 분야 석학 54인의 글을 모아 엮었다.
책은 미·중 관계의 역사적 맥락부터 설명한다. 판첸징 마카오대 정치학 교수의 분석이 흥미로운데 그는 중국을 미국의 ‘최애 위협’이라고 말한다. ‘최대’ 위협이 아닌, ‘최애’ 위협(favorite threat)이다. 미국은 다양한 인종 집단, 문화적 배경, 종교적 신념을 가진 이들로 구성돼 있어 자칫 잘못하면 분열되기 쉬운 국가다. 이를 묶어왔던 것이 ‘자유세계의 수호자’라는 선민의식인데,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전체주의 국가로 중국에 프레임을 씌워 미국 국민을 하나로 결집시킨다는 것이다. 중국의 위협은 “미국을 하나로 묶는 최대의 희망”이며 미국인들이 서로 물어뜯는 것을 막아주는 “최후의 보루”다.
책은 북한 문제를 대만, 홍콩 등과 함께 미·중 갈등의 ‘발화점’ 중 하나로 다룬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벨퍼과학국제문제연구소 코리아 프로젝트 담당 디렉터인 존 박은 미국·중국·한국·북한·일본·러시아 간 6자 회담이 활발히 이뤄졌던 200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미·중의 대북정책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짚으면서,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 갈라졌기 때문에 북한이 스스로 움직일 여지를 얻게 됐다고 분석한다. 비핵화와 상관없이 중국 경제를 이용할 수 있는 북한 지도자가 6자 회담 테이블에 복귀해 정권의 핵무기를 포기하는 협상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미·중 관계를 진지하게 다룬 책이지만 정치·경제뿐만 아니라 문화·교육 등 다양한 분야를 담고 있기에 지루하지 않고 쉽게 읽힌다. 테리 시쿨라 캐나다 웨스턴대 경제학 교수는 중국의 중산층 인구가 3억4420만 명으로, 3억3000만 명인 미국 전체 인구수보다도 더 많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기후변화 및 환경에 대한 에밋연구소 공동 디렉터인 알렉스 왕은 미국과 중국이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주도권을 가지려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하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는 흥미로운 전망을 내놓는다. 이 밖에 중국에서의 ‘미투 운동’이 불러온 사회적 변화와 중국의 대중문화가 중국 밖에서는 인기를 얻지 못하는 이유, 전 세계 미술시장에 등장한 중국인 수집가들 등 다채로운 이야기는 미국과 중국에 관한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풍성하게 채운다.
미국이 중국을 경계하게 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유례없는 속도로 이뤄진 중국의 경제성장 때문일 것이다. 특히 중국은 1990년대 광범위한 부정부패로 끝내 실패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언을 뒤엎고 크게 성장했다. 존스홉킨스대 정치학 교수인 위엔위엔 앙이 최근 펴낸 ‘부패한 중국은 왜 성장하는가’는 여기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을 제시하는 책으로, 미·중 관계뿐 아니라 중국의 경제를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저자는 먼저 부패라고 다 같은 부패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어떤 부패는 사회와 경제에 독이 되지만, 어떤 부패는 단기적인 성장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이야기로, 이를 논리적으로 증명해 보이기 위해 저자는 부패를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바늘도둑’과 ‘소도둑’, ‘급행료’와 ‘인허가료’다. 바늘도둑은 절도, 일선 관료의 갈취 등을 의미하며 소도둑은 정치 엘리트가 공공 재원을 횡령하거나 유용하는 것을 뜻한다. 급행료는 말 그대로 어떤 일의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시민이 관료에게 주는 뇌물이고, 인허가료는 높은 수준의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행위자가 고위 관료에게 배타적이고 수익성 높은 특권을 받기 위해 주는 뇌물을 의미한다. 이 중 중요한 게 인허가료다. 미국에선 합법인 로비 활동이 이에 해당한다. 저자는 인허가료 유형의 부패는 민간 투자를 촉진한다고 이야기한다. 인허가료 유형의 부패가 중국에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기에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게 저자의 논지다. 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부패와의 전쟁을 핵심 과제로 삼는 시진핑 체제 속 중국 경제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지에 대해서도 통찰을 제시한다. 각 권 520쪽·2만3000원, 372쪽·2만 원.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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