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금융지주사 설립 드라이브… “지배력 강화·IPO 위한 포석”

허지윤 기자 2023. 4. 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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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하반기 목표” 주주 설득 나선 경영진
“인적 분할·자회사 편입 통한 지배력 강화”
인적 분할은 주주 66.7% 동의 필요한 사안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1월 6일 열린 '2023년 출발 전사경영전략회의'에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교보생명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주사 설립으로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를 꾀하기 위해서다. 일각에선 신 회장의 지배력 강화와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둔 전략이란 시각이 있다. 하지만 주주 간 복잡한 이해관계부터 풀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지주회사 설립(전환)을 위해 재무적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사 체제 전환은 교보생명이 2005년부터 검토한 숙원 과제였는데, 최근 신 회장을 중심으로 교보생명은 지주사 전환 계획을 공식화했다. 회사 측이 밝힌 지주사 체제 전환 목표 시점은 ‘내년 하반기’다.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 시도는 신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크다는 시각이 많다. 실제 지주회사 전환은 많은 기업의 경영권 강화와 승계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교보생명은 인적 분할과 교보생명 자회사 편입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기업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지배구조를 개편했다. 인적 분할을 통해 금융지주회사를 세우고, 기존 주주들에게 신설 지주회사의 신주를 교부하는 것이다. 이어 교보생명을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해 지주 체제를 완성하는 그림이다. 지주사는 신주를 발행하는 대신 주주들로부터 교보생명 주식을 현물로 출자받는다.

이 과정에서 지분 가치가 확대되고 지배구조도 강화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현물 출자를 통해 지배주주는 지주회사 신주를 받고,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율도 올라가게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주식회사는 현금출자를 원칙으로 하지만 회사의 설립 혹은 신주를 발행할 때 예외적으로 현물출자를 인정하기 때문에 주식교환을 할 수 있다. 즉, 지주사 설립을 통해 큰돈을 안 들이고 지배주주의 지분을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대기업의 자사주를 이용한 인적분할

현재 교보생명의 최대주주는 지분 33.78%를 보유한 신창재 회장이다. 신 회장의 여동생 신경애·영애 씨도 각각 1.71%, 1.41% 지분을 보유 중이다.

교보생명은 2대 주주인 어퍼니티 컨소시엄과 2조원대 풋옵션 분쟁을 벌이고 있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교보생명의 지분 약 24%를 보유 중이다. 지난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에 인수한 어피너티컨소시엄은 계약을 통해 교보생명이 2015년까지 기업공개(IPO)를 하지 못하면 주식을 다시 팔 수 있는 풋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여러 차례 IPO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2018년 주당 40만9912원(총 2조122억원)에 풋옵션을 행사했는데, 신 회장 측이 어피너티 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어퍼니티 측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 국제상업회의소(ICC)에 국제 중재를 요청했다.

ICC는 2021년 9월 풋옵션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주주간 계약대로 나머지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고 판결했으나, 신 회장이 불응하자 어피너티는 이를 강제하기 위해 2022년 2월 ICC에 2차 중재를 신청한 상태다. 두 번째 중재 판정 결과는 이르면 내년에 나올 전망이다.

교보생명이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 넘어야 하는 인적 분할은 회사 주주 66.7%의 동의가 필요한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안이다. 즉, 주주들의 동의가 열쇠다. 금융위원회 인가 승인과 지주사 설립 등기 등의 절차도 밟아야 한다.

지주사 체제 전환은 FI와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목적도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도 “금융지주사 전환은 회사와 주주들이 윈윈(win-win)하는 작업이다”라며 “불확실성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주주들을 열심히 설득할 것”이라고 공식 석상에서 언급했다.

교보생명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손해보험사나 운용사 등을 인수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교보생명은 현재 매각 중인 MG손해보험 인수를 검토한 바 있다. 이달 교보생명은 대체자산운용사 파빌리온자산운용 지분 100%를 인수하고, 인수대금 전액 납입을 완료했다. 교보생명의 자회사로 편입된 파빌리온자산운용은 ‘교보AIM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바꿨다. 이 역시 지주사 체제 전환을 염두에 둔 비보험 포트폴리오 강화 방안 중 하나였다.

교보생명 계획대로 지주사 체제 전환 작업이 진행된다면, 보험업계에선 메리츠화재에 이은 두 번째 지주사 체제 전환이 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주주 합의가 관건이다”라며 “주주 동의만 확보하면 지주사 체제 전환은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인데, 결국 주주의 투자금 회수와 보유 지분 가치 확대 등 돈 문제가 걸려 있다”라고 말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지분을 보유 중인 주주 입장에서도 지주사 체제 전환의 필요성과 비보험 업종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해 보유 지분 가치가 확대되는 효과 등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있다”면서 “회사 관계자들이 주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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