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광장] 예타 그리고 애타
총선 포퓰리즘 의식해 기준 완화 없던 일
지방 살리기 위한 예타 기준 손질 필요
어쩌란 말이냐. 자기들 마음대로다. 합의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포퓰리즘 운운하면서 잠정 보류하잖다. 그 가벼움에다 기민한 태세전환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이번 건은 좀 짜증이 난다.
김대중 정부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국가부도 사태인 IMF를 맞은 김대중 정부는 넉넉지 않은 재정을 감안, 1999년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정책·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 평가하는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것이 예타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에 국고 지원이 300억 원을 넘는 사업 등이 대상이다. 25년 가까이 예타 기준은 바뀌지 않았다.
문제는 이 기준 잣대를 들이댈 경우 지방에서 이뤄지는 사업들은 경제성(BC)에 발목 잡혀 예타 벽을 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 지자체에서는 너도나도 국가균형발전 명목을 이유로 중요 현안사업에 대해 중앙정부에 예타 면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는 것은 극히 드물다. 물론, 정치적 고려가 더해지면 예타는 볼 것도 없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가덕도 신공항'만 봐도 그렇다.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시 문재인 정부에서 밀어붙인 '가덕도 신공항'은 정치권이 특별법까지 만들어 예타를 면제하고, 사전타당성 조사도 간소화하면서 일사천리다. 가덕도 신공항에 투입되는 예산만 14조 원에 달한다. 개항 시기도 당초 2035년에서 2029년으로 6년 앞당겨졌다. 어떤 정치적 목적의 유불리에 따라 국가 정책기조가 오락가락 하는 것이 납득이 안되지만 부정할 수 없는 힘의 논리에 늘 뒷맛은 텁텁하다.
여야가 이 예타를 손보겠다며 모처럼 뜻을 모았다. 지난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는 대규모 재정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예타의 면제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일부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사회간접자본·국가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예타 면제 기준을 현행 총사업비 500억 원(국비 300억 원 이상)에서 1000억 원(국비 500억 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게 골자다. 1000억 원 미만 사업은 예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 가뜩이나 예타에 불만이 많던 각 지자체에서는 이 소식을 반겼다.
특히나 할 것이 많은 충청권의 반응이 뜨거웠다. 당장 거론된 사업이 서산공항건설이다. 바듯 500억 원을 넘겨 예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BC의 그물망에서 벗어날 수 있기에 기대감은 컸다. 학수고대하던 충남 첫 공항 개항이라는 청신호를 봤다.
근데, 불과 며칠 만에 기류가 바뀌었다. 이유가 기막히다. 총선용 포퓰리즘 얘기가 나왔다. 정치인 특유의 본능이 작동했다. 결국 17일로 예정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은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상정·의결하지 않았다. 그렇게 예타는 또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적어도 내년 총선 뒤로 말이다.
김태흠 충남지사가 자신의 SNS에 한마디 했다. 그는 "보류시킨 국회 결정이야말로 '선거용 포퓰리즘'"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당시 500억 원은 물가상승, 재정규모, 원자재 인상 등을 감안하면 현재 가치로 대략 1300억 원 정도라는 것. 김 지사는 "예타 면제 기준을 완화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 논란에 대해 한마디 한다. 총사업비 1000억 원, 국비 지원 500억 원이상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은 오히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며 "예타 제도 자체를 없애자는 것도 아니다. 현실에 맞게 조정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장우 대전시장도 김 지사의 말이 맞는다며 맞장구를 쳤다.
지방은 절박하다. 인구 절벽시대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지방이다. 전체 인구의 절반이 서울시와 경기도 등 수도권에 집중된 기형적 나라 구조를 바꾸는 것도, 더 건강한 나라를 만드는 것도 결국 지방을 살리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지방 없이는 대한민국의 경쟁력도 없다.
김태흠 지사의 '만시지탄'이 와 닿는다. 예타 기다리다 애가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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