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서 같이 은퇴할 줄 알았는데…잘가라, 행복했다"

김민경 기자 2023. 4. 2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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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서 같이 은퇴할 줄 알았는데, 밥이나 한번 더 사 줄 걸 그랬습니다."

삼성 라이온즈 안방마님 강민호(38)가 갑자기 떠난 후배 이원석(37, 키움 히어로즈)을 응원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을 표현했다.

삼성 라커룸 이원석 자리에는 여전히 치우지 못한 그의 짐이 남아 있다.

박 감독을 비롯한 삼성 선수단이 이원석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를 모아서 정리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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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움 히어로즈로 떠난 이원석 ⓒ 삼성 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대구, 김민경 기자] "삼성에서 같이 은퇴할 줄 알았는데, 밥이나 한번 더 사 줄 걸 그랬습니다."

삼성 라이온즈 안방마님 강민호(38)가 갑자기 떠난 후배 이원석(37, 키움 히어로즈)을 응원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을 표현했다. 삼성은 27일 오전 이원석과 2024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키움에 내주고, 투수 김태훈(31)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불펜 수혈이 다급했던 만큼 삼성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원석은 물론이고, 선수단도 트레이드 당일 오전에야 소식을 접했다. 이원석은 빠르게 짐을 싸서 서울로 올라가느라 선수단에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하고 떠났다. 삼성 라커룸 이원석 자리에는 여전히 치우지 못한 그의 짐이 남아 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이)원석이가 '키움에서 오늘(27일) 경기 자기 선발이라고 빨리 오랬다'고 하면서 가더라"며 얼마나 급히 떠났는지 설명하며 웃었다.

이원석은 2017년 처음 삼성으로 FA 이적해 올해까지 7년을 함께했다. 중심타자이자 주전 3루수로 맹활약했고, 라커룸에서는 베테랑들과 함께 젊은 내야수들의 버팀목으로 임무를 다했다.

숱하게 벌어지는 일이라 해도 정든 선수를 떠나보내는 일은 언제나 힘들다. 박 감독을 비롯한 삼성 선수단이 이원석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를 모아서 정리해 봤다.

▲ 박진만 감독 ⓒ곽혜미 기자

◆ 박진만 감독

가족 같은 사람이 멀리 떠나면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프로의 세계는 어쩔 수 없다. 원석이에게 그동안 여기서 큰 임무를 해줬다고 이야기했다. 베테랑으로서 그동안 잘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키움이 널 좋게 평가해서 요청한 트레이드니까 가서 좋은 모습 보일 수 있게 몸 관리를 잘하라'고 했다. 우리는 새로운 선수(김태훈)가 가족이 될 수 있게 하나가 돼서 기존 선수들이 잘 맞춰 줬으면 좋겠다.

▲ 강민호 ⓒ곽혜미 기자

◆ 포수 강민호(이원석과 2차례나 같은 팀에서 뛴 형)

밥이나 한번 더 사 줄 걸 그랬다. 처음에 롯데에서 같이 뛰다가 원석이가 보상선수로 두산에 갔고, 삼성에는 원석이가 먼저 오고 내가 뒤에 오면서 다시 같이 뛰게 됐다. 삼성에서 같이 은퇴할 줄 알았는데, 아쉽다. 원석이에게는 잘된 일이다. 37살에 트레이드가 됐다는 것은 좋은 평가를 받은 거니까 잘된 일이다. 원석아 잘가라, 행복했다.

▲ 오재일(왼쪽)과 이원석 ⓒ 삼성 라이온즈

◆ 주장 오재일(삼성에서 이원석과 늘 붙어다닌 절친)

아직 원석이를 못 보냈다. 아침에 자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와서 트레이드된다길래 끊었다. 거짓말인 줄 알았다.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신경을 안 쓰려고 했는데, 마음이 뒤숭숭했다. 그러다 홈런 치면서 다 잊어버렸다(27일 대구 두산전 7회말 역전 만루포, 삼성 7-6 승리). 원석이가 가니까 홈런이 나온다(웃음). 오늘은 원석이가 바쁘게 올라가는 바람에 대화를 많이 못 했다. 통화를 해봐야 할 것 같다.

▲ 공민규 ⓒ 삼성 라이온즈

◆ 내야수 공민규(이원석이 후계자로 꼽았던 후배)

생각도 못 했다. 갑자기 단체 채팅방에 원석이 형이 간다고 글을 올리셔서 그때 알았다. 지금까지 정말 잘 챙겨 주시고 도움도 많이 주시고, 안 될 때는 쓴소리도 많이 하시고 친형처럼 많이 챙겨 주셨는데 가셔서 마음이 복잡하다. 가시면서도 잘하라고 정신 차리라고 그렇게 메시지가 왔다(웃음).

나는 방망이 쪽에서 보여줘야 하는 선수인데, 지금 내세울 게 없다. 원석이 형이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시더라. 네가 나가서 삼진 먹고 고개 숙이지 말고 나가면 나간 대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안 되면 연습하라고 하시더라. 네가 내 다음이 됐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이원석 선배의) 이름에 먹칠을 안 하도록 열심히 하겠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 사실 진짜 특별하게 원석이 형한테 잘한 것도 아닌데, 친동생처럼 챙겨 주셔서 감사했다. 앞으로도 같이 야구를 같은 팀에서 할지 안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영광인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원석이 형을 상대팀 선수로 만나면) 진짜 이상할 것 같다. 그래도 원석이 형이 치면 열심히 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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