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덕에 수익률 66% 기록 중인 황소자산운용, 두달 전부턴 분할 매도…향후 전략은
현재는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자 비중 확대
에코프로 등 2차전지를 대량으로 담아 올해만 펀드 수익률 66%를 기록하며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황소자산운용이 2개월 전부터는 매일 에코프로를 분할 매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설립 당시부터 사 모은 이 종목이 목표주가를 훌쩍 뛰어넘었다고 판단하고 매도로 돌아선 것이다.
황소자산운용은 올해 들어 적지 않은 경쟁 관계의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고전할 때 독보적인 성적을 내고 있다. 향후 전략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황소자산운용은 앞으로도 2차전지 업종에 지속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당장은 주가가 너무 높다고 보고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황소자산운용의 ‘황소멀티전문투자형사모혼합자산투자신탁제1호C클래스’와 ‘황소멀티플러스알파전문투자형사모혼합자산투자신탁C-s클래스’는 올해 들어 약 66%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지난 24일 기준). ‘황소멀티전문투자형사모혼합자산투자신탁제1호’는 2019년 설정 이후 현재까지 누적 수익률이 380%에 달한다. 일부 롱숏펀드의 올해 수익률이 마이너스(-)15%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과다.
높은 수익률의 비결은 올해 가장 주목받은 종목 에코프로였다. 황소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는 오준규 대표는 2019년부터 매일 에코프로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당시 그는 벨기에 배터리 업체 유미코어의 시가총액이 12조~13조원인데, 에코프로 시총이 1조원도 안 되는 것에 주목해 본인의 투자 원칙에 따라 오랜 기간 분할 매수하기로 결정했다.
오 대표는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에코프로는 수직계열화가 잘돼 있는데 유미코어에 비해 너무 낮은 주가라고 판단했다”면서 “에코프로 투자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왔다”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오 대표의 안목이 탁월했지만, 우여곡절도 많았다. 오 대표는 “에코프로 공장에 불이 나고 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하는 등의 논란이 나올 때마다 많은 투자자가 탈출했지만, 결국에는 본질적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고 믿고 견뎠다”고 했다.
에코프로 주가가 고공행진하자, 황소자산운용은 두 달 전부터는 에코프로 주식을 매일 팔아 차익을 실현하고 있다. 에코프로 주가는 오 대표가 추정한 목표치(시가총액 10조원)를 훌쩍 넘은 상태다. 그는 “현재는 보유했던 물량의 80% 이상을 매도한 상태”라고 했다. 에코프로 가격이 하락하면 다시 매수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매도 중인 종목을 다시 매수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상승 여력이 확실하다고 생각할 때 매수하는 편”이라며 재투자할 생각은 없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다만 2차전지는 성장하는 업종으로 보고 있어 최근에는 엘앤에프 등 업종 내 다른 종목을 분할 매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9년 설립된 신생 운용사인 황소자산운용은 토러스자산운용에서 10년 넘게 경험을 쌓은 오 대표가 설립했다. 황소자산운용은 모든 펀드를 매수(롱·long) 전략으로만 운용한다. 공매도(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투자 전략·숏)나 레버리지(대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숏 포지션은 하락장이나 변동성이 높은 장에서 일종의 헤지(위험회피) 역할 정도로만 하기 때문에, 황소자산운용은 하락장에선 큰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오 대표는 “롱펀드는 상승장에서는 강하지만, 하락장에서는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면서 “시장 변동성 정도는 안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하락장에서는 묵묵히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에도 하락장이었지만 결국 버티니 올해같이 좋은 날이 왔다”면서 “장기적으로는 ‘롱전략’의 수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황소자산운용의 또 다른 특징은 오 대표의 투자 원칙에 따라 매수 결정한 종목을 오랜 기간 분할 매수한다는 점이다. 어떤 종목은 한 종목을 매수하는 데 수 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매도할 때도 동일하다. 한 번에 팔아치우는 게 아니라 매일 조금씩 매물을 내놓는다. 가령 한 종목을 1만주 보유하고 있으면 매도 작업 시작 날부터 매일 200주씩 50거래일 동안 파는 식이다.
시장에서는 황소자산운용이 2차전지 종목만 매수하는 것으로 오해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와 IT 업종도 꾸준히 비중을 늘리고 있다. 포트폴리오의 10~15%는 유동적인 업종에 투자한다. 다만 바이오는 투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포트폴리오에 바이오주가 소량 들어있기는 하지만 위탁생산(CMO) 업체에만 투자한다.
오 대표는 “국내 바이오주는 해당 기업 IR 담당자의 설명에만 의지해 투자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바이오주는 정확한 내재가치 분석이 어렵고 매도 타이밍을 찾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오 기업의 신약이 개발되면 당연히 대박이 나겠지만, ‘됐을 때의 기댓값’보다 ‘될 확률’을 더 중요시하는 내 원칙에는 맞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황소자산운용은 현재 국내 주식으로만 포트폴리오를 운용하고 있다. 레버리지는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꼭 사야 한다고 판단되는 종목이 있는 경우 레버리지 전략을 쓰기도 한다. 레버리지 한계는 120%지만 오 대표는 110% 미만으로 잡으려 한다고 했다. 향후에는 미국 주식에 투자할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국내 투자처가 마땅치 않을 때를 대비해 조금씩 미국 주식도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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