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판 이도살삼사(二桃殺三士)…'뻥축구' vs '임시기구'
고대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에는 세명의 호위 무사가 있었는데 이들은 무예가 높고 기개가 세상을 뒤엎을 정도였다. 의형제처럼 지내며 위세를 과시하던 이들은 점차 오만방자해지고 교만이 하늘을 찔렀다. 이에 명석한 제나라 재상은 이들 무사 세 명을 궁궐로 불러 금 쟁반에 복숭아 두 개를 놓은 뒤 "공로에 따라 복숭아를 먹으라"고 했다. 그러자 의형제처럼 지내던 이들 가운데 한 명이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았다"며 먼저 복숭아를 집어들었고, 또다른 장수는 "전쟁에서 엄청난 공을 세웠다"며 나머지 복숭아를 잡아챘다. 그러나 남은 장수 한 명은 주군의 마차가 황하로 휩쓸려갔을 때 직접 물속으로 들어가 구했던 일을 거론하며 "복숭아를 내놓으라"고 검을 뽑아들었다. 이에 복숭아를 가져갔던 두 장수는 자신들의 행동이 부끄러워 칼을 뽑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두 사람의 시신을 본 나머지 장수 역시 자신을 한탄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도살삼사(二桃殺三士), 즉 복숭아 둘로 세 명의 무사를 죽인다는 고사성어의 유래다.
며칠 전 전라북도와 새만금개발청 사이에 날선 신경전이 펼쳐졌다. 전후맥락을 살펴보면 최근 굵직한 기업유치에 성공한 것을 두고 벌어지는 '공치사'와 '자존심' 싸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듯 하다.
선방은 새만금개발청장이 한 언론사 기고문을 통해 "진정한 빌드업이 아닌, 뻥축구"니 하면서 전라북도의 부아통을 건드리면서 날아들었다. 물론 새만금개발청측은 전라북도를 지칭한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 말이 곧이들리질 않는다. 그냥 새만금개발청이 열심히 일하면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 될 것을, 굳이 전라북도를 패대기쳐서까지 반사이익을 얻어야 했을까?
뿐만 아니라, 1조 2천억 원 규모의 LG화학 투자 유치가 일부 언론에 미리 새나간 것을 두고 새만금개발청이 전라북도에 누구의 소행인지를 밝히라는 취지의 공문까지 보냈다는 후문이다. 상황이 이쯤에 이르다보니 김관영 전라북도지사의 이마엔 내천(川)자가 그려질 수 밖에… 급기야 김 지사는 엊그제 "새만금개발청은 임시기구이고, 종국에는 그 권한과 기능을 전라북도가 흡수해야 한다"며 어금니를 깨물기도 했다.
이해가 간다. 그러나 지금의 새만금개발청은 한때 업무협약만 남발하며 'MOU개발청'이냐는 비아냥과 함께 삼성으로부터 뒤통수나 맞던 때와는 판이하게 달라졌고, 열심히 일한 만큼 눈에 띄는 성과도 속속 내놓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전라북도도 마냥 눈에 흰자위만 드러낼게 아니라 그동안 기업유치에 있어 얼마나 죽기살기로 매달렸는지, 혹여 열심히 한다는 시늉만 내는 '뻥축구'에 그치지는 않았는지를 곱씹어 볼 대목으로 받아들이면 될 일이다.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듯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양쪽 기관들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것이다. 설령 이 기관들이 싸워서 승패가 판가름난다고 한들 전라북도에 무슨 득이 될까? 단언컨대 득은 고사하고 손해가 불을 보듯 훤하다. 결국 '공치사'와 '자존심'이라는 복숭아 두 개를 놓고 싸우다보면 '전라북도'와 '새만금개발청', 그리고 '전북도민들'까지 모두 망가지는 '이도살삼사(二挑殺三士)'가 재현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복숭아 두 개를 놓고 서로 싸우는 뺄셈이 아닌, 금 쟁반 위에 복숭아를 올려놓고 '화합주'를 나누며 전북발전을 위해 힘을 합치는 덧셈의 정치력과 행정력이 아닐까? '낙후지역'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전북에서 '공치사'와 '자존심' 싸움을 벌이라고 전북도민들이 표를 찍어주고, 국가에서 기관장으로 임명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당부드린다. 전라북도지사와 새만금개발청장은 즉시 만나 그간의 오해를 풀고 "전북을 발전시키라"는 도민들의 지상명령을 받들어 주시길 바란다. 아쉽게도 '낙후 전라북도'에겐 한가하게 공치사나 자존심 싸움을 벌일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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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CBS 이균형 기자 balancele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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