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양, '유튜브 발설' 불성실공시법인 첫 사례되나

한수연 2023. 4.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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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각 계획' 공시 이전에 특정 매체서 선공개
'경영진 아닌' 박순혁 이사, 공정공시 대상 여부 핵심

코스피 상장사 금양이 유튜브 발설로 인한 불성실공시법인의 첫 사례가 될지 이목이 쏠린다. 이 회사는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홍보이사가 최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자사주 매각 계획을 밝히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번 지정예고는 기업의 중요정보를 시장에 마땅히 알려야 할 공정공시 의무를 지연한 데 따른 것으로, 이에 대한 후속 조치는 하나의 선례가 될 전망이다. 자사주 처분 같은 경영계획을 회사 관계자가 공시 이전에 특정 매체에서 공개한 것에 대해 한국거래소가 판단에 나서는 첫 사례여서다. 

/그래픽=비즈워치

"1700억 다 때릴까 생각" 유튜브서 발언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양은 자사주 처분 계획을 공시가 아닌 유튜브에서 먼저 밝혀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 예고됐다.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금양은 지난 11일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자기주식 처분 계획을 발표했다"며 "거래소는 정보통신망과 금양의 지난 24일 자기주식 처분 예정 공시를 통해 이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박순혁 금양 홍보이사는 이달 초 한 경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금양이 1700억원어치의 자사주를 매각할 것이란 계획을 공개했다. 당시 그는 "5월 말~6월 초에 목돈 들어갈 일이 있어서 (자사주를) 팔 것"이라며 "장내 매도나 블록딜 등을 (매각 방법으로서)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갖고 있던 (자사주) 1700억원을 다 때릴까 생각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박 이사가 이 같이 회사의 중요정보를 별도의 공시 없이 발설하면서 시장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금양은 지난 24일 뒤늦게 "자사주 232만4626주 중 200만주를 장내 매도 또는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처분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거래소가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예고를 한 것도 이처럼 금양이 회사의 중요정보에 대한 공시를 뒤늦게 해서다.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에서는 이러한 공시 지연을 '공시불이행'에 해당하는 불성실공시로 본다. 다만 현재는 '지정예고' 상태이며, 금양은 내달 4일까지 거래소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금양이 이의를 신청하면 거래소는 검토를 거쳐 상장공시위원회를 개최할 수 있다. 이의 신청이 없을 경우에는 거래소가 규정에 따라 자체 판단하되, 고의나 중과실에 해당하는 공시위반이면 이 역시 상장공시위원회로 심의를 넘긴다. 

거래소 "박 이사, 공정공시 정보 제공자 해당 여지"

일차적으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여부를 가리는 쟁점은 금양에 공정공시 의무가 있었는지다.

공정공시란 상장사가 미공시한 중요정보를 특정인에게 선별적으로 제공하려고 할 때, 모든 시장참가자가 해당 정보를 인지하도록 특정인에게 알리기 이전 증권시장을 통해 공시하도록 한 제도다. 이는 불공정거래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다만 모든 공시가 공정공시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공정공시 의무가 발생하려면 먼저 해당 정보가 회사의 경영계획, 실적전망, 중요경영사항 등에 관련된 내용이어야 한다. 동시에 정보를 제공받는 자는 예를 들어 경제 유튜브 방송 시청자처럼 일반투자자에 비해 공정공시 해당 정보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금양이 공시 규정을 어겼다고 거래소가 판단하는 근거도 여기서 나온다. 자사주 매입 계획은 공정공시에 해당하는 회사의 중요경영사항이고, 유튜브 방송을 통한 전파행위도 요건을 충족한다. 

마지막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자 또한 회사에서 공정공시 대상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지위에 있거나 업무상 접근이 가능한 직원이라야 공정공시 의무가 발생한다.

박 이사는 미등기 홍보이사다. 이에 일각에서는 그를 회사의 경영진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공정공시를 할 의무도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양 관계자는 "(박 이사는) 회사 홍보팀 이사이지만 미등기"라며 "IR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정공시 의무가 생기는 정보 제공자는 반드시 '경영진'으로만 국한하지 않는다. 거래소 관계자는 "그가 홍보이사라는 것은 회사에서도 인정하고 있고 꼭 경영진이 아니더라도 문제가 된 발언을 따져 보면 회사 임원에 준하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상식적으로 봤을 때 회사 관계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수준의 발언을 확신을 갖고 했다는 점에서, 공정공시 정보 제공자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거래소의 이번 판단은 경제 유튜브 채널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적잖은 영향을 미칠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가 이번처럼 특정 매체에 출연해 회사의 중요정보를 공시 이전에 밝히면서, 거래소가 조치에 나서는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거래소의 다른 관계자는 "기업에서 홍보를 위해 만든 콘텐츠나 종목을 추천하는 채널은 봤어도 이번처럼 노골적으로 회사의 중요정보를 (공시 발표 전에) 얘기하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금양에 대해서는 일단 지정예고만 한 상태이고 추후 상장공시위원회가 열리더라도 (거래소가 아닌) 외부 인사들이 하는 심의이기 때문에 관련 절차를 거쳐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수연 (papyrus@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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