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시절 뛰놀던 초록빛 들판···98세 생애 첫 전시회서 되살아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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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과 구름.
노랗게 펼쳐진 논과 초록색 산.
화가는 올해 98세를 맞는 정옥희 할머니.
하지만 5년 전 갑자기 찾아온 뇌경색이 그의 90년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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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석에서 3년간 그린 작품 200여 점
파란 하늘과 구름. 노랗게 펼쳐진 논과 초록색 산. 시골길을 드라이브하다 보면 펼쳐지는 정겨운 풍경을 그린 그림 50여 점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갤러리에 걸렸다. 화가는 올해 98세를 맞는 정옥희 할머니.
95세에 처음 그림을 배운 정 씨는 GE코리아 대표를 역임하고 현재는 화가로 살고 있는 강석진 융합상생포럼 이사장의 장모다. 정 씨는 1925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결혼 후 7남매를 키우고 전형적인 격변기 한국 어머니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5년 전 갑자기 찾아온 뇌경색이 그의 90년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그는 병문안을 온 자녀들에게 그림을 좋아하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줬고, 화가로 살고 있는 강 이사장이 그림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 강 이사장은 장모에게 한국어로 번역된 모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1960~1961) 자서전을 전달하는 등 지도에 열의를 보였고, 휠체어를 탄 정 씨는 병석에서 매일 혼자 2~3시간씩 집중하며 화답했다. 모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역시 76세에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101세까지 풍경화를 그리며 인기를 얻은 인물이다. 특히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미국인의 삶에서 가장 사랑받는 인물’로 칭찬한 바 있다.
이후 요양병원에서 퇴원한 정 씨는 딸과 함께 지내며 유년시절의 풍경을 그림으로 그리는 일에 몰두했고 3년 반 동안 그린 수채화는 200점이 넘어섰다. 이번 전시회에는 이 작품들 중 50~60점이 걸린다. 병환 중 취미로 시작한 그림이지만 작품성은 평가할 만하다. 박명인 한국 미학연구소 대표(미술평론가)는 정 씨를 ‘나이브 아티스트(Naive artist)’로 칭했다. 나이브 아트는 미술의 양식 문제에 구애 받지 않고 자연과 현실의 시각적인 대상에 대하여 경건할 만큼 소박한 태도로 건강한 리얼리즘을 예술의 기초로 삼는 방식을 말한다. 박 대표는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순수하고, 마르크 샤갈의 작품을 보듯 환상적”이라며 “어느 작품이든 사람과 동물이 등장하는 것이 놀랍다, 이는 진정한 풍경화”라고 평가했다. 강석진 이사장은 “98세의 정옥희 여사 전시를 통해 노인들도 좋아하는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꿈과 기회를 부여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순수한 아마추어 미술작품 전시를 기획했다”며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다’는 늦깍이 화가 모지스의 말을 다시 한번 새겨 본다”고 했다. 전시는 5월 2일까지 인사동 라메르 갤러리에서 열린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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