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보' 핵심 IRA·반도체법 원칙만 재확인… '선물'은 없었다
“상호 호혜적 미국 내 기업 투자 독려”
공동성명 원론적 입장에 ‘빈손’ 비판
바이든 “韓기업들 긴장” 기자 질문에
“한국이 잘 되는 게 미국에 이익” 밝혀
재계 “통상 관련 다양한 논의 큰 성과”
“추가 조치 도출 못 해 아쉽다” 의견도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 지원법에 대한 협의와 조율에 나서기로 했지만 원론적 입장을 내놓는 데 그쳤다. 우리 기업들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경제안보 핵심 현안인 만큼, 구체적인 해법이 도출되지 않아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관련 성과가 ‘빈손’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IRA와 반도체법으로 한국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는 내용의 질문에 “(IRA와 반도체법은) 한국 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확신할 수 있는 것은 한국이 잘 되는 게 미국의 이익에 절대적으로 부합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우리의 가장 소중한 파트너”라며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미국이 어떻게든 안 좋은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점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의 경쟁 때문에 동맹국인 한국이 피해를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서도 “다시 한 번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미국이 잡아야 한다. 그래서 반도체법을 통과시키고 전 세계 마음이 맞는 국가들과 협력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을 배려하는 답변은 내놓지 않았다.
미국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앞서 파이낸셜 타임스가 ‘중국이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을 제재하면 한국 기업들이 해당 부족분을 채우지 말라’고 보도했던 내용에 대해서 “반도체와 관련한 투자 조율도 한·미 양국 협력 분야에 포함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미·중 기술 패권 전쟁에 있어서 미국 요구에 호응할지 지켜보겠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규제 부분에 있어서 우리 기업의 입장을 고려한다기보다는 국가 전략 차원에서 한국의 동참을 강하게 요구했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논평에서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이 핵심기술과 첨단산업분야로 협력을 심화해 가고, 통상 관련 우려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다루기로 한 것에 대해 큰 성과로 평가한다”며 “외환시장 협력과 공급망 생태계 구축 등 공동의 경제안보 강화 방향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미국의 IRA와 반도체법에 관한 한국 기업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두 법이 회복력 있는 글로벌 공급망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긴밀한 협의와 조율을 이어가기로 한 합의에 중견기업계는 크게 주목한다”고 말했다.
이어 “IRA와 반도체법 관련 명문화된 추가 조치를 도출하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쉽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기업들의 투자 및 사업에 대한 지원과 배려를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큰 변화의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경제계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IRA와 반도체법과 관련한 미국 정부의 보조금 문제가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라고 봤다. 이에 미국 반도체법 내 독소조항 완화 등을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제안해왔다.
곽은산·이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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