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고위 당국자 “한국과 ‘사실상 핵공유’ 아냐”···대통령실 발표에 선 그어
미 정부 고위당국자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워싱턴 선언’에 대해 “우리는 ‘사실상의 핵공유’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 정부가 ‘한·미 핵협의 그룹’(NCG) 창설 등 워싱턴 선언에 담긴 확장억제 강화 방안에 대해 “사실상 미국과의 핵 공유”라고 밝힌 것을 반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첫번째 핵심 성과”라고 밝혔던 워싱턴 선언을 두고 한미 양국이 정상회담 바로 다음날부터 온도차를 드러낸 것이다.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국장은 27일(현지시간) 국무부 청사에서 경향신문을 포함한 한국 언론 워싱턴 특파원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국 정부가 워싱턴 선언을 사실상 핵공유라고 설명하는 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직접적으로 말하겠다. 우리는 이것(워싱턴 선언 내용)을 ‘사실상의 핵공유’(de facto nuclear sharing)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케이건 국장은 ‘(한반도에) 전술핵 무기를 배치하지 않기 때문에 핵공유가 아니라는 의미인가’라는 취지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한반도에 핵무기를 재배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핵공유를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물음에는 즉답하지 않으면서도 “핵공유는 핵무기 통제에 관한 것이고 여기에서(워싱턴 선언) 그것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대통령실이 어떻게 핵공유를 정의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할 위치가 아니지만 우리가 정의하는 바에 따르면 (한·미 합의는) 그것(핵공유)이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26일(현지시간) 워싱턴 현지 프레스룸 브리핑에서 “한·미 양국은 이번에 미국 핵 운용에 대한 정보 공유와 공동계획 메커니즘을 마련했다”며 “우리 국민이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으로 느껴지게 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케이건 국장이 핵공유뿐 아니라 ‘사실상의 핵공유’라는 표현까지 반박한 것은 워싱턴 선언에 대한 한국 정부의 확대 해석을 경계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핵 비확산 공약을 거스르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에 대해 독점적이고 최종적인 권한을 갖는다는 점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케이건 국장은 한·미 간에 입장이 다른 것이냐는 질문에 “그것은 반박하고 싶다. 우리는 한국의 동료들과 심도있는 논의를 했다”면서도 “우리의 관점에서 핵공유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함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워싱턴 선언)은 양국 정부가 민감한 이슈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협력과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덧붙다.
간담회에 함께 한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도 “이번 국빈방문을 통해 나오는 분명한 메시지는 미국과 한국이 이전보다 훨씬 더 일치하고 단합됐다는 것”이라며 “차이점에 집중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NCG 내에서 한국이 핵 관련 의사 결정 과정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 등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워싱턴 선언 발표 하루만에 양국이 서로 다른 인식 차를 드러낸 것은 앞으로도 논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 정부는 워싱턴 선언에 명문화된 전략핵잠수함(SSBN) 등의 정례적인 한반도 전개가 ‘나토식 핵공유’의 최대 특징인 전술핵 재배치와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지만, 미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준수를 강조하며 전술핵 전개 빈도를 늘리더라도 상시 배치가 아니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https://www.khan.co.kr/world/america/article/202304281507001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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