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미 공동성명에 “하나의 중국 원칙 지켜라” 공식 항의…관영매체 “상호신뢰 손상 불가피”

이종섭 기자 2023. 4. 28. 08:2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사 사장(오른쪽)이 지난 27일 밤 강상욱 주중 한국대사관 정무공사를 만나 한·미 정상 공동성명 내용에 항의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중국 정부가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 등을 언급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해 한국 정부에 공식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중국 외교부는 류진쑹(劉勁松) 아주사 사장(아시아 담당 국장)이 지난 27일 밤 강상욱 주중 한국대사관 정무공사에게 중국과 관련된 한·미 공동성명의 잘못된 표현에 대해 엄숙한 교섭을 제기하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28일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류 사장이 강 공사에게 대만 문제 등에 대한 중국의 엄정한 입장을 강조하고 한국 측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실히 지킬 것을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측이 말하는 교섭 제기는 외교적 사안이 발생했을 때 상대국에 외교 경로를 통해 항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 정상이 지난 26일(현지시간) 공동성명에서 “역내 안보와 번영의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히는 등 중국을 겨냥한 것에 대해 공식 항의한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같은 날 대변인 정례브리핑을 통해서도 “대만 문제는 중국 내정이고 핵심이익 중 핵심으로 실제를 똑바로 인식하고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잘못되고 위험한 길로 점점 멀리 가지 말라”고 반발했었다.

다만 중국 외교부는 윤 대통령 방미 전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로이터통신 인터뷰 내용이 공개됐을 당시 쑨웨이둥(孫衛東) 부부장(차관급)이 정재호 주중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국장급 인사가 공사에게 항의하는 것으로 한 단계 급을 낮췄다. 또 항의 사실을 공개하면서 외교적 사안으로 상대국 외교관을 불러들여 항의하는 ‘초치(召見·자오젠)’라는 표현 대신 약속을 정해 만난다는 의미의 ‘약견(約見·웨젠)’이라는 표현을 썼다. 윤 대통령 인터뷰 보도 때보다는 항의나 반발 수위를 낮춘 것으로 평가된다. 한·미 공동성명에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들이 다수 담기기는 했지만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고 대만 문제에 있어서도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라는 표현이 직설적으로 담기지는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이 미국의 대중 견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가세하는 분위기가 형성됨에 따라 당분간 한·중 관계의 냉기류는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을 통해 “이번에 나온 한·미 공동성명과 워싱턴 선언은 내용과 표현이 모두 미국의 어조로 한국은 이름만 달았다는 것을 분명히 드러낸다”면서 “(한국이) 이런 공동성명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중국과의 상호 신뢰에 손상을 주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방미는 윤석열 정부가 역대 한국 정부 중 미국에 대한 민족독립 의식이 가장 낮은 정부라는 평가를 증명했다”고 덧붙였다. 이 매체는 한·미 간 대북 확장 억지력 강화를 위한 워싱턴 선언에 대해서도 “한반도 정세의 새로운 긴장 고조 가능성 높으며 북한에 강한 자극이 돼 한반도의 안보 딜레마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