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속에 들어갔다 왔나?" 쇼핑 '점쟁이'들 비결은
알아서 '척척' 상품 추천해주는 롯데온
MAB 알고리즘 적용으로 정확성 'UP'
"개인 맞춤 서비스가 경쟁력 될 것"
"어 이거 사려고 했는데"
특별히 살 물건이 없는데 온라인 쇼핑몰에 들어갔다가 이런 느낌을 받은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다. 특정 상품을 사려다가 다른 추천 상품이 좋아서 마음이 바뀌는 경우도 많다. 마치 유튜브에서 추천 영상을 클릭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것이 최근 이커머스의 화두인 '큐레이션 커머스'의 기본 원리다. 쉽게 말해 쇼핑몰이 고객이 살 물건을 예상해 '점쟁이'처럼 내놓는다는 이야기다.
롯데온은 업계에서도 빠르게 큐레이션 커머스에 관심을 가진 기업이다. 창립 당시의 모토도 '이커머스의 넷플릭스'였다. 롯데의 수많은 상품을 고객의 니즈에 맞게 보여주겠다는 목표였다. 현재도 롯데온 고도화된 개인화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만한 성과도 따랐다. 윤고운 데이터서비스PO(프로덕트 오너)팀 팀장, 박창우 추천플랫폼개발 팀장을 만나 그 비결을 들어봤다.
왜 개인화인가
롯데온은 지난해말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큐레이션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뷰티 등 버티컬(전문몰)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소비자 생활 패턴에 따른 개인화 추천 영역을 늘렸다. 롯데온은 이전까지 첫 화면을 가격 혜택이 많은 상품을 중심으로 운영해왔다. 그러다 보니 첫 메인 화면부터 복잡해 보인다는 단점이 있었다. 고객이 자신의 취향을 파악하는 것도 어려웠다.
개편의 주안점은 간단했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바로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예컨대 고기를 구매하고 있는데 신발이 추천되는 비 정확성을 막고자 했다. 또 다른 하나는 고객의 성별, 연령, 직업, 취미 등 데이터에 기반한 추천 상품을 많이 보여주자는 데 있었다. 초개인화 트렌드에 따른 '변신'이었다. 롯데온에 따르면 당시에도 추천 상품의 매출은 하루 20% 이상을 차지했다.
이렇듯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적절하게 제안할 수 있는 전문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큐레이션 역량이 곧 경쟁력이 된 이유다. 윤고운 팀장은 "지금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상품이 훨씬 더 많은 시대"라며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찾기 위해서 들이는 시간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피로감에 큐레이션 서비스가 떠오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롯데온의 전신인 롯데닷컴 시절 추천서비스를 첫 도입한 인물이다. 윤 팀장은 "데이터서비스 PO팀은 고객 데이터 종합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기획하는 팀"이라며 "과거에는 저렴한 가격 순으로 상품을 배치하는 것이 관건이었다면 지금은 다양한 고객 데이터를 통해 연관 상품 목록, 챗봇 등 어떤 개인형 맞춤형 서비스를 보여주는지가 경쟁력"이라고 평가했다.
어떻게 예측하나
물론 생각과 실현은 다른 문제다. 추천 카테고리를 하나 기획해도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현될 수 없다. 특히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관련 알고리즘을 만드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고객의 페이지 체류 시간, 장바구니 클릭 여부, 실질 구매 이력 등 변수가 너무나 많다. 잘못된 알고리즘은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 알고리즘은 영업기밀로 꼽힌다.
박창우 팀장은 이런 생각을 현실로 만드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5월 롯데온에 합류했다. 이전 LG, 삼성 등 기업에서 AIML(AI 머신러닝) 연구를 이어왔다. 데이터 분석 관련 총 경력만 20년에 달하는 베테랑 개발자다. 그에 따르면 롯데온의 상품 추천 알고리즘 원리는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 △콘텐츠 기반, △협업 필터링 기반, △하이브리드, △딥러닝 기반 등이다.
롯데온의 메인·상세페이지에는 이런 정교한 알고리즘이 숨어있는 셈이다. 박 팀장은 "콘텐츠 기반은 유사한 상품들을 같이 묶어 추천하는 방식이고, 협업 필터링은 콘텐츠 기반 알고리즘에 고객의 구매와 클릭 등 행동 여부를 더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비슷한 쇼핑을 한 사람들이 그룹핑(grouping) 되면 연관 고객들도 그 그룹에 포함되는 원리"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최근 머신러닝 기술까지 적용되며 고객과 상품 간의 상호작용이 한층 더 강화됐다. 박 팀장은 "고객이 리뷰를 쓰면 머신러닝 기법을 통해 이를 분석 후 알고리즘에 반영되기도 한다"며 "알고리즘의 경우도 어떤 알고리즘이 상황에 따라 좋은지 딥러닝(강화 학습 기반)을 통한 테스트를 거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딥러닝을 통해 수천만개의 상품과 고객 행동이 분석되는 셈이다.
MAB로 정확성 높여
이는 박 팀장이 롯데온에 입사해 MAB(Multi-Armed Bandit(MAB) 알고리즘을 적용한 덕분이다. 이를 통해 롯데온은 추천 기능의 정확도를 크게 높였다. MAB란 용어는 카지노의 '여러개(Multi)의 레버(Arm)를 가진 슬롯머신(Bandit)'에서 유래됐다. 각 슬롯머신마다 승률이 다르기에 어떤 머신을 당겨야 최대한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만들어진 알고리즘이다.
상품과 브랜드를 추천하는 개별 알고리즘은 수없이 많다. 이 알고리즘은 고객의 데이터와 활동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어야 한다. MAB를 사용하면 각 알고리즘이 어느 때 최적의 효율을 낼지 분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윤고운 팀장은 "과거에는 A, B 알고리즘을 별개로 보고 A, B 테스트를 진행했다면 지금은 동시에 적용해 각 알고리즘의 비율을 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박 팀장은 "여러 개의 알고리즘을 동시에 사용하면서 이른바 '앙상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라며 "여러 상황에 맞는 무기를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는 셈"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개인마다 각 상품에 예상되는 클릭률을 계산하고, 클릭 확률이 가장 높은 상품을 각 소비자에게 맞춤형으로 제시해 주는 것이 개인화 추천 기술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변화로 나타난 성과
이런 노력에 롯데온의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버티컬과 개인화 영역 강화로 관련 서비스의 매출과 방문객이 늘었다. 롯데온의 추천 상품 매출은 개편 전 20% 정도였지만 지금은 50%로 증가했다. 플랫폼의 잠재성을 엿볼 수 있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도 성장세다. 롯데온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처음으로 MAU 200만 명을 넘어섰다.
롯데온은 앞으로 초개인화를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온의 추천 영역은 이제 상품에 그치지 않는다. 뷰티, 명품, 패션, 키즈 등 버티컬 서비스 사용을 추천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실시간으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종합적으로 상품을 추천해주는 추천탭 매장도 새롭게 선보였다. 롯데온의 최종 목표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전환이다.
최근에는 챗 GPT가 업계의 또 다른 화두다. GPT 서비스는 물론 딥러닝에 탑재된 기술들이 또다른 디지털 대전환(DX)를 가져올 수 있어서다. 박창우 팀장은 "아직 이커머스 단계까지 적용되기는 무리가 많아 보이지만 충분한 혁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쇼핑이 검색어 기반이지만 보이스 검색이 이상적으로 실현된다면 혁명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챗봇 등에서 개인화 서비스가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윤고운 팀장은 "현재 챗봇들은 고객이 발화를 해야 답변을 해주는 수동적 구조"라며 "롯데온은 이런 구조에서 탈피해 쇼핑 정보와 배송 예정일 등 정보들을 알려주는 능동적인 방향으로 이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렌드 추이를 파악해 이런 부분에서 선제적으로 서비스를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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