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국빈방미] 美의회 43분 영어연설…57번 박수 터졌다
"탑건, 어벤저스, 미션 임파서블 좋아해" 박수·웃음 화답
민주주의·법 시스템 강조하며 '검찰총장' 재직시절 일화
"삼성전자·현대차 등 美경제활성화 기여"…기립박수
[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은 2020년 기준 약 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한미가 지난 70년간 경제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한 결과 배터리, 반도체,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미국에 진출한 글로벌 한국 기업들이 이같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하자, 의원들이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양국의 문화 콘텐츠가 국적과 언어의 차이를 넘어 깊은 이해와 우정을 쌓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면서 한국 영화 '기생충', '미나리'에 이어 할리우드 영화 '탑건', '어벤져스', '미션 임파서블' 등을 일일이 언급하자 박수와 함께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미국을 국빈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워싱턴DC 미 의회 하원 본회의장에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 나섰다. 영어로 43분간 진행된 이날 연설에서는 연설 직전 기립박수를 포함해 총 57번의 박수가 나왔다. 국빈인 윤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의원들은 4분간 기립해 박수를 보내며 예우를 표했다.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먼저 "지난 세기 동안 미국은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이를 수호하는 데 앞장섰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제국주의 세력 간 식민지 쟁탈전이 격화되면서 인류는 두 차례의 참혹한 대전을 겪었고 미국은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정의로운 개입을 택했다"고 말했다.
한국전쟁과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을 언급하며 "전혀 알지 못하는 나라의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국민을 지키기 위해 미군이 치른 희생은 매우 컸다"며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을 명예롭게 예우하는 미국 정부와 국민에게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릴 만큼 한국의 경제성장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1인당 소득 67불의 전후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며 "지난 70년간 동맹의 역사에서 한미 양국은 군사 안보 협력뿐 아니라 경제 협력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고 했다.
미국에 진출한 글로벌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 기여에 대해서도 상세히 전하며, 호혜적 한미 경제 협력을 위한 의회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은 2020년 기준 약 1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2024년 하반기부터 가동될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현대차 공장도 연간 30만 대의 전기차와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12번째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어 "지난해 11월 바이든 대통령께서 방문한 미시간주 베이시티 SK실트론 CSS는 한국 기업이 미국 회사를 인수해 성장시키는 또 다른 모범 협력 사례"라고 소개했다.
하와이주 사탕수수 농장의 노동자로 진출하기 시작한 한인들의 역할도 강조하고 "영 킴 의원님, 앤디 킴 의원님, 미셸 스틸 의원님, 그리고 메릴린 스트릭랜드 의원님 같은 분들이 세대를 이어 온 한미동맹의 증인들"이라고 말했다.
양국 문화 콘텐츠의 역할에 대해서도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가 아카데미 수상을 하고, '탑건', '어벤저스'와 같은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가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에서 엄청난 사랑을 받아 왔다"고 했다.
또 "저도 '탑건'과 '매버릭'을 굉장히 좋아하고, '미션 임파서블'을 굉장히 좋아한다"며 영화를 이어 언급하자 박수와 함께 웃음이 터져나왔다.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검찰총장 재직 시절 얘기도 꺼냈다.
윤 대통령은 당시 '미국의 영원한 검사 로버트 모겐소'라는 책을 출간해 후배 검사들에게 나눠 준 일화를 소개하며 발간사에 "거악에 침묵하는 검사는 동네 소매치기도 막지 못할 것"이란 문구를 적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는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공동체의 정치적 의사결정 시스템이다. 이러한 의사결정은 진실과 자유로운 여론 형성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와 땀으로 지켜온 소중한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시스템이 거짓 위장 세력에 의해 무너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용감하게 싸워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해야 할 일을 반드시 할 것이라며 "미국화 함께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강화된 '확장억제' 조치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날로 고도화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공조와 더불어 한미일 3자 안보 협력도 더욱 가속화 해야 한다"며 "우리 정부는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하되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문을 열어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며 "대한민국은 정당한 이유없이 감행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공력을 강력히 규탄한다"고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연설을 마무리하며, 미 의회 연설에 나선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도 언급했다. 앞서 이승만(1954년)·노태우(1989년)·김영삼(1995년)·김대중(1998년)·이명박(2011년)·박근혜(2013년) 당시 대통령이 연설을 했다. 윤 대통령이 역대 일곱번째다.
윤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미국에게 태평양은 더욱 중요하게 될 것이다. 한국은 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더욱 기여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언젠가 한국의 대통령이 다시 이 자리에 서서 오늘 내가 한 이야기가 내일의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할 날이 올 것'이라고 한 연설을 떠올리며 "꿈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고 말했다.
/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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