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영재' 한재민 "저 천재 아니에요…하루 5∼6시간 연습"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로 유학 예정…"클래식 본고장서 공부 기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아뇨, 아뇨. 저는 천재는 아니에요."
첼리스트 한재민(17)은 '신동', '최연소', '영재' 등의 수식어를 몰고 다니는 클래식계 떠오르는 젊은 연주자다.
다섯 살에 처음 첼로 연주를 시작해 여덟 살에 원주시립교향악단과 협연으로 데뷔 무대를 치른 그는 2020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최연소 예술 영재로 입학했고, 2021년 루마니아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거머쥐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윤이상 콩쿠르에서도 우승했다.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공연기획사 빈체로 사무실에서 만난 한재민은 자신의 이름에 따라오는 수식어에 부담을 느끼거나 이를 크게 의식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실제 그는 10대 청소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차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갔다. 축구를 좋아하지만, 손가락을 다칠까 봐 서로 몸을 사리는 연주자 친구들이랑만 축구한다고 할 때는 장난스러운 웃음을 보이기도 했지만, 음악 이야기에는 시종일관 진중했다.
한재민은 스스로를 평가할 때 천재성이 있다고 보냐는 질문에 "재능은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재능이 있으니까 할 수 있는 게 예술이란 분야인 것 같다. 하지만 천재는 아니다"라며 "천재였다면 2∼3시간만 연습하고서도 좋은 연주를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연습도 많이 해야 하고 노력도 많이 해야 한다"고 겸손해했다.
연주자가 연습을 중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재민은 어린 나이에도 하루 5∼6시간 되는 연습량을 꼬박꼬박 채운다고 했다. 보통 낮 2∼3시에 시작해서 밤 9∼10시가 돼야 연습이 끝나고, 간혹 연주가 풀리지 않을 때는 새벽 2∼3시까지도 연습이 이어진다고 했다.
"그날 연습해야 할 부분을 더 발견했을 때나, 무언가 하나를 파고들기 시작했을 때 새벽까지 연습해요.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라 중간에 잘 끊지 못해요."
꾸준한 연습 덕일까. 한재민은 무대에서 늘 자신감과 여유가 넘쳐 보여 '무대 체질'로도 통한다.
지난해 윤이상 콩쿠르에서는 연주 중 첼로 줄이 2번이나 끊어졌는데도 당황한 기색 없이 줄을 갈고 연주를 재개했고, 마지막에는 줄이 느슨하게 풀렸는데도 의연하게 연주를 이어갔다.
한재민은 "줄이 끊어질 수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3번이나 그럴 줄은 몰랐다. 시상식 이후 심사위원이 기네스북에 (새로운 기록으로) 알아보라고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사실 공연 때 많이 떨어요. 왜인지 모르겠는데 다들 저한테 별로 안 떠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시더라고요. 안 떠는 것처럼 보이려고 하는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백스테이지에서 많이 떨고 무대에 올라가면 즐기려고 하는 편이거든요."
그러면서 한재민은 준비하던 모든 콩쿠르가 끝난 요즘 음악적으로 자유로워졌다고 느낀다고 했다. 현재는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콩쿠르도 없다고 했다.
"콩쿠르를 준비하는 과정이 행복하지는 않았어요. 무대에서 연주하는 건 좋지만, 사실 콩쿠르는 한명에게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연주가 아닌 7∼8명의 심사위원에게 호불호가 없어야 좋은 성적을 받잖아요. 음악을 하면서 나만의 아이디어가 있어도 튀기보다는 스탠더드(평범함)를 선택해야 하고, 절제해야 하는 부분이 있죠."
한재민은 다음 달 25일 예술의전당에서 구스타보 히메노 지휘로 룩셈부르크 필하모닉과 공연한다. 한국에서 해외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주곡은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이다.
그는 "올해 가장 기대하는 연주다. 공연 제안을 받기 전부터 좋아했던 지휘자여서 바로 하겠다고 했다"라며 "연주곡도 워낙 유명하고 첼리스트라면 언젠가 꼭 연주하고 싶어 하는 곡이다. 애절하고 영웅적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공연을 마친 뒤에는 독일 유학길에 오를 예정이다.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전문가 학습(professional studies) 과정을 밟는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학원 연주자 과정 정도에 해당한다.
한재민은 "클래식 본고장에 가서 공부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된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공연도 접할 기회가 많을 것 같다"며 "여러 명이 한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재밌어한다. 그곳에서 사람들과 실내악을 하게 될 부분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악가로서 거창한 목표는 없어요. 연주를 들으러 온 관객들에게 '아 이 연주자는 음악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구나'라고 느끼게 해주는 게 음악가로서 큰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이렇게 되는 게 제 큰 꿈이겠네요. (웃음)"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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