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투자 '28조 큰손' CIP "유럽 풍력 급증, 한국 기업에 큰 기회"

코펜하겐(덴마크)=권다희 기자 2023. 4. 28.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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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상풍력 빨리 시작해야…亞 다른 국가들이 기회 가져갈 수 있어"
CIP의 톨슨 스멧 부회장이 21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CIP 본사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사진= 권다희 기자


"한국이 신속하게 움직인다면, 한국 (해상풍력) 공급망 (기업들)에 매우 큰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빨리 시작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이 가진 기회를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이 가져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대 그린 투자 펀드 CIP(Copenhagen Infrastructure Partners)의 톨슨 스멧 부회장이 21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CIP 본사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거듭 강조한 건 한국의 제조업체들이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에서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이었다. 다만 이 기회를 '신속하게' 잡아야 한다는 부연이 뒤따랐다.

CIP는 전세계 기관투자자들에게 조달한 총 190억 유로(약 28조원) 규모 펀드를 운용해 재생에너지, '파워 투 엑스'* 등 '그린 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한다. 이 분야에서 세계 최대다. 스멧 부회장은 CIP의 지분을 소유한 4명의 파트너 중 한 명으로 CIP가 만들어진 2012년부터 이 곳을 이끌었다. 전세계 그린 투자 동향에 누구보다 정통한 스멧 부회장은 CIP가 가장 주력하는 해상풍력발전 사업과 관련, 한국이 "매우, 매우 좋은 공급망을 갖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전세계 재생에너지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이 공급망에 속한 한국 기업들이 역량을 발휘하기 적기라는 맥락에서다.

한국 내 시장에만 국한한 얘기가 아니었다. 최근 유럽의 재생에너지 수요 급증이 한국 기업들에게 "매우 커다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유럽 여러 국가들이 러시아 가스로 충당하던 에너지를 대체하기 위해 동시다발적으로 해상풍력 발전 단지 건설을 늘리면서 중간재 공급이 병목 현상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시아와 미국 해상풍력 시장도 동시에 커지면서 유럽발(發) 해상풍력 건설 급증에 따른 연쇄적인 중간재 공급 부족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유럽 기업들이 아시아 시장까지 공급하기 어려울 거라는 얘기다.

스멧 부회장은 여기에 한국 기업들의 기회가 있다고 봤다. 해상풍력 단지를 지으려면 풍력터빈·터빈을 지지하는 하부구조물·전력을 육지로 연결하는 케이블 등 광범위한 중간재가 필요한데, 터빈에 쓰이는 철강·터빈의 타워·하부구조물·케이블 등에서 역량 있는 한국기업들이 있고, 이 기업들이 아시아 시장으로 수출하는 기회를 만들 수 있으리란 얘기다.

특히 올해는 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전세계 국가들이 '2030년'을 중간 목표로 해상풍력 단지 건설에 나섰는데, 해상풍력 단지 완공까지 통상 수 년이 소요돼 많은 계약이 미리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는 "유럽에는 2년 전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재생에너지 수요가 있다"며 "이는 한편으로 유럽의 공급망에 엄청난 압박이 있다는 의미"라 했다. 이어 그는 "2~3년 전 생각했던 것 보다 아시아 공급업체에서 더 많이 조달을 해야 할 것"이라 했다.

다만 그는 이 잠재력이 실현되기 위해 "신속하게 대응하면"이란 조건을 부연했다. 우선 한국 해상풍력 시장이 성장해야 한국 내 공급망을 구축하고, 생산능력을 키울 텐데 그렇지 못할 경우 자칫 아시아 '거점'을 빼앗길 수 있는 상황이란 의미다. 아시아 해상풍력 시장 선점에 시동을 걸고 있는 일본은 해상풍력규제를 정비하고 관련 해외 제조기업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대만은 5년여 전부터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해상풍력을 정책적으로 육성 중이다. 스멧 부회장은 한국 독자들에게 전할 말을 묻는 마지막 질문에도 "한국은 매우 높은 기술과 큰 경쟁력을 가졌다"며 "그러나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재차 덧붙였다.

※CIP는
-덴마크 국영 에너지 기업 동 에너지(현 오스테드)의 해상풍력 담당 임원들이 2012년 설립했다. 덴마크 최대 연기금 펜션 덴마크의 자금을 기반으로 한 첫 펀드(CI I)가 영국 재생에너지 시장에 투자한 게 시작이다. 이후 미국과 다른 유럽 국가들, 아시아태평양 지역, 인도, 브라질, 동유럽 등으로 투자처를 확대했다. 현재는 전세계 11개 법인을 기반으로 140개 기관투자자들 자금 약 190억 유로를 운용하는 10개의 펀드를 통해 24개국에서 100GW 규모의 그린 에너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30년 1000억 유로 운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톨슨 스멧 부회장은
△2012~ CIP 시니어 파트너(부회장) △2011~2012 동 에너지 리뉴어블 부사장△2003~2011 동 에너지 M&A 대표 △크로만 로이머트 로펌 변호사 △에라스무스 대학교 로테르담 경영대학원 MBA △코펜하겐 대학 법학 석사

※파워 투 엑스(Power-to-X:PtX):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에너지로 물에서 수소를 분해한 뒤 이 수소(그린 수소)를 연료·화학물질 생산에 직접 사용하거나, 질소(N) 또는 탄소(C) 등 다른 원소와 결합시켜 사용하는 것. 수소에 탄소(C)를 첨가하면 e-디젤, e-메탄올, e-메탄과 같은 e-연료를 생산해 수송 등에 쓸 수 있고, 수소에 질소(N)를 첨가하면 농업용 비료 등으로 쓰이는 e-암모니아를 만들 수 있다.

코펜하겐(덴마크)=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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