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개입은 '전세사기'로 제한…깡통전세는 어쩌나

나원식 2023. 4. 28. 06: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 특별법, 6개 요건 전제…"국가 개입 예외적 경우만"
갭투자 후폭풍 '깡통전세' 문제 여전…"예방책 마련해야"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발의안과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특별법에 6개 요건을 담아 지원 대상을 엄격하게 구분한 점이 눈에 띈다. 전세 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모두 국가가 떠안을 수 없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내비친 셈이다.

이에 따라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이들 중 조직적 사기에 당한 이들 일부만 지원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전세사기뿐만 아니라 깡통전세와 역전세 문제가 앞으로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2년 전 전셋값이 급등하며 갭투자가 증가했던 여파가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6개 요건 못 박아…지원 대상 '제한적'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7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방안'을 발표하면서 "원칙적으로 전세 사기라는 매우 예외적인 대상에 대해서만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통상적인 전세 보증금 미반환 문제를 국가가 떠안을 수는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정부는 이날 발표한 방안에 지원 대상을 깐깐하게 구분하는 기준을 내놨다. ▲대향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등 6가지에 모두 해당해야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준을 세워 지원 대상을 제한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제시한 기준이 다소 모호하다는 점은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관련 기사: 전세사기 피해 대책 영끌했지만…벌써 사각지대 걱정(4월 27일)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국가가 직접 지원하기 위해서는 기준을 까다롭게 해 대상을 한정할 필요가 있었다"며 "다만 지원 대상의 면적과 보증금을 고려한다거나 다수의 피해자라고 한정하는 등의 요건은 탈락자들의 불만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고음 커지는 '깡통전세'…해결책 마련해야

특히 전세사기 문제 외에 깡통전세나 역전세로 인한 피해가 앞으로 크게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가 이번 대책을 '전세사기 피해'로 한정한 만큼, 깡통전세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 문제 등에 대한 대책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내 전셋값은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크게 올랐고, 이를 통한 갭투자도 급증한 바 있다. 올 하반기부터 이런 계약의 2년 만기가 도래한다. 특히 최근 주택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동반 하락하면서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거나 감액 계약을 하는 사례가 늘어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국 종합주택 평균 전세가격 추이. /그래픽=비즈워치.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올해 1분기 전국의 국토교통부 전월세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전월세 갱신 계약 중 종전 계약보다 감액한 계약 비율은 25%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토부가 갱신 계약 데이터를 공개하기 시작한 2021년 이후 최고치다.

또 임차인이 보증금을 찾기 위해 살던 집을 경매에 넘기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수도권 경매 진행 물건 중 임차인이 직접 경매 신청을 한 경우는 총 230건으로 지난달 139건에 비해 6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는 집주인들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임대인의 '전세 보증금 환급' 대출을 확대하거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등을 일부 완화해 주는 방식이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도 이런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협회는 지난달 보도자료를 통해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에 책임을 지고 해결할 수 있도록 DSR 등의 범위를 완화해 미반환 사례를 방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만 전세대출 활성화가 전셋값 인상을 초래한 데다가 최근 금융사들의 대출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윤 팀장은 "보증금 반환 대출 활성화나 그게 어렵다면 다른 방안을 구상해 결국은 임대인이 책임지도록 하는 구조를 정부가 만들어줘야 집주인이 임차인에 '부실'을 줄줄이 떠넘기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세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전세 계약에 직접 관여하는 공인중개사들의 확인 설명 의무 항목을 세세하게 규정하고 확대하는 방안이나 전세가율이 높을 경우 위험성을 적시하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정 기준에 따라 전세 계약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선순위 권리가 없는 주택 등에 대해서는 감정평가사의 평가를 받아 매매 금액의 50~60%로 전세금을 제한하거나 반전세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리스크를 줄일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