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 분기 실적 낸 인텔 "2분기에도 적자 전망"
2분기째 적자 지속…3조7000억 손실
"PC 수요 개선" 전망에 주가는 5%↑
삼성전자의 주요 경쟁사 중 한 곳인 미국 인텔이 올해 1분기 사상 최악의 실적을 냈다. 최소 13년래 가장 낮은 수준의 매출을 낸 데다 4조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내며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그럼에도 글로벌 PC 수요 안정화 기대에 힘입어 주가 하락 폭은 제한적이었다.
미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인텔은 27일(현지시간) 지난 1~3월 매출이 117억달러(약 15조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 전망치(110억4000만달러)를 소폭 웃돌았지만, 1년 전 같은 기간(184억달러)과 비교하면 36% 가까이 급감했다. 지난해 1분기에 이어 5개 분기 연속 매출 감소세가 지속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0년 이후로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낮은 규모”라고 전했다.
영업 적자도 2개 분기 연속 유지됐다. 적자 폭은 지난해 4분기 6억6400만달러에서 27억6000만달러(약 3조7000억원)로 5배 가까이 불어났다. 2017년 4분기(순손실 6억8700만달러) 이후 최대 규모다. 작년 1분기 이 회사는 81억달러의 순이익을 냈었다.
주당순손실(LPS)은 0.04달러로, 이익 수준은 1년 전 대비 133% 급증했다. 다만 시장 예상치(0.15달러)보다는 낮았다.
이 같은 실적 악화는 글로벌 PC 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재택근무, 원격 학습 등이 확산하면서 ‘반짝’ 회복세를 보였던 PC 매출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시대 진입과 함께 다시 악화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1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29% 뒷걸음질했다. 감소 폭은 지난해 4분기 28%, 3분기 15%에 이어 더 커졌다.
이에 따라 핵심 제품군인 PC용 칩 매출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데스크톱‧노트북의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를 공급하는 인텔의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의 매출은 58억달러로, 1년 전보다 38% 쪼그라들었다. 시장 전망치(49억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데이터 센터와 인공지능(AI) 서버용 칩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 줄어든 37억달러였다.
사업 규모가 가장 작은 네트워크‧에지 부문 매출도 전년보다 30% 감소한 15억달러로 집계됐다.
인텔은 올해 2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매출 규모는 115억~125억달러로 예상했다. 시장 전망치는 117억4000만달러다.
다만 글로벌 PC 시장은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PC 시장이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가 있었다”며 “초소형 트랜지스터에서 최대 성능을 내는 칩을 만들기 위한 다년간의 노력을 통해 업계 선두로 올라서겠다”고 말했다.
인텔의 최우선 과제는 비용 절감이다. 올해 30억달러를 시작으로 정리해고 등을 통해 2025년에는 연간 최대 100억달러를 아끼겠다는 게 이 회사의 목표다. 이후 수천 명 규모의 정리해고 계획을 알리고 프로젝트 슬림(slim)화와 함께 일부 사업을 매각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인텔 주가는 전일보다 2.79% 오른 29.86달러에 마감했지만, 시간외거래에서 4.89% 뛰어 31.32달러까지 올랐다.
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배런스에 “PC 수요가 일부 안정되고 있고, 중국으로부터 긍정적인 경제적 모멘텀이 감지된다”고 말했다.
싱어 CEO는 이번 실적에 대해 “혁신에 대한 꾸준한 진전을 보여주는 견고한 실적”이라면서 “데이터센터 사업 로드맵에서 중요한 이정표를 달성했고,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력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새 비전인 ‘IDM 2.0’ 이행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할 것”이라며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을 강화해 우리 앞에 놓인 1조달러 규모 시장에서의 기회를 잡겠다”고 덧붙였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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