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주목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지명돼 뿌듯해” 사표 내고 한국行, 日 29세 리베로의 고백

“대한항공이 주목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지명되니 뿌듯하다.”

권영민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전력은 27일 제주 썬호텔에서 열린 2023 KOVO(한국배구연맹) 남자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드래프트에서 2순위 지명권을 얻어 일본 출신 리베로 료헤이 이가를 지명했다.

이가는 29세로 일본리그 파나소닉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왔다. 안정적인 리시브와 디그, 그리고 언제나 코트를 시끄럽게 하는 파이팅으로 주목을 받았다. 두 번의 연습경기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보였다.

이가는 사표를 낼 마음으로 V-리그 진출에 도전했다. 이가는 프로가 아닌 세미프로 성격의 일본 V.리그에서 뛰고 있다. 불안전한 직장인 신분이지만, 은퇴 후 돈 걱정 없이 회사를 정년퇴임 때까지 다닐 수 있다.

그러나 이가는 새로운 리그에서 뛰고 싶은 열망이 컸다. 전날 인터뷰에서도 “한국에서 뛸 수 있다면, 당연히 퇴사할 마음이 있다. 기회만 된다면 한국에서 오래오래 뛰고 싶다”라는 바람을 표했는데, 꿈이 이뤄졌다.

권영민 감독은 드래프트가 끝난 후 “잘하는 선수다. 아직 장지원과 이지석이 어리다. 흔들리는 부분이 있다. 지금 타이스와 재계약을 고려 중인데, 타이스를 도와줄 수 있는 리베로라고 봤다. 마음에 들었고, 무리 없이 잘 녹아든다면 좋은 활약 펼칠 것 같다. 수비 범위도 넓고, 파이팅도 좋다. 잘할 것 같다”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이가는 “한국에서 배구를 하는 부분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막상 이름이 불려 굉장히 뿌듯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가는 “대한항공이 주목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다른 팀이 주목할 줄은 잘 몰랐다”라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아무리 일본리그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소속팀 주전 리베로로 활약했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새로운 리그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가도 “한국에서 보내는 시간이 이번이 처음이다. 모든 경기에 전력을 다해 하고 싶다. 기복 없이 안정적인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다”라고 힘줘 말했다.

목표는 우승이다. 창단 후 단 한 번도 챔프전 우승은 물론이고 챔프전 진출 경험도 없는 한국전력과 목표가 같다.

그는 “일본리그에서 우승 경험이 있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은 없었다. 한국에서 꼭 우승을 하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우리카드 지명을 받은 일본 출신 아포짓 스파이커 이쎄이 오타케와 KB손해보험으로 가는 대만 출신 아웃사이드 히터 리우 홍민과 한 팀에서 뛴 바 있다. 이제는 동지가 아닌 적이다.

이가는 “사이가 나쁜 건 전혀 없다”라고 웃은 뒤 “경기에 들어가면 적이다. 그렇지만 코트 밖에서는 친구처럼 잘 지내겠다”라고 미소 지었다.

[제주=이정원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