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칼럼] 농업을 포기한 선진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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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꾼은 빚을 지마 안된다 카이. 기계화 영농 카더이마 집집마다 바퀴 달린 기계가 몇대나 되나, 깅운기·트랙터·콤바인·이앙기, 거다 탈곡기·건조기에. 다 빚으로 산 기라. 농사지봐야 그 빚 갚느라고 정신없다. 그런 기 다 쌀값에 언차진다. 언차져야 하는데 사실로는 수매하마 먹고 살기 간당간당한 돈을 준다. 그 대신에 빚을 준다. 자금을 대준다 카는데 둘 다 안했으마 좋겠다. 둘 다 농사꾼을 바보 멍텅구리로 만든다."
물론, 이제 귀농해 농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 생각을 할지 모르겠지만 어찌 보면 우리 농업의 현실을 가장 잘 표현해 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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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꾼은 빚을 지마 안된다 카이. 기계화 영농 카더이마 집집마다 바퀴 달린 기계가 몇대나 되나, 깅운기·트랙터·콤바인·이앙기, 거다 탈곡기·건조기에…. 다 빚으로 산 기라. 농사지봐야 그 빚 갚느라고 정신없다. 그런 기 다 쌀값에 언차진다. 언차져야 하는데 사실로는 수매하마 먹고 살기 간당간당한 돈을 준다. 그 대신에 빚을 준다. 자금을 대준다 카는데 둘 다 안했으마 좋겠다. 둘 다 농사꾼을 바보 멍텅구리로 만든다."
성석제 소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의 한 대목이다.
얼마 전 귀농해 버섯 농사를 짓고 있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 봐도 앞서 소개한 소설의 내용과 농업현실이 별반 다르지 않다. 처음 버섯농사를 위해 대출을 받아 재배사를 설치했다. 열심히 농사를 지어 버섯을 시장에 판매해 벌어들인 수입은 대출금 이자를 갚는다고 한다. 그리고 조금 여유가 생기나 싶으면 바로 다음 농사 버섯배지를 구입하기 위해 그 번 돈을 쓰게 되는 순환 구조라 한다. 친구 놈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농사일을 하며 돈을 버는 것이 꼭 우리가 쓰는 마이너스 통장을 한도까지 꽉 채우고 열심히 농사지어 번 돈으로 마이너스통장을 메꾸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렇게 농사를 계속 지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고 한다.
물론, 이제 귀농해 농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 생각을 할지 모르겠지만 어찌 보면 우리 농업의 현실을 가장 잘 표현해 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든다.
농사를 업으로 하는 농업인들의 걱정이 마를 날이 없다. 농업의 경우 기계화다 뭐다 해서 생산비는 증가하는 데 비해 돌아오는 수입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쉽게 생각해 식당에서 먹는 공깃밥 가격을 보면 알 수 있다. 공깃밥의 경우 수십 년째 1000원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라면, 커피, 짜장면 등 국민들이 흔히 먹고 있는 음식값은 10년 사이 많게는 열 배 이상까지 오른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고 농업에 종사하면 생활이 안 될 정도로 수입이 없냐 하면 그건 아니다. 농업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많다. 농업으로 웬만한 월급쟁이, 자영업자 부럽지 않게 많은 돈을 버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문제다.
이런 농촌 현실이 계속 유지된다면 우리 농업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든다. 젊은이들이 떠나 버린 농촌.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사라진 농촌. 지난해 충남지역의 농업인 평균연령이 68세라는 사실을 보더라도 우리 농촌의 고령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느낄 수 있다.
농업을 포기한 선진국은 없다.
유럽의 대표 선진국인 프랑스는 '유럽의 식량창고'라고 불릴 정도의 농업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농업을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사양산업의 하나로 치부해 버릴 것이 아니라 미래 생명 산업으로 육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에서는 농업의 비전을 제시하고 좀 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농업이 농사가 돈이 된다는 인식이 들면 젊은이들이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농촌을 찾을 것이다. 단순하게 보조금 지원 차원이 아닌 농업의 백년대계를 세워 청년 농업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줄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줘야 한다. 이것이 우리 농업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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