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해상풍력 공급망 매우 좋지만…늦으면 기회 다른 亞 국가로"

코펜하겐(덴마크)=권다희 기자 2023. 4. 2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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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그린 투자 회사 CIP 톨슨 스멧 부회장 인터뷰
CIP의 톨슨 스멧 부회장이 21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CIP 본사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사진= 권다희 기자


풍력(55%), 바이오에너지(23%) 태양광(6%). 세계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인 덴마크의 지난해 전력 구성이다. 덴마크 기업인 세계 최대 그린 투자회사 CIP(Copenhagen Infrastructure Partners)는 자국 재생에너지 전력이 80%를 넘는 상황에서도 재생에너지 공급이 더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덴마크 민관이 추진 중인 세계 최초의 '에너지 섬' 프로젝트도 그렇게 탄생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덴마크를 방문해 CIP와 그린 에너지 사업 협력을 직접 논의했을 만큼 한국 기업들과의 파트너십도 강력하다. 머니투데이는 21일(현지시간) 코펜하겐 CIP 본사에서 만난 톨슨 스멧 CIP 부회장으로부터 전세계 에너지 시장 동향과 한국의 '그린 에너지' 시장 전망, CIP가 주도하고 있는 덴마크 에너지 섬 프로젝트 등에 대해 들었다.

-CIP는 10여 년 만에 그린 투자 분야의 최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 CIP가 가진 역량을 기본적으로 재생에너지가 열리는 새로운 시장에 배치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것이 우리의 전략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미국에서 대규모 해상 풍력 프로젝트를 수행한 최초의 회사였다. 바로 800MW(메가와트) 규모의 빈야드 프로젝트다. 대만에서도 초기의 대규모 해상 풍력 발전 단지를 건설했다. 이 시장의 '얼리 무버'였다. 항상 현지 파트너와 많은 협력을 해 왔는데 새로운 국가에 진출할 때는 현지 기업들과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SK E&S와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함께 하며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SK는 CIP에게 강력한 현지 파트너다. 항상 현지 파트너와 함께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이 우리 DNA의 일부다.

-CIP의 빠른 성장의 배경 중 하나로 현지화를 강조했다.
▶현지화는 중요하다. CIP는 해당 국가의 기업들과 협력해 현지화를 해 왔다. 많은 경우 상대방 기업도 이런 협력을 바란다. 한국은 매우, 매우 좋은 공급망을 가졌다. 한국에서 여러 제조업체와 좋은 협력을 해 왔다. CIP는 SKE&S, LS 케이블, 삼강엠앤티(현 SK오션플랜트), 씨에스윈드와 협력한다. 이들은 함께 일하는 회사의 일부에 불과하다. 한국에는 좋은 기업들이 많다. 해상풍력 발전 단지에 필요한 많은 것들은 현지 공급망에서 조달하는 게 합리적이다. 전 세계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제품을 구매한다. 기본적으로 여러 면에서 (CIP와 한국 시장이) '윈윈'이 될 수 있다.

-언급한 '윈윈' 즉, CIP가 한국에서 해상풍력 사업을 할 때 한국이 얻는 것과 CIP가 한국에서 얻는 것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CIP는 모든 걸 유럽에서 운송하는 경우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필요한 장비를 공급할 수 있는 산업을 구축 할 수 있다. 이건 한국이 갖고 싶어하는 것이기도 하다. 덴마크에서 모든 것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현지에서 많은 것을 생산하고 싶다. 이건 CIP가 한국에 투자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한편으로 CIP는 유럽에 있는 전문가들을 한국으로 데려와 한국의 현지 파트너와 협력한다. 유럽에서 해상풍력을 어떻게 하는지 교육도 지원한다. 한국의 입장에서 처음부터 모든 것을 배워야 하는 경우보다 훨씬 더 빨리 해상풍력 발전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일자리·소득 창출도 이뤄질 수 있다. CIP가 대만에서 해상 풍력 발전소를 건설할 때 한국 기업의 제품을 이용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CIP는 한국 밖의 프로젝트에도 한국 기업을 참여시킨다. 이 또한 한국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CIP가 보는 한국 시장의 '그린 에너지' 잠재력을 설명해 달라.
▶지금까지 주로 해상 풍력에 집중해 왔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개발에 (육상풍력, 태양광에 비해)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래서 CIP는 이를 일찍 시작했다(CIP의 해상풍력 프로젝트 투자를 전담하는 개발사 COP가 2018년 한국시장에 진출). 한국에서도 해상풍력은 매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해외에서 많은 가스를 구입하는 게 비싸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더 저렴한 재생에너지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 훨씬 더 좋다. '파워 투 엑스'(재생에너지 잉여 전력을 수소 등으로 만들어 저장)도 매우 흥미로운 기회다. 특히 한국에는 많은 오프테이크(수요) 기회가 있다. 게다가 공급망의 많은 부분이 (한국 외) 다른 지역으로 전력을 수출 할 기반을 구축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한국 시장은 해상풍력 누적용량 등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적은 편이다.
▶현재 한국은 해상풍력 설치 용량 면에서 조금 뒤쳐져 있다. 하지만 한국이 훨씬 더 큰 시장이다. 한국을 큰 시장이라고 한 이유는 좋은 공급망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좋은 기회가 있다. 한국에서 해상풍력 단지를 건설하는 건 다른 새로운 시장보다 덜 위험하다. 해상풍력 발전 단지를 건설하기로 하고, (중간재 공급 차질로) 건설이 지연되면 많은 비용이 들 수 있다. 이는 우리에게 매우 큰 비용이다. 한국은 공급망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할 위험이 낮다. 현재 한국의 핵심 이슈는 적어도 서해안 지역에서는 그리드(전력망)다. 한국에서 해상풍력을 하려면 그리드 문제(해상풍력으로 만든 전력을 수요처로 옮길 수 있는 전력망)를 해결해야 한다.

CIP가 설립을 추진 중인 에너지 아일랜드 VindØ(빈되) 섬의 조감도 /출처=CIP


-CIP가 주축이 돼 진행되고 있는 에너지 섬 프로젝트*가 어떻게 고안 됐는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지 소개해 달라.
▶처음에 덴마크 정부를 포함해 2~3개 국가가 협력해 만들려던 프로젝트다. 그러나 CIP가 덴마크 정부에 '다른 나라에 의존하면 훨씬 더 오래 걸리므로 덴마크가 직접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덴마크에서 전력을 생산해 덴마크뿐 아니라 이웃 국가들로 수출하고, 이 섬에서 만든 전기로 수소를 생산하고 판매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에너지 섬 조성을 빨리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보면, 탈(脫)탄소화 문제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도 에너지 섬이 필요하다는 게 훨씬 더 분명해졌다. 두 가지 목표를 한 번에 해결하게 되는 것이다. 에너지를 자급하는 건 오늘날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 에너지 섬 프로젝트의 핵심 구상을 좀 더 설명해 달라.
▶ 일반적으로 해상풍력 발전을 할 때는 간헐성의 문제가 있다. 즉, 바람이 불지 않을 때는 풍력발전 단지가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거나 아주 조금만 생산한다는 뜻이다. 또 일반적으로 해상풍력 발전 단지에서 내륙까지 큰 송전선을 건설하는데, 이 송전선은 매우 비싸다. 비싼 송전선이 (풍력발전의 간헐성으로 인해) 일부 시간에만 사용된다. 에너지 섬을 덴마크에 건설한다면 2030년까지 10GW(기가와트)의 해상풍력 발전 단지를 건설 해 전력망으로 3GW의 전력만을 송전하고, 대신 (송전하지 않은 풍력발전으로 만들어진 전력으로) 수소를 생산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그리드에도 안정성이 생긴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게 매우 합리적 일 수 있다.

-덴마크 정부와 민간 플레이어인 CIP가 협력해서 대규모 에너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지배구조도 인상적이다.
▶덴마크 정부의 에너지 섬 건설 계획은 매우 비전이 있었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게 문제였다. 정부가 에너지부(덴마크 정부부처)에 많은 것을 원하고, 많은 것을 직접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일이 지연 된다고 봤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가능한 한 많은 것을 민간에 아웃소싱하는 거라 생각한다. 물론 민간 부문이 하는 일을 규제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걸 정부가 직접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덴마크 정부는 해상풍력 사업에서 성공적이었다. 정부가 먼저 지역을 조사하고 해저 분석을 한 뒤 여러 경쟁자에게 해당 부지에 입찰하도록 하고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수행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모델을 매우 성공적이었는데 시간이 충분하다면 잘 작동하는 모델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 시급한 문제가 있다. 현재 유럽은 기후 문제가 심각하지만 러시아와도 큰 문제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개발자들이 더 엄격한 프로세스로 인해 사업이 지연된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자체 분석을 매우 빠르게 시작해야 한다. 특히 큰 문제는 많은 국가가 '2030년 목표'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정부가 2029년, 2030년에 모든 에너지 프로젝트를 완공하는 방식으로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이 프로젝트가 동시에 일어난다면 실현이 불가능하다. 모든 게 동시에 일어날 수는 없으며, 무언가는 매우 빨리 일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

- 2030년까지의 프로젝트가 너무 많다는 것은 공급망 등의 병목을 우려하는 것인지. 우크라이나 전쟁 후 유럽의 에너지 시장이 바뀐 점과도 연관이 있을 것 같다.
▶현재 유럽에는 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2년 전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엄청난 재생에너지 수요가 있다. 러시아 가스에서 독립하기 위해 재생 에너지에 대한 목표가 많이 높아졌다. CIP가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는 또한 유럽에서 필요한 물건을 공급하기 위해 엄청난 압력이 가해질 것임을 의미한다. 물자 조달이 매우, 매우 어려울 것이다. 예를 들어 유럽의 터빈 공급업체는 유럽에 필요한 물량을 공급해야 한다. 유럽에 있는 많은 공급업체들이 아시아에 터빈 등을 공급하는 데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다. 아시아에서도 재생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역량을 갖춘 아시아 국가에게는 굉장한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 공급망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면 한국 공급망 (기업들)에도 큰 기회가 있다.

-IRA도 전세계 에너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반적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추세는.
▶IRA(인플레이션감축법)는 일반적으로 좋은 일이다. 오랫동안 유럽 사람들은 미국이 기후 문제에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은 기후 문제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또 미국은 자체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기 바라고 있다. 물론 지금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러시아와의 긴장, 미국과 중국간 긴장이 있다. 하지만 CIP는 이미 미국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아시아에도 계속해서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2~3년 전 생각했던 것에 비해 아시아 공급업체들의 제품을 더 많이 이용하게 될 것이란 점도 변화다. 인플레이션으로 유럽과 미국, 아시아의 에너지 프로젝트가 더 비싸질 것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철강 가격 등이 많이 올랐다. 그래서 몇 년 전 재생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고 본 가격이 오늘날 시장에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가스 가격도 많이 올랐다. 대안(가스)이 더 비싸다는 의미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여전히 재생에너지를 많이 보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본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건(앞에서 언급한 상황) 기본적으로 한국 기업들도 참여할 수 있는 더 큰 기회다. 한국은 (해상풍력 발전을 위한) 많은 기술과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빨리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이 가진 기회를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이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CIP는
-덴마크 국영 에너지 기업 동 에너지(현 오스테드)의 해상풍력 담당 임원들이 2012년 설립했다. 철립 당시 덴마크 최대 연기금 펜션 덴마크의 자금을 기반으로 한 첫 펀드(CI I)가 영국 재생에너지 시장에 투자한 게 시작이다. 이후 미국과 다른 유럽 국가들, 아시아태평양 지역, 인도, 브라질, 동유럽 등으로 투자처를 확대했다. 현재는 전세계 11개 법인을 기반으로 140개 기관투자자들 자금 약 190억 유로를 운용하는 10개의 펀드를 통해 24개국에서 100GW 규모의 그린 에너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30년 1000억 유로 운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톨슨 스멧 부회장은
△2012~ CIP 시니어 파트너(부회장) △2011~2012 동 에너지 리뉴어블 부사장△2003~2011 동 에너지 M&A 대표 △크로만 로이머트 로펌 변호사 △에라스무스 대학교 로테르담 경영대학원 MBA △코펜하겐 대학 법학 석사

※에너지 섬 프로젝트
2020년 덴마크 기후 합의의 일환으로 덴마크 정부가 공표한 구상을 CIP가 참여해 구체화했다. 덴마크 정부는 발틱해의 보른홀름섬과 북해의 인공섬으로 구성된 에너지 섬을 만들기로 했다. CIP는 VindØ(빈되), BrintØ(브린퇴)라는 인공섬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CIP는 이 두 개의 인공섬에서 향후 유럽 국가들로 수출용 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다. CIP는 브린퇴섬에서만 2030년 해상풍력으로 만든 연 10GW의 전력을 수소로 만들어 다른 유럽 국가들에도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CIP에 따르면 이렇게 만들어지는 그린 수소는 연 100만 톤 규모이며, 이는 2030년 EU의 총 수소 소비의 7%에 달한다.

코펜하겐(덴마크)=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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