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파일럿도 파업할 수 있을까?…‘필수유지업무’ 조정 개시

티웨이항공 화물 운송용 용기 유엘지(ULD). 티웨이항공 제공

항공기 조종사들은 파업 기간에도 모든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할 수 없다. 일정 비율 이상은 남아 항공기 운항률을 유지해야 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과 시행령에 의해 항공운수업이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된 탓이다. 티웨이항공조종사노동조합(티웨이조종사노조)은 필수유지업무 기준이 과도한 탓에 파업권을 무력화한다며 최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2010년 대한항공 노조의 문제 제기로 설정된 필수유지업무 항공기 운항률이 13년 만에 바뀔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지노위는 27일 2차 특별조정위원회를 열어 티웨이조종사노조가 제기한 ‘필수유지업무 결정 신청’ 사건을 심의했다. 앞서 티웨이조종사노조는 지난 10일 국제선 80%, 국내선 70%인 필수유지업무 비율을 50%(평일 65%, 공휴일 12.5%)로 결정해 달라고 서울지노위에 신청했다.

항공운수업은 지난 2006년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돼 파업하더라도 일정 비율 이상 운항률을 유지하는 필수유지업무를 해야 한다. 파업 기간에 운항률을 지키지 않으면 불법이다. 이후 대다수 국내 항공사가 이를 기준으로 필수업무유지 협정을 맺었다.

티웨이조종사노조 쪽은 13년이 지나는 동안 저비용항공사(LCC)가 많이 느는 등 급변한 항공 시장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9년 6개이던 국내 항공사는 현재 13개에 이른다. 개별 항공사 파업 때 필수유지업무 비율을 낮춰도 대체 항공사가 많기 때문에 소비자 불편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저가 항공사의 경우 중복되는 취항지가 여러 개다. 대한민국조종사노조연맹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진에어·제주항공·에어부산 등 저가 항공사 간 중복 취항지(국제선 기준) 비율은 85∼100%에 달한다. 티웨이조종사노조 관계자는 “저가 항공사가 다수 보유한 소형 항공기 특성상 6시간 이내의 도시를 취항하기 때문에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에 취항지가 집중돼 중복률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티웨이항공 쪽은 “항공사가 많아졌다곤 하지만, 그만큼 항공수요도 늘어 과거와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